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SEOUL 2024 Poster ©Kiaf Official Website
9월의 핫 이슈는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페어 개최를 계기로, 최근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불고 있는 아트페어 붐에 대해 3회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미술의 자본화와 상품화’입니다.
최근 아트페어의 붐은 정신의 산물이라 여겨지는 미술품이 자본과 어떻게 결합하여 상품화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아트페어의 대규모 확장이 한국 동시대 미술계의 지형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내 동시대 미술계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 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트페어의 성공 조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미술시장의 지속적 확장은 어떻게 가능한지,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 한국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미술의 자본화와 상품화’를 다뤄보겠습니다.
미술의 자본화와 상품화
2021년 65개였던 우리나라의 아트페어 숫자는 2023년 82개로 증가했습니다.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 약 6,625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아트페어 매출액은 참가 갤러리의 판매액을 포함하여 약 3,0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아트페어는 주로 기성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행사로, 갤러리 판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 평균 6개의 아트페어가 열린다는 점은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상당히 주목할 만한 숫자입니다.
미술의 두 얼굴 : 예술성과 상품성
미술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체로
여겨졌습니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개인적, 사회적,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미술의 본질은 정신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작품의 창의성, 독창성, 그리고
내재된 의미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미술은 단순히 예술적 가치만을 지닌 것이 아니라, 상업적 가치도 함께 지니게 되었습니다. 아트페어나 경매, 갤러리 등을 통해 미술 작품이 거래되면서, 미술은 투자와 자산의
대상으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결국 오늘날의 미술은 예술성과 상품성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예술적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미술이 대중에게 더욱 가까워지고,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동시대 미술계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매튜 바니, '크레마스터 4', 1995 ©마이클 제임스 오브라이언 촬영
긍정적 측면: 미술의 대중화와 시장 확대
아트페어 100개에 이르는 시대가 가져온 가장 큰 긍정적 변화는 미술의 대중화입니다.
아트페어를
통해
일반
대중들은
미술
작품을
더욱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미술품은
이제
더
이상
일부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였고,
새로운
예술적
감수성을
가진
소비자들을
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는
미술이
대중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며
일상에서
예술을
누리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트페어의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미술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아트페어가
개최됨에
따라
다양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또는
지역
아트페어는
무명
작가나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작용하며,
그들의
활동과
경제적
자립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한편
미술품
관련
서비스업체들이
활성화되면서
미술은
하나의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술계가
보다
넓은
시장과
다양한
관객층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부정적 측면: 예술의 상화와 가치의 왜곡
그러나 아트페어의 급증과 시장의 확장은 예술이 상업적 가치에 의해 평가받는 경향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이는
작품이
가진
내재적
예술적
가치보다는
그
시장
가치,
즉
경제적
가치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상업적 성공을 위해 대중의 취향에 맞춘 작품들이 우선시되면서,
예술의
창의성과
실험성이
희생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또한,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나
스타일이
우세를
점하면서,
작품이
투자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미술계
전체의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미술계에서는 소위 미술관 작가와 시장 작가로의 양분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미술관
작가들은
시장보다는
비영리
기관의
전시나
레지던시
입주
등을
통해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반면,
시장
작가들은
상업
갤러리,
아트페어,
그리고
경매
등을
통해
작품을
판매하면서
활동을
이어갑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미술계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술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술의 세계에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며,
이는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순수미술은
디자인이나
공예와
달리
특정한
실용적
목적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삼는
것이
순수미술의
본질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균형 잡힌 접근의 필요성
미술의 자본화와 상품화는 극도로 자본화된 현대에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작품성과 상품성이라는 이원적
양극화는
미술계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찾아낼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단순히 혼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술품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유지하면서 상업적 파생효과를 만들어내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를 위해 아트페어는 단순히 작품의 판매와 소비에만 머무르지 말고,
예술적
담론을
형성하고
예술가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또한,
아트페어의
기획과
운영에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장려하는
동시에,
상업적
성공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제 아트페어 100개의 시대, 즉 미술의 자본화와
상품화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작가로도 살아남고 미술시장에서도 살아남아야만 하는, 미술의 예술적 가치와 상품적 가치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하는 난이도 높은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술적 가치와 상업적 성공 사이의 균형을 슬기롭게 찾아낼 때 대한민국 미술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세계 미술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