Installation view of 《Off the White: Fold and Watchtower》 © Ilmin Museum of Art

일민미술관은 건축 100주년을 맞아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관한 동시대 미술의 실험과 전망을 탐색하는 릴레이 전시로 《오프 더 화이트: 주름과 망루》를 7월 12일까지 개최한다.

통상 미술에서 ‘장소’가 대체할 수 없는 특정성을 지닌 현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달리, 《오프 더 화이트》는 모종의 개입이나 틀로 명명되는 장소 이전의 것, 어떤 곳이 특정한 곳으로 호명되기에 앞서 미술관을 작동시키는 다른 차원의 조건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벽과 바닥, 빛과 장식, 보관과 운반의 규칙, 진열과 감상의 태도, 비물질적인 느낌이나 습관 같은 부산물들이다. 이러한 요소에 주목해 온 작가들은 미술관이 중립적인 백색 환경과 ‘특정 장소’ 사이에서 예술 작품의 힘과 감각을 협상하는 특수한 자리임을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Off the White: Fold and Watchtower》 © Ilmin Museum of Art

김동희의 작업은 장소에 기대어 세워졌다가 사라지는 일에 익숙하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벽, 높이 솟은 기둥, 야외 시설의 바닥에 반응해 만들어진 구조물은 전시가 끝난 뒤 보존을 바라는 작가의 열망에 의해 잘게 나뉜 조각으로 창고에 보관되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 기존에 주어진 기능·맥락에 결속되었던 잔해를 미술관의 시선을 따라 되살리고 조망한다.


Installation view of 《Off the White: Fold and Watchtower》 © Ilmin Museum of Art

한편 우한나의 작업은 거대한 도시나 미술관과 같은 체계가 부여하는 자리와 이름을 의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2016년 열린 작가의 첫 개인전은 을지로의 낡은 건물 옥외에 불완전한 존재들의 자리를 마련해, 그와 비슷한 지대에 머무는 스스로의 모습을 비춘 사례다. 이번 전시에서 특정한 조형을 선별하고 가시화하는 미술관의 힘을 유연하게 접어 잘 정돈된 감상을 어긋나게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