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nghoon Ahn, When is spring coming, 2023-2024, Acrylic, oil on linen, 162.2x120cm ©Sanghoon Ahn
갤러리조선은 안상훈 작가의 개인전 《손과 얼룩》을
4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십세’를 맞이하여 시간과
존재의 불확실성, 그리고 그로부터 도출되는 회화적 실험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안상훈의 회화는 드러나고 지워지기를 반복한다. 사라질 운명의 사진에서 출발한
이미지는 수차례의 회화적 결정을 거쳐 추상적인 화면으로 변화하며, 그 흔적은 표면 위에 고정된다. 이 과정에서 ‘손’과 ‘얼룩’의 개념은 작품의 기저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손은 작품의 모든 과정을 거쳐 흔적을 남기고, 얼룩은 그 흔적을
받아들이며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한다.
얼룩은 종종 사라지기 직전의 진실을 드러내며, 화면 속에서 만큼은 잠시나마 고요히
머문다. 이 얼룩은 사라짐과 남겨짐 사이를 가로지르며,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생된다. 작업은 바로 그런 사라짐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아이폰 속 휴지통에 버려진 사진들은 기억의 파편처럼 흐릿하게 지워질 운명이지만, 그는
그 흐릿한 순간들을 화면 위로 불러내어 수채화, 아크릴, 스프레이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첫 번째 화면을 형성한다. 구상적으로 형성된 이미지는 다시 두터운 물감층과 핑거
페인팅을 통해 변형되고 파괴된다. 이는 단순한 해체가 아니라,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질서의 단초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작가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그가 회화를 대하는 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는
회화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에 저항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회화를 단순히 무언가를 재현하는 도구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참조나 전유의 흔적이 제거되거나 불능 상태로 남는다.

이러한 태도는 회화가 갖는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시도이다. 현대 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미 부여의 경향과 달리, 그는 표상과 의미망을 제거함으로써 회화 그 자체가 가진
본질적인 가능성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질서 속에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동시에 미끄러지듯 마주하는 불확실성 앞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그에게
불확실성은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의 기회이기도 하며, 미완성의 상태와 불안정 속에서 실패의
가능성을 반복하며, 자신의 그림에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