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명문 갤러리 에스더 쉬퍼가 서울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2022년 경리단길에 첫 공간을 연 지 3년 만에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하며, 더욱 넓어진 공간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글로벌
미술 시장이 흔들리는 시기에도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스더 쉬퍼, 서울을 선택하다
1989년
독일 쾰른에서 설립된 에스더 쉬퍼 갤러리는 현재 베를린, 파리, 그리고
서울에 전시 공간을 운영 중이다. 필립 파레노, 피에르 위그, 우고 론디노네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협업하며 명성을 쌓아온 이 갤러리는 아시아 거점으로 홍콩 대신 서울을 택했다.
쉬퍼 대표는 "2000년대
이후 아시아 미술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한국 컬렉터들과 연결되었다"고 설명한다. "사업가로서 고객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홍콩이 아닌 서울을 선택한 것은 지금 돌아보면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확장 이전, 새로운 가능성

에스더쉬퍼 서울 외관 / ©에스더쉬퍼 갤러리
서울점은 처음부터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경리단길에서
시작한 소규모 프로젝트 공간은 한남동에서 지상 1~4층(연면적 175㎡) 규모의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미국 뉴욕의 스튜디오MDA가 설계를 맡아, 전통적인 화이트 큐브 형태에서 벗어난 차별화된 공간을 조성했다.
1층의 윈도 갤러리부터 4층
프라이빗 쇼룸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구조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전시 경험을 제공한다. 쉬퍼 대표는 "이 공간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였습니다."라며
확장 이전을 '무모한 도전'이 아닌 '논리적인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작가와의 협업, 그리고
미래
에스더 쉬퍼 갤러리는 2023년
전현선을 첫 한국 작가로 영입하며, 한국 미술계와의 협력을 본격화했다.
전현선은 지난해 베를린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올해 6월
스위스 '아트바젤 바젤'의 대형 섹션 '언리미티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전현선, <나무와 원뿔>, 캔버스에 수채, 162.2x130.3cm, 2019 / ©갤러리2
쉬퍼 대표는 "전현선 작가는 전통적인 한국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국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춘 작가"라며,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더쉬퍼 서울의 김선일 디렉터(왼쪽)와 에스더 쉬퍼 대표 / ©연합뉴스
김선일 서울 디렉터 역시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며, 확장된
공간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 작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공간, 첫 전시
새롭게 이전한 서울점에서는 오는 3월 8일까지 우고 론디노네, 마틴 보이스, 아니카 이 등이 참여하는 그룹전이 열린다. 이어 4월에는 'Art OnO' 아트페어에 참가해 신진 작가들을 선보이고, 가을에는 벨기에 작가 안 베로니카 얀센스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쉬퍼 갤러리는 앞으로도 서울에서 다양한 실험과 협업을 이어가며, 한국 미술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에스더 쉬퍼 갤러리는 단순한 해외 갤러리의 확장을 넘어, 새로운 문화적 연결점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