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프로젝트는 스위스 신예 작가 제레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폭풍의 눈”을 3월 3일까지 개최한다.
제레미의 작품은 성 정체성과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며, 우리의 신체가 갖는 화려함과 매력적인 섬세함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은 작품 구성의 중심이 되며, 뒤틀린 신체는 마술적 사실주의와 유럽의 초현실주의 계보를 잇는다. 양성의 특징을 모두 가진 인물들은 엄격한 사회 규범을 전복시키고 그 규범을 벗어날 뿐 아니라, 혐오와 욕망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더욱 폭 넓어진 제레미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최신작 16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이분법적 분류를 넘어선 정체성, 신화, 그리고 퀴어 이미지에 중점을 둔 제레미의 독창적인 화풍과 특유의 서사 구축 방식을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한다. 고대 신화와 판타지 문학, 비디오 게임에서도 영감을 받은 작가는 자신의 예술을 세계관 형성의 한 형태로 본다. 미인 대회에서 우승한 <미스 키클롭스 23(Miss Cyclope 23)>(2023)에서 보이듯, 그는 각 작품에서 사소한 아이디어가 관습에서 벗어난 신체와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비규범적인 우화로 가득 찬 우주를 구축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을 작품에 몰입시킴과 동시에 회화를 공간적, 개념적으로 연결하는 서술을 포괄적으로 펼쳐 내고자 프로듀서 골체(Golce)가 제작한 약 20분 가량의 사운드트랙을 더하는 것으로 전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장내 울리는 사운드는 작품 간의 서사에 맞춰 따라 흐르면서 관객을 감싸며 이들에게 더욱 증강된 경험을 선사한다.
오랫동안 제레미 작업에서 중심을 이루어 왔던 신체 도상들은, 이번 신작을 통해 한층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다. 다양한 관점으로 특정 장르에 접근하는 제레미는 미술사와 그래픽 아트에서 가져온 다양한 자료 바탕으로 작업을 탄생시킨다. 고대의 이상적인 신체와 주름이 진 옷을 묘사한 <금빛 피부(Golden Skin)>(2023)을 시작으로, <붉은 옷을 입은 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Lady with Pearl in Red)>(2023)에서 엿볼 수 있는 독일 표현주의, <고백(Confession)>(2023) 속 일본 만화, <장미(Rose)>(2023)의 여권 속 얼굴 사진까지, 다양한 미학을 아우르고 있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제레미는 격동의 시대를 염두에 두고 폭풍의 한가운데서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내러티브를 상상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받아들인다. 제레미가 특유의 재치로 엮어낸 이번 작품들은 하나의 순환 체계를 이루며 더 나은 시기를 상상하게 한다. 전시명과 동일한 제목의 작품인 <폭풍의 눈(The Eye of the Storm)>(2023) 속에는 불확실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뜻하는 문구가 부분적으로 가려진 채 관객이 해독할 수 있는 암호화된 열쇠로 숨겨져 있다.
제레미(b.1996)는 제네바예술대학교(HEAD)를 2021년에 졸업했다. 같은 해 스위스 프리부르의 월스트릿(Wallstreet)에서 그는 데뷔전 “Art is Lifer”을 가졌다. 2023년 제레미는 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 이베르동레뱅 현대미술관(Centre d’Art Contemporain d’Yverdon-les-Bains, 2023)의 “Peintres”,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의 “The New, New”(2023), 니콜라스 브루하트(Nicolas Brulhart)와 사샤 라포(Sacha Rappo)가 기획한 스위스 프리아트 프리부르 미술관(Kunsthalle Friart Fribourg, 2022)의 “La main-pleur”, 모하메드 알무시블리(Mohamed Almusibli)가 기획한 페레스프로젝트 밀라노의 “September Issues”(2023), 제네바 체리쉬(Cherish, 2022)의 “CHEMICAL X”, 바젤 볼라그 아틀리에(Bollag Atelier, 2022)의 “A moment of being”와 제네바현대미술관(Centre d’Art Contemporain Genève, 2021)의 “LEMANIANA – Reflections on other scenes”을 포함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