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부터 4월 15일까지 스페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미구엘 바르셀로(Miquel Barceló, b.1957)의 개인전 “그리자유: 빛의 연회장(Grisailles: Banquet of Light)” 이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진행된다.
전시의 제목 중 ‘그리자유’는 중세시대 작가들이 회색 또는 회색조의 색채만을 사용해 명암과 농담으로 그리는 화법이다. 바르셀로는 그리자유의 전통을 계승하되 단색조의 배경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의 얇은 반투명 유색 층위를 덧칠함으로써 자신만의 형식을 더하고 발전시켜 고유한 화풍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는 힘을 상징하는 황소 회화와 함께 작가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대형 정물화 연작 ‘연회(Banquet)’를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작가가 살던 마요르카 섬에서 자주 마주치던 해양생물들을 포함해 뼈가 되어버린 생물, 해골, 꽃다발, 과일 바구니 등 바니타스 회화를 연상시키는 상징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상반되는 요소들을 한 캔버스 속에 대비되게 배치함으로써 삶과 죽음, 쇠퇴와 회복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고찰해보기를 권유한다.
미구엘 바르셀로는 유럽, 뉴욕,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활동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예술적 유목민이다. 자연계에서 발생한 비전통적인 예술매체(화산재, 해조류, 퇴적물 등)를 활용한 혼합매체회화와 표현주의적 청동조각, 도자작품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