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미술관은 단체전 《건축의 장면》을 6월 1일까지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건축의 장면》은 서울시립미술관의 2024년 전시 의제인 ‘건축’을
영상매체를 통해 소비 대상으로서의 건축물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로서의 건축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건축은 공간예술로, 영상은 시간예술로 분류하지만, 두 영역은 시간성과 공간성을 중요한 속성으로 공유한다. 건축에서
시간성은 공간 안에서 이용자의 동선을 설계함으로써 표현된다. 반대로 영상에서는 눈에 보이는 화면 속의
공간뿐만 아니라 시퀀스의 연결 속에서 기억되는 것으로부터 감각적인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시간성에 기반한 '영상'을
통해 기존의 건축 전시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아가 영상의 제작 주체를 건축가와 미술작가로
한정해 다른 출발점에서 만들어지는 시선의 교차를 보여주고자 한다.
건축과 연결되는 다양한 주제들을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작가 8명팀)의 작품으로 소개함으로써 관람객 스스로 건축적 상상력을 확장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거공간, 사무실, 대중교통
시설, 그리고 도시의 풍경 등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틀 짓는 건축적인 것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건축적인 상상을 한다는 것은 건축을 매개로 맺어지는 관계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알고리즘에 기반해 제시하는 공간의 이미지들에 휩쓸려 보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듯하다. 우리가 공간에서 신체를 이동하며 포착한 하나의 순간을 필름의 한 프레임이라
가정한다면, 시공간에 대한 일련의 경험은 이 프레임들을 연결해 만든 한 편의 영상이라 상상해 볼 수
있다.
《건축의 장면》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의 공간 속에서 맺어지는 관계들에 대해서 질문하고,
나아가 각자가 감독이 되어 자신만의 장면을 포착하는 색다른 계기를 마련한다.
참여 작가: 모스 아키텍츠, 박선민, 박준범, 이윤석, 베카 & 르무안, 홍범, 보비스투
스튜디오, 나나와 펠릭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