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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동 작가의 사진 속에는 익숙하지만 어딘가 기묘한 장면이 펼쳐진다
2022.07.25
A Team
김태동 작가의 사진은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익숙한 장면들을 보여 준다. 그의 작품 속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 도시 외곽 지역의 풍경, 어딘지 친숙해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어딘가 기묘하고, 왠지 불안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작가가 익숙한 듯한 장면 속에서 미묘한 경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Artist Kim Taedong. © 월간VDCM
작품의 주인공은 직관적으로 드러난 피사체가 아닌 그 이면에 스며든 ‘경계’이다. 그 경계는 때로는 도시의 외곽 지역이 되기도 하고, 낮과 밤 사이의 새벽녘이 되기도 하며, 분단된 남북한의 접경 지역이나 전쟁 유적지에 담긴 과거와 오늘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Kim Taedong, 'Symmetrical-005,' 2010, Archive Pigment Print. Courtesy of the artist.
그중에서 작가는 도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계에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왔다. 예를 들어, 2010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시메트리컬(Symmetrical)’ 연작이 있다. 이 연작은 작가가 뉴욕에 있을 당시 플러싱(Flushing)이라는 지역에서 작업했을 때 시작되었다. 플러싱은 세계적인 대도시인 뉴욕시 내에 있는 지역이지만 구식 디자인으로 꾸며진 간판들과 오래된 건축물들 때문인지 분위기는 1980년대의 한국을 떠오르게 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뉴욕시의 분위기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해당 연작에서 작가는 플러싱 지역과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을 사진으로 담아 뉴욕이라는 대도시 외곽의 미묘한 경계를 포착한다.
Kim Taedong, 'Day Break-044,' 2011, Archival Pigment Print. Courtesy of the artist.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연작이 2011년부터 전개해 온 ‘데이 브레이크(Day Break)’와 2013년부터 시작한 ‘브레이크 데이(Break Day)’이다. 두 연작은 서울이지만 어딘지 도시 같지 않은 풍경을 포착한다.
새벽이면 도시도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데이 브레이크’ 연작은 어두운 밤이면 생겨나는 텅 빈 공간과 그 공간을 배회하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아낸다. 작가는 잠든 도시, 밤과 낮 사이 새벽 시간, 새벽 공간을 배회하는 낯선 인물들을 사진으로 포착해 어딘지 기묘하고 기이한 도시의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와 반대로, ‘브레이크 데이’는 낮의 도시 공간을 포착했다.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연신내는 서울의 경계 지역으로 대도시보다는 오래된 마을의 모습을 한 지역이다. 재개발로 인해 옛 도시의 모습과 새로운 건물들의 풍경이 충돌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도시의 경계선에 자리 잡은 기이한 풍경들, 낯선 사람들, 그리고 물건들을 포착한다.
Exhibition view of "Kim Taedong: DAY-BREAK-DAYS" at Ilwoo Art Space, Seoul. Oct. 31, 2013 - Dec. 24, 2013. Courtesy of the artist and Ilwoo Art Space
2014년에 작가는 잠시 일본 동경으로 활동을 옮겨 ‘클럽 S(Club S)’ 연작을 만들었다. 한류를 겨냥한 작은 술집에 우연히 방문한 뒤 단골이 된 작가는 그곳에 한국인 여행객, 교포, 조선족,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일본인과 외국인 등 한국을 중심으로 막연한 공감대로 모여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발견한다. 김태동 작가는 그곳이 마치 대도시 내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틈새이자 모두를 위한 섬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를 사진으로 담기 위해 작가는 동경 밤 도심 곳곳을 배경 삼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촬영했다.
도시를 중심으로 경계를 탐구하던 김태동 작가는 경계의 개념을 전쟁 지역이라는 특수한 장소로 옮겨와 ‘강선(腔線 Rifling)’ 연작과 ‘플라네테스(Planetes)’ 연작으로 풀었다.
‘강선’ 연작에서 김태동 작가는 경원선 인근(동두천-백마고지) 전쟁 유적지를 따라 펼쳐진 기묘한 시골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밤중에 촬영된 사진 속에는 전쟁 당시의 총알 자국, 군복 코스튬을 한 여성, 미군 기지 옆 마을의 부서진 담벼락 등이 등장해 그 지역만이 갖는 특수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연작 제목인 강선은 총포 내부에 있는 나사 모양의 홈을 뜻하는 것으로, 남북한의 분단이라는 매우 극명한 경계를 DMZ 지역의 밤 풍경으로 풀어내 긴장감을 표현했다.
Partial exhibition view of "Kim Taedong: Planetes" at Amado Art Space/Lab. Nov. 19, 2019 - Dec. 20, 2019.
Kim Taedong, 'ΠΛΑΝΗΤΕΣ, PLANETES project,' AU-007 67cm x 50cm Archival Pigment Print.
‘강선’ 연작이 DMZ 지역이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이뤄진 촬영이었다면, 2017년부터 작업해 온 ‘플라네테스’ 연작은 전국의 다양한 전쟁 지역으로 배경을 확장했다. 해당 연작에 나오는 별들은 한없이 뚜렷하지만 그 아래 풍경은 긴박하고 어지럽다. 카메라의 초점을 별에 맞추면 땅에 있는 풍경들은 별의 이동 궤적만큼 흔들리도록 촬영된다. 작가는 이 효과를 통해 전쟁 유적지, 퇴역 무기, 마을 풍경들을 별과 대조적으로 촬영함으로써 긴장감과 시간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사진 속에 정지된 많은 별들이 실은 수많은 다른 시간들이 모여서 한순간이 되는 것처럼, 흔들린 역사의 흔적들 속에 담긴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Kim Taedong. Courtesy of the artist.
김태동(b. 1978) 작가는 제4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KT&G 상상마당, 한국) 최종 3인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제4회 일우사진상 전시 부문(일우재단, 한국)을 수상하며 2013년 일우스페이스(서울, 한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제6회 아마도사진상(아마도예술공간, 한국)을 수상하며 2019년 아마도예술공간(서울, 한국)에서 수상전을 열기도 했다.
단체전으로는 문화역서울284(서울,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하라미술관(도쿄, 일본), 울렌스현대미술센터(베이징, 중국), 아트선재센터(서울, 한국),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서울, 한국) 등의 기관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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