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시대예술재단(FCA, The Foundation for Contemporary Arts)이 2025년 ‘도로시아 태닝 상(Dorothea Tanning Award)’ 수상자로 한국 작가 이피(Fi Jae Lee)를 선정했다.

도로시아 태닝 상’은 미국의 저명한 초현실주의 화가 도로시아 태닝(1910-2012)을 기리며 제정된 상으로, 현대 미술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시도를 지원하는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FCA는 1963년 이래 비주류적이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후원해 온 단체로, 이 상을 통해 시각 예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예술가들을 발굴해왔다.

이 상은 매년 한 명의 시각 예술가에게 수여되며, 수상자에게는 4만 5천 달러(약 6,500만 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한국인 작가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피, 2025년 ‘도로시아 태닝 상’ 수상자

이피 작가는 시카고미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폭넓은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강화 플라스틱과 불화의 금가루 등 비전통적 재료를 이용한 조각과 설치 작업을 통해 인간과 자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해왔다.

《Excavating Future Species》 전시 전경, 아트스페이스3, 서울, 대한민국, 2023.
사진 제공: 작가 홈페이지

그녀의 대표적인 전시 중 하나인 《미래 생물 발굴(Excavating Future Species)》 (2023, Artspace3, 서울)에서는 기이한 생명체와 유사한 조각과 회화를 선보이며, 생명의 진화와 변형이라는 주제를 탐구했다. 이 전시에서는 또한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음식 환생(Food Reincarnation)’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의 소비 행위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과정임을 경험하게 했다.

The Whole World on My Face, 2013, 혼합 매체, 80cm × 280cm × 180cm. 사진 제공: 작가홈페이지.

Angel of Every Religion, 2017, 먹, 수채, 색연필, 한국 금안료, 아크릴 on 한지, 191cm × 123.5cm.
사진 제공: Hexagon.

20190924, 2019, 펜 on 종이, 46cm × 40cm.
사진 제공: 작가.
TheEasterSacrementOfFriedShipwreckedCastawaysOnABirdLargerThanAnIsland, 2023, 33cm × 66cm × 56cm. / 사진: Jin Woo Ahn. / 제공: 작가홈페이지

이피 작가의 수상은 특히, 과거의 전통적 기법과 현대적인 재료를 융합하며 독창적인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수상에 대해 작가는 "나의 작업은 시간과 기억을 재현하는 것이자,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실험과 도전을 시도할 것" 이라고 전했다.

최근 한국 동시대 미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피 작가의 성취는 한국 예술가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Le Massacre de Jesus Egoiste*************》, 2007년 4월 11일**
2007년 4월 11일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퍼포먼스 진행 / 사진 : 작가 홈페이지

이피 작가는 《A Festival a Day Before I was Born》 (2022, Corner Gallery, 서울), 《Phanerozoic Eon, Cenozoic Era, Leeficene》 (2019, Avenuel Arthall Gallery, 서울), 《The Return of the Airship Fi-5》 (2016, 대전시립미술관) 등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꾸준히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또한, 스와치 아트 피스 호텔(2024, 상하이), 빌바오아르테 레지던시(2017, 스페인),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레지던시(2014,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1, 경기) 등 다양한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글로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Grant for Artist Management’ 지원을 받아 단체전 《DIALOGUE: Mind Map (Plantlance Seongsu, 서울)에 참여했으며, 서울문화재단(2018)과 ARKO Young Art Frontier Grant(2009) 등 국내 주요 예술 지원금도 수혜받은 바 있다. 현재 그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영구 소장품으로 등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