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갤러리는 “퍼스널 제스처”를 3월 30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가 3인, 김한나, 함미나, 김민수의 작업을 통해 개인적인 일상과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작업관을 형성하는 동시대 작가들이 어떻게 각자만의 방식과 시선으로 현실과 대응하며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김한나(b.1984)는 사회의 표면에 드러나는 감정과 감정 사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나 명명되지 않은 외곽의 감정 조각들을 다양한 재료를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작가는 사각형 판넬을 시각화를 위한 기본 축으로 설정한 후,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의 방향에 따라 ‘빼기(-)’와 ‘더하기(+)’ 두 가지 과정을 통해 존재하지 않았던 낯선 이미지를 현실에 등장시킨다. 작가는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지만 내보이지 않으려는 감정에 물질적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그 심상을 더욱 강조하고, 더 나아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서로를 통해 그 의미를 증명하고 있는 하나의 유기적 관계임을 설명한다.
함미나(b.1987)는 어린 시절 작가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그 일들이 일어난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감정의 잔재들을 포착한다. 작가가 포착한 화면 속 인물은 대부분 아직 온전히 성장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미성숙함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어떤 한 대상에 열성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과거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싶은 작가의 자가치유적 소망을 담고 있다. 작가는 그리는 인물의 성별, 국적, 인종 등은 특정할 수 없도록 모호하게 설정하지만, 감정과 행동 등 내면으로부터 발현된 제스처는 확연하게 드러내며 이야기가 생성될 수 있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 또한 작가 특유의 대비되는 색감, 뭉개지고 흐르며 구불거리는 붓질은 작가의 개인적 기억, 감정과 함께 혼재되며 짙은 습기를 머금은 듯한 풍경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김민수(b.1990)는 지나간 일상의 기억 속 형상을 붙잡아 관찰한 후 즉흥적 감각으로 화면에 표현해낸다. 작가가 경험한 다양한 시간대와 공간들이 중첩되고 혼재되어 한 화면에 나타나면서,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 혹은 형상으로 재생성 된다. 다만, 재생성된 화면은 다른 차원의 낯선 공간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누구나 저마다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일상의 풍경으로 비춰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회상의 감각을 유도한다. 작가는 스티커, 천 조각, 실 등 다양한 재료를 오리고 자르고 붙이며 물감과 함께 사용하기도 하고, 캔버스 천의 앞뒷면을 뒤집어 사용해 보기도 하는데, 이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능동적으로 설정하는 작가의 놀이적 태도가 투영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화면에서 같은 것을 같게 보지 않는 작가의 자유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