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tallation view of 《Polisher》 ©Laheen Gallery
라흰갤러리는 함성주 작가의 개인전 《폴리셔》를 4월 5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사랑해서 까맣게 탄 마음”이라는 어느 시구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으로, 이번 개인전에서 함성주는 심신을 불살라 (그림을) 사랑한 긴 시간과 사랑으로 몰두한 나머지 타버린 마음, 연소된 마음처럼 검게 그을린 그림들을 선보인다.

Installation view of 《Polisher》 ©Laheen Gallery
함성주는 2022년을 기점으로 붓질을 그림의 전면에 드러내면서 내러티브를 차츰 덜어냈으며, 이러한 형식적인 실험은 (의미를 수반하는) 색을 제거함으로써 모노톤의 검은 화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구사한 것은 푸른색과 갈색을 조색한 어두운 톤을 화폭에 거듭 바르고 문지르는 ‘마찰 (polishing)’의 방법론이었다.

Installation view of 《Polisher》 ©Laheen Gallery
함성주가 마찰의 행위를 항상적으로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줄 아는 ‘사랑’이 그의 작업의 근저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 전시에서 우리는 하나의 대상을 수십 번 거듭해서 그리는 창작자의 고된 시간성으로부터 대상을 향한
작가의 사랑을 가늠해보게 된다. 같은 장면을 여러 번 그려내는 함성주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회화 자체를
조감해보려는 시도이다.
더불어 이번 《폴리셔》에서 함성주는 특별히 자신과 연관된 대상들을 성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화면 안으로 들여놓음으로써, 이전까지는 그의 작업이 다소 거리를 두었던 서정성과 내부적인 깊이를 모색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