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Yun Shin” Installation view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는 4월 28일까지 김윤신의 개인전 “Kim Yun Shin”을 서울관 K1, K2에서 개최한다. 1980년대 중반 남미로의 이주를 통해 한국의 주류 모더니즘에서 물리적으로 단절된 채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문법을 구축한 김윤신은 재료의 물성, 특히 나무 고유의 성정을 존중하며 탐구해왔다.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그곳에서 40년을 뿌리내렸던 그가 한국으로 거점을 옮겨 꾸리는 첫번째 전시이자 국제갤러리와의 첫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1970년대부터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철학에 기반한 목조각 연작과 함께 꾸준히 지속해온 회화 작업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을 K1과 K2에 걸쳐 선보인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김윤신의 조각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작품의 제목이다. 둘을 합하여도 하나가 되고, 둘을 나누어도 하나가 된다는 이 우주적인 문구는 작가에게 작업의 근간이 되는 철학이자 삶의 태도이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고, 그렇게 만난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의 또 다른 하나가 되는 역학의 반복은 곧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자신 앞에 주어진 재료를 관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눈 앞의 나무를 오랜 시간 바라보며 그 대상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다 한 순간 전기톱을 들고 거침없이 나무를 잘라 나간다. 이렇게 조각의 재료인 나무와 작가가 하나가 되며 합(合)을 이루고, 그러한 합치의 과정은 나무의 단면을 쪼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여러 분(分)의 단계들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물로서 비로소 또 하나의 진정한 분(分), 즉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는 김윤신의 시각적 문법은 자연스레 목조각에 채색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남미의 토테미즘에서 한국 전통 색상 및 패턴의 유사성을 발견한 작가는 조각을 색조 및 기하학 실험의 장으로 삼기도 했다. 나아가 작가가 ‘회화 조각’이라 명명한 이 유형의 조각군은 전지구적 팬데믹 시기를 맞아 더욱 적극적으로 제작, 변주되기에 이른다.

당시 한 개인으로서 여러 일상 속 규제를 당면한 한편 예술가로서도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작가는 일상 주변의 나무 조각들을 모아 작업하는 새로운 방식에 몰두했다. 이렇듯 목재 파편 내지 폐목을 재활용해 자르고 붙여 색을 입힌 회화 조각은 회화와 조각을 잇고 나누는 또 하나의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보여준다. 생을 관통하여 매 순간 도약해온 김윤신의 우주는 열린 마음으로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는 실험 및 도전정신을 통해 조각과 회화, 그리고 회화 조각이라는 영역으로 여전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