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K-팝은 글로벌 음악 시장을 석권하고, K-드라마와 K-문학은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을 아우르며 전 세계인의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한국 동시대 미술은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는 플랫폼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는가?
 
왜 한국 동시대 미술은 K-팝처럼 세계적 위상을 갖추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체계적인 준비와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Ron Mueck, A Girl, 2006, Acrylic on polyester resin and fiberglass, 110.5 x 134.5 x 501cm ©Thaddaeus Ropac

202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첫 전시로 해외 작가 론 뮤엑의 전시가 결정되었다. 론 뮤엑은 훌륭한 작가이지만, 그의 전시는 어디까지나 수입형 콘텐츠에 불과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본질적 책임과 역할

국립현대미술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공미술관으로서, 자국 미술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플랫폼이어야 한다.

테이트 모던(영국)이나 휘트니 미술관(미국)이 자국 작가를 전략적으로 발굴하고 국제무대에 내보내는 것처럼, 국립현대미술관의 존재 이유 중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의 동시대 작가들을 국제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있다.

Exhibition view of "Young Korean Artists 2023: Annotating the Museum," MMCA Gwacheon. (April 27, 2023 - September 10, 2023). Image courtesy of MMCA, Photo: Kim Joo-young.

세계적 문화 경쟁 시대에 한국 동시대 미술은 더 이상 지금처럼 국내의 한계와 수준에 머무를 수는 없다. 〈젊은 모색〉전은 그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서울관: 글로벌 허브에서의 실질적 효과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다. 세계 각국의 미술 관계자와 컬렉터들이 찾는 글로벌 허브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젊은 모색〉전을 개최하면 젊은 작가들이 더 많은 국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서울관의 최적화된 시설과 자원을 활용해 전시의 수준과 규모 또한 한층 높일 수 있다.


MMCA, Seoul ©Park Jung Hoon, MMCA

또한 서울은 관람객 접근성이 뛰어나 국내외 관람객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도시다.

이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중과 소통하는 기회가 극대화될 것이다. 서울관에서 개최되는 〈젊은 모색〉전은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한국 동시대 미술이 세계와 소통하며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K-팝의 성공 전략, 미술계에도 필요하다.

K-팝은 철저한 시스템과 전략을 통해 세계 음악 시장을 장악했다. 인재 발굴, 체계적인 훈련, 글로벌 시장 분석, 그리고 전략적 마케팅이 결합된 결과였다. 이제 한국 동시대 미술도 이러한 준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Exhibition view of "Young Korean Artists 2023: Annotating the Museum", Kim Dongsin, 'Relief,' 'Map,' 'Human Scale,' 'Ring,' 2023. Image courtesy of MMCA, Photo: Kim Joo-young.

〈젊은 모색〉전은 미술계의 “K-팝 시스템”을 구축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전시를 서울관에서 개최하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국제적 수준으로 선보이며, 비엔날레와 글로벌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자국 작가를 전략적으로 세계에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미국은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국제 무대로 진출시키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민간 갤러리와 작가 개인의 노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그 흐름을 바꿔야 할 때다.

결론: 〈젊은 모색〉전, 한국 미술의 미래를 여는 전략적 선택

〈젊은 모색〉전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 전시가 서울관에서 열리는 것은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한국 미술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략적 결정이다.

서울관에서 개최된 <젊은 모색>전은 젊은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국제적 주목을 제공하며, 한국 미술이 세계와 소통하며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다.


MMCA, Gwacheon ©ggc, MMCA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이 나서야 한다. 〈젊은 모색〉전의 서울 개최를 허하라. 이것이야말로 한국 미술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