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보 화백(1931-2023) ©국제갤러리
지난 9월 26일, 한국 단색화를 이끈 거장 박서보(1931-2023)가 팔순을 넘겨
남긴 자전적 글을 바탕으로 한 그의 첫 자서전이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되었다.
박서보재단은 이탈리아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Skira)를 통해
박 화백의 자서전 『박서보의 말』과 박 화백의 삶을 다룬 그래픽 노블(만화) 『박서보』를 국내 주요 서점과 전 세계 미술 전문 서점, 온라인
플랫폼에서 동시 발매한다. 스키라가 한국 작가를 조명한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서전 『박서보의 말』은 박 화백이 1980년대 초까지 기록한 미완성
원고를 기반으로 한다. 그렇기에 1950~70년대 한국 미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교육자이자 행정가로서 박서보의 고민이 잘 담겨 있다.
젊은 시절 구상 위주의 주류 화단에 저항해 앵포르멜 화풍을 주도하고 반(反)국전 운동을 벌인 장면과,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일본 화단과
파리·상파울루 비엔날레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분투한 얘기가 생생히 묘사된다. 스승인 김환기·이응노, 동료였던
김창열·이우환·하종현 등 한국 미술 대표 작가들의 모습도
박서보의 눈을 통해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한편, 만화의 형식으로 쉽고 친숙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박서보』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박서보의 일생을 다루며, 그의 인생과 철학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내년 개관 예정인 ‘박서보미술관 서울’ 건물(렌더링 이미지) ©박서보재단
이번 동시 출간은 박서보의 예술과 사상, 한국 미술사 전반을 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서보재단은 박서보가 남긴 작품의 아카이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카탈로그 레조네 또한 제작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박서보재단 옆 부지에
자리 할 ‘박서보미술관 서울’도 내년 개관 예정이다.
박서보의 차남인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은 “박서보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시대를 이끌어 나갔던 작가들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