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치명타(b. 1988)는 회화,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이들이 편향된 사회 구조 속에서 누락되거나 왜곡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작가는
현장에서 연대와 개입의 태도를 중심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위계에 맞서는 시각 언어를 탐색해 왔다.

치명타, 〈페이스북 드로잉〉, 2016 © 치명타
초기 작업에서 치명타는 차별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기존 시스템을 전복하고, 대안적
세계관을 구성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를테면, 2016년
개인전 《뉴스피드》에서 작가는 공영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동시대의 사건들을 SNS 창구의 소소한 목소리들을
통해 주목하고 드로잉으로 풀어냈다.
당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비롯한 사건들이 연일 터졌고, 이러한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접하던 치명타는 이들의 목소리가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며 드로잉을 시작했다.
먼저, 그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올라온 사건들 중 사안이 시급하거나
연대가 절실한, 또는 중요한 맥락을 포함하고 있어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을 찾아 모았다. 그리고 해당 사건과 관련된 기사나 사진을 리서치한 다음, 개인의
시선이 잘 묻어나는 글과 사진을 화면에 재구성하여 드로잉했다.

치명타, 〈페이스북 드로잉〉, 2016 © 치명타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잠시라도 눈을 떼면 곧 다른 글과 광고로 가득 채워져 그전의 소식이 쓸려나가고 만다. 치명타는 이와 같은 빠른 덮어짐과 흐름, 대체와 망각이 그가 다루는
사회적 사건들이 잊히는 과정과 닮아있다고 느꼈다.
드로잉 작업을 통해 작가는 매일 이런 방식으로 타임 라인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건들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붙잡으며, 쉽게 쓸려나가지 않는 공동체 공동의 기억으로서 사회적 사건을 남기고자 했다.

《메이크업 대쉬》 전시 전경(문래예술공장 스튜디오M30, 2017). 사진: 홍철기. © 치명타
이듬해 열린 개인전 《메이크업 대쉬》에서는 ‘화장’이라는 기술을 차용해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환기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유튜브에 올라오는 메이크업 방송을 접하고
그로부터 불편함을 느꼈던 경험에서 출발한다.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하는 뷰티 유튜버의 방송에서는 반복적으로 ‘남자친구에게
사랑받는,’ ‘성형 메이크업,’ 예쁘면 장땡’ 등의 이야기가 노출된다. 작가는 이 말들에게서 여성의 외모가 ‘경쟁력’이 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예뻐져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치명타, 〈메이크업 대쉬〉, 2017, 25개의 에피소드와 2개의 라이브, 1개의 크리틱으로 구성된 단채널 영상 시리즈 © 치명타
이러한 불편한 지점들은 단지 유튜버들만이 가진 문제가 아니라 ‘여성스러움’을 규정짓는 사회적 기준에 의한 것이었다. 사회적인 ‘미’의 기준에 있어서 여성은 화장을 했지만 마치 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하며, 그 반대로 맨 얼굴은 화장한 것처럼 잡티 없이 완벽하길 바란다.
치명타는 여성에게만 유독 가혹하게 작용하는 이러한 잣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것이 가진 모순을 통과하는 방법으로 유튜버들의 방송 형식을 차용한다.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는
형식에서 이를 개선하고 수정해 나가는 양식으로써 변환시키고자 하였다.

치명타, 〈드랙킹 메이크업〉, 2017, 유튜브 단채널 영상, 18분 20초 © 치명타
그 결과물인 ‘메이크업 대쉬’(2017)
시리즈에서 작가는 스스로 뷰티 유튜버가 되어 매주 1가지씩 메이크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해당 메이크업을 통해 여성의 권리와 성 평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의
채널은 얼핏 보았을 때 다른 뷰티 유튜버들의 콘텐츠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가 하는 화장의 목적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가령, 작가는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여 투쟁하고(〈투쟁 메이크업〉), 조연에 머무르는 여성 캐릭터를 폭로하며(〈도라에몽 메이크업〉), 21호와 23호로
점철된 파운데이션 시장에 의문을 제기한다(〈25호 단상〉). 따라서, ‘메이크업 대쉬’는
사회가 말하는 가장 ‘여성스러운’ 행동인 화장으로써 ‘여성스러운’ 것들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시도다.
이와 동시에, 작가는 화장을 통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뉜 세상의 편견에
맞서기도 하였다. 작업 기간 동안 퀴어 페스티벌이 열리면 〈무지개 메이크업〉으로 연대하고, 헤테로 시스 젠더 여성이지만 내 안의 남성성을 찾는 〈드랙킹 메이크업〉을 진행하며 성별 이분법에 대항하였다.

치명타, 〈실바니안 패밀리즘〉, 2019,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단채널 영상, 32분 55초 © 치명타
2019년에 발표한 영상 작업 〈실바니안 패밀리즘〉 또한 연대의 이야기를
담는다. 작가는 ‘실바니안 패밀리’라는 동물 가족 인형을 이용해 여성주의 시각의 인형극을 펼쳤다. 전형적인
정상 가족을 표방하던 인형 본래의 세계관을 재편하여 다양한 소수자가 포함된 커뮤니티를 등장시킨다.
이러한 작업은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예술적 개입을 시도한다.

《재난도감》 전시 전경(임시공간, 2021). 사진: 진철규. © 치명타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맞이한 이후, 치명타는 재난으로 인해 더욱 취약해진 소수자의 일상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열린 2021년도 개인전 《재난도감》은 코로나19라는 재난에서 포착한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도감 형식을 빌려 발화한다.
작가는 재난 앞에서 가장 먼저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소수자의 삶을 통해, 실은 재난 이전부터 사회 시스템이 특정한 누군가를 배제해왔고 그것이 비로소 재난이라는 기폭제로 인해 드러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재난도감》 전시 전경(임시공간, 2021). 사진: 진철규. © 치명타
전시와 동명의 드로잉 프로젝트 ‘재난도감’은 ‘도감’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왜 발생했고, 이를 어떤 방역 시스템으로 막아왔는지 등의 재난 묘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코로나라는 재난을 기폭제로 드러난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의 단면을 수집하고, 취약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당면한 문제를 기록한다.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 전시 전경(탈영역우정국, 2022) © 치명타
나아가 ‘재난도감’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인전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탈영역우정국, 2022)는 평등하지 못한 사회가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만나 무너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명한다.
특히, 이 전시에서 작가는 추모와 연대 없이 기술과 정치로 팬데믹에
맞선 공동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매듭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했다.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 전시 전경(탈영역우정국, 2022) © 치명타
작가는 ‘종이 아래’라는
물성 그 자체의 단순함을 넘어 한 장의 서류가 있어야만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소수자의 현실, 종이
서류 한 장으로 모든 것이 치환되는 사회적 현상을 짚어내고자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음성 확인 서류를 떼어와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 홈리스와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건강보험증까지
내밀어야 하는 이주민의 문제, 요양 병원 문 앞에 붙은 공문만 바라볼 뿐 가족을 보지 못한 채 뒤돌아서야
하는 이들의 현실이 그것이다.
치명타는 이러한 회복과 치유의 슬로건 아래 망각된 존재들을 소환하여 이들이 처한 문제를 가시화하고, 이로써 재난 이후 공동체성을 재건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이 있는지 질문하고자 했다.

《반도 엘레지》 전시 전경(임시공간, 2024). 사진: 최철림. © 치명타
나아가 2024년 치명타는 ‘반도
엘레지’ 시리즈를 통해 재난 참사의 공동체적 회복을 방기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한국 사회에서 애도와 추모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겪는 슬픔 감정에 집중했다. 이 작업에서 그는 슬픔을 노래하고 죽은 이를 애도하는
‘엘레지’라는 정서를 통해 사소한 개별 감정으로 폄하되었던
슬픔을 불가결한 공동체적 추모 과정으로 견인한다.

치명타, 〈너무 미안하고 당신들이 세상을 바꿨어요.〉, 2024, 캔버스에 아크릴, 53x41cm © 치명타
‘반도 엘레지’는 사회적
재난 참사를 애도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슬픈 감정을 ‘엘레지’의
정서로 다루며, 슬픔의 종류와 단계를 드러내는 행위를 통해 슬픔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기억과 추모를 지속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서 슬픔을 마주하기를 제안한다.
이 연작에서 치명타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 팬데믹 기간에 드러난 사회의 이면들을 종이 위로 다시 소환한다. 가령, 〈너무 미안하고 당신들이 세상을 바꿨어요.〉(2024)라는 작업에서 작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이 남긴 포스트잇 메시지를 그대로 다시 그린다. 이때의 글씨체, 맞춤법, 필압, 포스트잇의 구겨진 상태 모두 반영하며, 그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치명타, ‘종이 아래’ 시리즈, 2022-2023, 《MAY DAY MAY DAY MAY DAY》 전시 전경(복합문화공간 111CM, 2024) © 치명타
이렇듯 치명타는 사회적 재난과 참사를 중심으로 이를 야기한 불안정한 시스템을 폭로하고, 이로 인해 더욱 취약해진 소수자의 삶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사회적 재난을 스펙타클의 일부로 소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현시대 안에서 망각되고 누락되어가는 기억의 조각들을 붙잡고 되살리며, 다 같이 슬퍼할 수 있는 애도의 자리를 마련한다.
"예술이 삶의 기반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치명타, 작가 노트)

치명타 작가 © 인천아트플랫폼
치명타는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으로는 《반도 엘레지, 레퀴엠》(미학관, 서울, 2024), 《반도 엘레지》(임시공간, 인천, 2024),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탈영역우정국, 서울, 2022), 《재난도감》(임시공간,
인천, 2021)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제주대박물관, 경북대미술관, 국립군산대미술관, 제주, 대구, 군산, 2025), 《MAY DAY MAY DAY MAY DAY》(복합문화공간 111CM, 수원,
2024), 2023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광주, 2023), 《어떤 Norm(all)》(수원시립미술관, 수원, 2023),
《비타 노바_새로운 삶》(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2),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아르코미술관,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치명타는 2025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References
- 치명타, Critical Hit (Artist’s Website)
- 인천아트플랫폼, 치명타 (Incheon Art Platform, Critical Hit)
- 공간해방, [전시 개요 및 작가 노트] 뉴스피드 (Space Haebang, [Exhibition Overview & Artist’s Note] News Feed)
- 문래예술공장, [작가 노트] 메이크업 대쉬 (Mullae Art Factory, [Artist’s Note] Make up Dash)
- 영화공간 주안, [전시 개요] 실바니안 패밀리즘 (Cine Space Juan, [Exhibition Overview] Sylvanian Familism)
- 임시공간, [전시 개요 및 작가 노트] 재난도감 (Space Imsi, [Exhibition Overview & Artist’s Note] Disaster Drawing)
- 탈영역우정국, [전시 개요 및 작가 노트]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 (Post Territory Ujeongguk, [Exhibition Overview & Artist’s Note] Under the Paper)
- 미학관, [전시 개요 및 서문] 반도 엘레지, 레퀴엠 (MIHAKGWAN Philosopher's Stone, [Exhibition Overview & Preface] PENINSULA ELEGY, Requie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