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로탕 갤러리가 서울 진출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서울에 진출한 글로벌 갤러리들의
활동 현황과 향후 전망을 함께 살펴본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서울은 해외 갤러리들의 아시아 거점 가운데 하나로 빠르게 부상하였다. 이 흐름은 단순히 몇몇 유명 갤러리가
서울에 분점을 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화권 갤러리들이 서로 다른 프로그램과 시장 전략을 갖고 서울에 진입하면서, 서울은 더 이상 국내 미술시장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국제 전시와 유통, 컬렉터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재편되었다.
해외 갤러리의 서울 진출은 전시 형식과 설치 수준, 작가 관리 방식, 컬렉터 대응의 기준을 바꾸었고, 동시에 한국 미술이 국제 시스템에 편입되는 경로를 보다 가시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Perrotin 서울

Perrotin 서울 외관과 현재 전시모습 / 사진:페로탕 서울
페로탕 서울은 2016년
문을 연 이후 서울에 진입한 해외 갤러리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사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현재 공간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10에 위치해 있으며, 공식
소개에 따르면 페로탕은 1990년 파리에서 출발한 뒤 홍콩, 뉴욕, 서울, 도쿄, 상하이,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확장해온 글로벌 갤러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지점은 지난 10년
동안 국제 작가와 한국 작가를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축해왔고, 그 자체로 서울 시장에
글로벌 상업 갤러리의 운영 모델을 정착시킨 사례로 읽힌다.
현재 전시는 개관 10주년
기념전《10 YEARS》로, 2026년 3월 17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리며 마우리치오 카텔란, 무라카미 다카시, 박서보, 이배, 심문섭
등 장기 협업 작가들의 신작을 중심으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도 향후 프로그램의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성격을 띤다. (www.perrotin.com)
Pace 서울

Pace Gallery 서울 외관과 현재 전시모습 / 사진: 페이스 서울
페이스 서울은 2017년
서울에 진출했으며, 현재 공간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67, 르베이지
빌딩에 자리하고 있다.
페이스는 서울 진출 초기부터 한남동에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해외
갤러리였고, 2021년 확장 이전과 2022년 추가 확장을
거치며 서울 공간을 복합적 예술 단지로 발전시켰다.
이 공간은 2층과 3층의 주 전시 공간뿐 아니라, 체험형·몰입형 작업에 대응하는 1층 공간과 야외 코트야드까지 포함하며, 서울 분점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프로그램 확장의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시는 이건용 개인전《Body
as Thought》로, 2026년 2월 5일부터 3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작가의 50년 작업을 기념하며 1970년대 퍼포먼스 영상, 사진,
작업 노트 등 아카이브와 회화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신체와 논리”에 대한 그의 오랜 탐구를 한국 실험미술의 맥락 속에서 다시 읽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www.pacegallery.com)
White Cube 서울

White Cube 서울 전경과 엘 아나추이 전시모습 / 사진 : 화이트 큐브 서울
화이트 큐브 서울은 2023년
개관했다. 주소는 서울 도산대로 45길 6이며, 공식 발표에 따르면 강남구 중심부, 도산공원과 송은, 호림아트센터 인근에 위치한 지상층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화이트 큐브는 런던을 기반으로 성장한 갤러리답게 브랜드 중심성과
국제적 작가 라인업의 명확성이 강한 편인데, 서울 분점 역시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서울 공간은 전시장, 프라이빗
뷰잉룸, 오피스를 포함한 300㎡ 규모로 운영되며, 갤러리 소속 작가뿐 아니라 외부 작가와 그룹전까지 포괄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현재 전시는 엘 아나추이의
개인전 《LuwVor》로, 2026년 3월 18일부터 4월 18일까지 열린다. 화이트 큐브는 이 전시를 통해 작가가 1990년대 후반부터 전개해 온 병뚜껑 조각 작업을 중심으로 금속 폐기물을 대규모 조형 언어로 전환해 온 실천을
소개하고 있다. (www.whitecube.com)
Lehmann Maupin
서울

Lehmann Maupin 서울 갤러리 및 알렉스 행크 전시 모습 / 사진:리만머핀 갤러리
리만머핀 서울은 2017년
서울에 진출했으며, 현재 주소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13이다.
리만머핀의 서울 공간은 미국계 블루칩 갤러리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한국과 아시아 작가를 적극적으로 병치하는 성격이 비교적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
2026년 3월 현재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하나는 알렉스 행크의
아시아 첫 개인전《Only the Present Rise》로, 3월 11일부터 4월 18일까지
다섯 점의 흑연 초상 드로잉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자작나무 합판 위에 그려진 인물의 정밀성과 심리적
긴장을 전면에 드러낸다.
다른 하나는《One and
the Many》로, 장욱진·이응노·서세옥 세 작가를 함께 묶어 개인과 집단, 인물과 공간, 수묵과 유화, 구상과 추상의 관계를 다시 읽는 전시이다. 이처럼 리만머핀 서울은 시장성 높은 국제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 작가의 재맥락화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는 특징을 보인다. (www.lehmannmaupin.com)
Esther
Schipper 서울

Esther Schipper 서울과 전시모습 / 사진:에스더 쉬퍼 갤러리
에스더 쉬퍼 서울은 2022년
출범했으며, 2025년 이후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24의
새 공간으로 이전해 운영되고 있다.
이 공간은 한남동의 5층
건물 내 4개 층으로 구성된 갤러리이며, 서울 커뮤니티와의
장기적 협업, 국제 작가 개인전, 그리고 한국 맥락과 연결되는
기획전을 병행하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스더 쉬퍼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성장한 갤러리답게 개념미술, 미디어, 이론 중심의 전시 언어가 강한 편인데, 서울 분점 역시 이러한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작가 및 한국 기반 기획과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왔다.
현재 전시는 마치 에이버리 개인전《Form into Color》로, 2026년 3월 3일부터 4월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www.estherschipper.com)
Thaddaeus
Ropac 서울

Thaddaeus Ropac 서울 외관과 현재 전시 전경 / 사진 : 타데우스 로팍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2021년
개관했으며, 현재 공간은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22-1 포트힐 1–2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한남동의 건축적 랜드마크 안에 조성된 서울 분점으로서
유럽 현대미술의 미술사적 계보와 동시대 담론을 서울에 연결하는 교두보로 제시한다.
로팍 서울은 다른 해외 갤러리들에 비해 서울 기획전의 밀도가 높은
편인데, 한국 작가와 아시아 작가를 국제 담론 속에서 재배치하는 전시를 지속해 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전시는《거리의 윤리(Distancing)》로, 2026년 2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다. (www.ropac.net)
Tang
Contemporary Art 서울

Tang Contemporary Art 서울과 전시작품 / 사진: 탕 컨템퍼러리 아트
탕 컨템퍼러리 아트 서울은
2022년 서울 강남권에 새 공간을 열며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주소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6, 지하 2층이다.
탕 컨템퍼러리는 베이징·홍콩·방콕·서울을 잇는 아시아 중심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서구 블루칩 갤러리와 달리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미술시장 내부의 연결망을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성격이 강하다.
서울 공간은 2022년
조자오 개인전으로 시작된 새로운 강남 거점으로 확인되며, 이후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작가를 섞는 전시를 통해 보다 유동적인 지역 네트워크형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2026년 3월 28일부터 쿠퍼 개인전《Still
Blooming》이 예정되어 있다. (www.tangcontemporary.com)
Gladstone 서울

Gladstone Gallery 서울과 전시모습 / 사진:글래드스톤갤러리
글래드스톤 서울은 2022년부터
서울 공간을 운영해왔으며, 주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로 760이다.
뉴욕, 브뤼셀과 함께
서울이 주요 거점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2022년 필립 파레노 전시 《Mineral Mutations》는 “새 갤러리 공간”에서 열린 서울 전시로 소개된다.
글래드스톤 서울은 비교적 절제된 전시 구성과 개별 작가의 서사를
밀도 있게 전달하는 방식이 강점이며, 국제적으로 확고한 작가군을 서울에서 장기적으로 안착시키려는 전략을
보인다.
가장 최근 서울 전시는 카스퍼 보스만스의 개인전《Peas, Pod》로, 2026년 1월 29일부터 3월 14일까지
열렸다. (www.gladstonegallery.com)
서울 분점들의 특징과 한국 미술계에 대한 영향
이들 해외 갤러리의 서울 공간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페로탕과 화이트 큐브가 글로벌 브랜드와 대표 작가군의 가시성을
서울에 직접 이식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 페이스는 건축과 공간 확장을 통해 체험형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리만머핀은 한국 근현대 작가와 국제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서울 지점을 운영한다.
에스더 쉬퍼와 타데우스 로팍은 보다 담론 지향적이고 기획전 중심의
언어를 강화하고 있으며, 탕 컨템퍼러리는 서울을 서구 중심 미술시장에 대한 대체 축이 아니라 아시아
내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거점으로 활용한다.
글래드스톤은 상대적으로 절제된 수의 전시를 통해 서울 공간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에 가깝다. 이러한 차이는 서울이 단일한 소비 시장이 아니라, 브랜드형·기획형·네트워크형
전략이 공존하는 복합적 미술 도시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갤러리의 서울 진출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해외 진출 경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한국 작가가 국제 갤러리 네트워크, 컬렉터, 기관 전시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서울 자체가 해외 인사들이 한국 미술을 접하는 실질적 접점이 되었다.
반면 이러한 연결이 해외 갤러리의 선별 구조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한국 갤러리의 독자적 해외 진출 전략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해외 갤러리의 진입 자체보다, 한국 갤러리들이
이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기 프로그램을 정교화하고, 어떤 작가군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며, 어떤 국제 네트워크를 스스로 구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서울에 들어온 해외 갤러리들은 시장의 수준을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한국 미술계에 더 높은 기준의 전략과 구조를 요구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