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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비평가이자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 2024년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 선임

2024년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으로 프랑스 예술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선임되었다.

Nicloas Bourriaud. Photo by Sergio Rosales Medina.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개인전 “WE”에 전시 중인 작품 ‘코미디언’(2019)은 회색 박스 테이프로 생바나나를 벽에 붙인 작품이다. 최근 국내의 한 관람객이 배고프다는 이유로 해당 작품을 먹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비슷한 사건이 2019년에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일어난 적이 있다. 2달러짜리 바나나가 12만 달러가 넘는 예술 작품으로 판매되어 이미 논란을 끌었는데 한 퍼포먼스 예술가가 작품을 먹으면서 가격이 더 올랐다. 이미 현대 미술이 난해하다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풍자하고 현대 미술계를 조롱했다.

그러나 12만 달러라는 가격은 벽에 붙은 바나나 자체에 매겨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개념과 아이디어에 붙은 것이다.

그렇다면 카텔란이 만든 작품들에 담긴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1990년대부터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카텔란은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고려한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그의 작품은 관객과 얼마나 잘 소통이 이뤄지는지, 작품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 작품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토론과 연대를 장려하는지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카텔란의 작품을 포함해 1990년대 동시대 작가들의 예술에 담긴 공통점을 프랑스의 예술 비평가 겸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관계의 미학’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이 이론은 지금까지도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Maurizio Cattelan's 'Comedian' in "WE" at the Leeum Museum of Art. Photo by Aproject Company.

부리오는 1996년 파리 보르도의 현대 미술관 CAPC에서 열린 전시 “왕래(Traffic)”에서 이 개념를 처음 제시했다. 해당 전시에서는 위에 언급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포함해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스터(Dominique Gonzalez-Foerster), 리암 길릭(Liam Gillick), 크리스틴 힐(Christine Hill), 리크리트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 등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부리오는 1998년 “관계의 미학”이라는 책에서 이 이론을 정립했으며, 해당 이론은 199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현대 미술계는 물론 다른 예술 및 문화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창안한 ‘관계의 미학’이라는 개념은 미술을 현실과 상호 교류하는 장의 일부로 보았다. 위 언급된 작가들은 모두 다른 방법과 주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현실을 다루고 있으며 사회 안에서 인간의 상호 작용을 주요 관심사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작업들은 기본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관객이 동참할 수 있도록 어떠한 일시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재료, 내용, 형식보다는 상호 작용과 경험이 더 중심이 되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 미술계에 중요한 개념을 제시한 니콜라 부리오가 2024년에 개최될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으로 선정돼 국내외 미술계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년이면 광주비엔날레는 창설 30주년을 맞이한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니콜라 부리오가 비엔날레의 본질인 ‘동시대 담론 형성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에 예술 감독으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많은 후보자 중 니콜라 부리오는 “현재 인류가 가장 고민하는 주제를 깊고 원숙하게 풀어낼 수 있는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지녔으며, 동시에 기획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동시에 미술계에 중요한 이론을 제시한 인물로서 비엔날레의 본질을 되짚어보고 동시대 사회 현상 전반을 진단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문화 담론과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Exterior view of Gwangju Biennale Exhibition Hall. Photo by Aproject Company.

니콜라 부리오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비엔날레이자 1995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영감을 주는 예술 행사 중 하나인 광주비엔날레에 기여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광주비엔날레는 항상 재창조되고 있으며 30주년을 맞이하여 기대감이 크게 증폭되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전시는 보편적이면서 겉보기에는 단순한 주제인 공간과의 관계를 다룰 것이지만, 기후 변화, 페미니즘, 탈식민지주의, 지구 미래 등 인류의 공통된 문제를 공간의 재창조와 재정의를 통해 표출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울러 영화처럼 전시가 구성되어 관객을 다양한 ‘장면’으로 인도하고 광주 전역을 예술가들의 협업 공간으로 발굴하여 광주라는 도시 자체를 활성화하겠다”고 전시 구상을 밝혔다.

니콜라 부리오는 파리의 팔레 드 도쿄를 공동 설립하여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공동 디렉터로 재직했으며,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테이트 브리튼의 굴벤키언(Gulbenkian) 현대미술 큐레이터, 그리고 2011년에서 2015년까지는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의 학장으로 재직했다. 또한 2009년 테이트 트리엔날레 (Tate Triennial), 2014년 타이페이 비엔날레(Taipei Biennial), 2019년 이스탄불 비엔날레(Istanbul Biennial) 등 대규모 전시를 기획하며 비엔날레 큐레이터라는 타이틀도 얻은 바 있다. 그는 “관계의 미학(Relational Aesthetics)”(1998),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2002), “래디컨트(The Radicant)”(2009), “포용: 자본세의 미학(Inclusions: Aesthetics of the Capitalocene)”(2020)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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