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시대 미술의 대응과 전략
2022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된다는 소식은 한국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과 우려를 동시에 안겼습니다.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서 그 잠재적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 미술시장이 서구의 거대 자본을 앞세운 아트페어에 잠식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프리즈 서울 2022 관람객 모습. ©연합뉴스
프리즈 서울의
개최로 인해 2022년
한국 미술시장은 1조
원을 넘는
역대급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에는 출품작의
수준과 성과
면에서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즈 서울은
한국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높이고 작품을
보는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리즈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Kiaf와의 계약을
통해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올해는
그 세
번째 해로서
앞으로의 성과가
한국 미술시장에 미칠
긍정적인 역할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국내 진출과 그 영향
프리즈 서울의
개최와 더불어
미국과 유럽의
주요 갤러리들이 서울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서구
미술의 영향력이
한국 미술시장에 더욱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미술시장의 변동성이
클수록 외국
유명 작가들에게 시선이
집중되면서 한국
동시대 미술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이
큽니다.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는 2017년
서울에 지점을
오픈하며 한국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이
갤러리는 한국
작가 이우환과의 협업을
통해 그
존재감을 확고히
했으며,
다양한 글로벌
작가들의 작품을
서울 지점에서
선보이며 한국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페로탱 갤러리(Perrotin Gallery)는 2016년
서울에 지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
갤러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뿐만
아니라,
한국 작가
박서보와 이배의
전시를 개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페로탱은 서울
지점을 통해
한국 작가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한국 미술시장의 다양성과
국제적 교류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리만 머핀
갤러리(Lehmann
Maupin)는
2017년에 서울에
지점을 개설했습니다. 이
갤러리는 서도호와
이불과 같은
한국의 주요
작가들을 전속으로
두고 있으며, 이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미술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2년 서울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한 리만머핀 외관 전경. ©리만머핀
리만 머핀은 또한, 젊은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주요 해외
갤러리들의 한국
진출은 한국
미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 미술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갤러리가
한국 미술시장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자리를 양보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미술시장은 위기와
도전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 동시대 미술계의 현황
한국 동시대 미술계는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과 일본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는 특징입니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국 내 자생적 미술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약하며, 일본은 상당한 컬렉터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양질의 미술을 생산하는 인프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은 미술관과 비영리 기관들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미술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업 갤러리들이 전국적으로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미술계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미술관 작가와 미술시장 작가 간의 이원화가 심화되고, 양극화가 점점 더 두드러지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술 후진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물론, 선진국의 미술시장도 완벽하지 않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미술관 작가와 시장 작가 간의 작품 가치가 좀 더 밀접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미술시장의 현황과 대응 전략
최근 한국
미술시장은 극도의
정체와 침체를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
없이 상황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서구 미술시장도 최근 경기 침체의 여파로 난항을 겪고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이는 그들이
수백 년
동안의 미술시장
운영을 통해
노하우를 터득했고, 오랜
시간 동안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프리즈나 바젤
같은 아트페어가 성공하는
이유는 이러한
경험과 지식이
자본이라는 형태로
응축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현재는 과거보다
미술시장의 저변이 매우 확대되었습니다. 매우
비싼 작품들은
여전히 소수의
전유물로 남아
있지만,
세계 미술시장의 통계를
보면
3만 달러
미만의 작품들이
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다고 평가받지만, 문화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최근의 K-팝이나 K-푸드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신적
가치와 수준이
담긴 순수
예술의 국제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
미술계는 서양
미술의 트렌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넘어, 한국
미술의 독창성을
강화하고 국제
무대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확립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미술 기관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예술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서,
국제적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한국 미술의
자본화와 상품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결론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미술시장이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 미술의 수준에서 한국 미술을 바라보고, 한국 미술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강화하는 자생적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한다면, 한국 미술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