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는 부산점에서 김영나의 개인전 “Easy Heavy”를 6월 30일까지 개최한다. 김영나는 2011년 이후 줄곧 디자이너가 미술 언어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해가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두 영역을 확장할 뿐 아니라, 시각예술의 언어와 전시의 맥락을 새롭게 규정하고자 스스로의 디자인 작업에 근간을 둔 자기 참조적 행위를 이어간다.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첫 개인전은 그의 회화 및 평면작업, 조각, 벽화로 구성된 근작 40여 점을 살펴보고, 전시장 내에서 전개되는 그래픽 디자인적 요소의 표현 가능성과 효용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김영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과거 코스(COS), 에르메스(Hermès) 같은 브랜드 또는 미술관 아트숍과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사물과 재료가 의외의 상황에 놓였을 때 발생하는 색다른 이야기에 주목한 바 있다. “익숙한 사물과 사건이 보유한 디자인적 요소를 새로운 시공간에 배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란 무엇일까?” 디자인적 관점에서 출발한 이 같은 질문은 현대미술과 전시장의 맥락 안으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즉 디자이너에게는 ‘낯선’ 공간인 전시장 벽면과 인쇄물의 지면이 상호 참조하는 관계를 상정함으로써, 디자인적 실천이 미술 제도에 개입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의 작업은 미술, 디자인, 건축, 공예 등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 사이에서 층위를 더하고, 그로 인해 관람객은 그래픽 디자인이 단순한 기능적 표현을 뛰어넘어 문화를 해석하는 기호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 제목 ‘Easy Heavy’는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대상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그래픽 디자인은 보통 대량생산이 가능해 기념품과 같이 수집 가능한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김영나는 이 수집된 이미지들을 샘플링이나 재편집의 과정을 거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현하거나 전시장 환경과 관련된 여러 요소를 환기시키는 시각언어로 활용하기에 때로는 묵직한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크게 두 공간으로 구획되어 있는데, 첫 번째 공간은 작가의 대표 연작들을 선보이고, 이어 두 번째 공간에서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시각 언어를 재편집해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는 최근 작업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