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일우재단은 ‘2025 일우미술상’ 수상자로 미디어 아티스트 안정주를 선정했다고 4월 11일 밝혔다.

안정주는 영상과 사운드,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사회적 구조, 감각의 리듬, 인간 인식의 작동방식을 끊임없이 질문해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일상에서 채집된 이미지와 대중매체로부터 추출된 사운드를 반복, 분절, 왜곡, 중첩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재조립하는 그의 방식은 관객에게 무심코 지나치는 감각의 층위를 다시 바라보도록 만든다. 시청각 매체에 대한 정교한 편집과 구조적 구성력, 그리고 그 속에 내재한 비판적 시선은 안정주 작품의 핵심이다.


〈Their War 2 – Israel〉, 2005,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컬러, 4분 40초, 스틸컷. © Jungju An

〈Their War 2 – Israel〉, 2005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컬러, 4분 40초, 스틸컷 /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대표작 중 하나인 〈Their War 2 – Israel〉 (2005)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존재하는 분리장벽을 영상으로 담은 후 현장 사운드를 제거하고, 새롭게 구성한 음악을 덧입힌 영상 설치작업이다. 정치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시청각적 해체와 재조립을 통해 ‘경계’라는 감각을 사유하는 독특한 체험을 제안한다. 이 작업은 현재 네덜란드 스테델릭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으며, 안정주의 초기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발표한 〈행운의 편지〉는 세계 여행 중 촬영한 다양한 영상 클립들과 77장의 낱말 카드를 바탕으로 구성된 6채널 비디오 설치작업이다. 이 작품은 언어와 이미지, 그리고 사운드가 어떻게 새로운 비선형적 서사를 생성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며, 메시지와 해석의 유동성을 탐구한다. 소리의 위치와 흐름, 이미지 간의 충돌과 리듬을 통해 관객은 물리적 공간 속에서 시간적 감각의 해체를 경험하게 된다.


〈kick, clap, hat〉, 멀티채널 비디오 설치, 스틸컷 / © 플랫폼 엘

〈kick, clap, hat〉, 멀티채널 비디오 설치, 스틸컷 / © 플랫폼 엘

2021년에는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개인전 《킥, 크랩, 햇》을 개최했다. 이 전시에서는 반복과 오류, 변형을 통해 리듬을 구성하는 사운드 이미지들이 다층적인 감각의 서사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작업은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서사의 해체를 통해 관객 스스로의 감각과 해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시청각적 실험이 일상의 틀을 비트는 도전으로 확장되었다.

2024년에는 이마주 프로젝트에서 열린 《우주를 엮는 모든 것들 – 그 양자적 관계에 대하여》 전시에 참여해, 인간과 우주의 구조적 연결을 탐구하는 철학적 영상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여기서 그는 ‘양자적 관계’라는 개념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 간의 상호작용과 공명, 감응의 가능성을 시각화했다. 이는 과학과 예술,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 일우미술상 수상을 통해 안정주는 작품 제작비 3천만 원과 대한항공 항공권 3천만 원 상당을 지원받아, 국제 무대를 향한 다음 단계의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특히 2027년에는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빌딩 로비에 위치한 전시 공간 일우스페이스에서 수상 작가로서의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전시는 그의 기존 작업의 연장선이자, 새로운 창작적 도약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안정주 작가 / © 안정주

안정주는 2014년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동시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두산레지던시 뉴욕 프로그램에 참여해 뉴욕 현지에서 활동했으며, 2018년에는 송은미술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국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의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미국 보스턴 미술관, 영국박물관, 이탈리아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