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조각을 재해석하는 작가 권오상 - K-ARTNOW
권오상 (b.1974) 대한민국, 서울

권오상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2000)하고 동대학원 조소과 석사학위를 취득(2004)했다. 2005년부터 재(2022)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권오상은 국내 최초의 사립 비영리 기관인 대안공간 루프(서울, 한국)에서 열린 그룹전 《진공포장》(1999)에 <쌍둥이에 관한 540장의 진술서>를 출품하였는데 이 작품은 작가 최초의 사진조각이라는 의미가 있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공립 비영리 기관인 인사미술공간(서울, 한국)에서 첫 개인전 《Deodorant Type》을 개최했는데 이 때부터 권오상의 ‘사진조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LA의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LA, 미국)나 유니언갤러리(런던, 영국) 그리고 아라리오 베이징(베이징, 중국)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쳤다.

특히 2008년에는 영국의 주요미술관 중 하나인 맨체스터 아트 갤러리(맨체스터, 영국)의 초청으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 전시는 한 달 동안 맨체스터에 머물면서 제작한 신작을 포함해 총 14점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전시를 통하여 권오상은 국제무대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아 락밴드 킨의 앨범 커버를 제작하는 등 더욱 더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2011년에는 베를린의 안도 파인 아트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두산그룹에서 운영하는 비영리기관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입주와 함께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도모한 바 있다.

권오상은 2012년 이후에도 노르웨이, 싱가포르, 파리, 일본, 호주 등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해오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하는 동시대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룹전 (요약)

권오상은 작업 초기부터 미술계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활동해 왔으며 세계 미술계가 호황을 누리던 2000년대에는 국내외 주요 국공립 미술관이나 기업 미술관 그리고 메이져 갤러리 에서 개최되는 수 많은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예를 들어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중·일 젊은모색》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현재를 살펴보는 의미있는 전시였다.

2010년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개최한 《Korean Eye: Fantastic Ordinary》 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을 초대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당시에 매우 주목받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유럽 동시대 미술의 중심지인 런던에 소개하는 전시였는데 이를 계기로 권오상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작가들의 유럽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외에도 《Present Tense》, 2010, 캔버라 국립 초상미술관, 캔버라, 호주, 《Collector’s Stage》, 2011, 싱가포르 미술관, 싱가포르, 《On Manner of Forming》, 2012, Edwin Gallery,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2012년 광주 시립 미술관 개관 20주년전인 《진(進).통(通).199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 《Tech 4 Change》, 2015, 베스트포센, 노르웨이 등 국내외 수없이 많은 기획전에 참가하여 작가의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수상 (선정)

작가는 제 27회 ‘김세중 청년 조각상’을 수상했다. ‘김세중 청년 조각상’은 조각가 김세중이 별세한 후, 고인의 작가적 생애를 추모하며 생긴 조각상이다.

1990년 수상분야를 세분화하여 40세 이하 청년 조각가를 위한 ‘김세중 청년 조각상’ 을 제정하였는데 작가는 2013년에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로 수상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권오상의 작품은 국내 국공립이나 사립 미술관들 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도 상당한 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컬렉션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삼성 리움 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리움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 미술관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컬렉터 중 하나인 CI KIM도 다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해외에는 David Roberts Art Foundation, The Zabludowicz Collection (런던, 영국), Burger Collection, Universal Music Group, Singapore Museum 등 유수의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이 권오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주제와 개념

권오상은 ‘사진 조각’의 대표 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차원의 사진과 3차원의 조각을 결합한 시도는 1863년 ‘Photo-Sculpture’라는 용어를 만든 조각가 프랑수아 윌렘(François Willème) 외에도 1960~1970년대에 행해진 사진과 조각을 혼합하는 예술적 실험들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권오상은 ‘사진 조각’을 그가 창안한 새로운 장르로 인식하게 할 만큼 조각과 사진을 성공적으로 융합했고, 이로써 동시대 예술의 경계를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권오상은 말 그대로 사진으로 조각을 만든다. 평면성과 가벼움이 특징인 사진으로 만드는 그의 조각은 그 재료 때문에 오히려 조각의 큰 화두들을 전면적으로 두루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데오도란트 타입’ 연작의 초기에는 가벼운 조각을 표방하며, 사진의 매커니즘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그가 전개한 연작을 통해 전통 조각의 의미를 되물으며 조각의 정의를 환기하거나(‘더 스컬프처’), 조각과 공간의 관계를 묻는다(‘뉴 스트럭처’).

이후 소조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가져오거나(‘릴리프’), 조각의 기본 개념인 덩어리와 양감의 패턴을 연구하기도(‘매스패턴즈)’ 한다. 즉 사진과 조각이라는 두 매체 모두 권오상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방점은 ‘조각’에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인류가 어떻게 조각을 하면서 살아왔는가와 같은 보다 근원적인 조각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데오도란트 타입,’ ‘더 플랫’, ‘뉴 스트럭쳐’, ‘릴리프’, ‘매스패턴즈’ 등과 같은 연작은 사진이나 광고 이미지, 잡지 지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조형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연작들이다. 이들 연작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데, 서로 다른 연작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발전한다.

이 시대의 이미지로 현대적 의미의 조각을 하는 권오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 자신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다. 작업을 구상할 때 얼마나 많은 방법으로 읽게 될지를 고민한다는 작가는 우리 시대의 사물과 사람을 담은 사진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를 열어 두고 조각과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권오상 작품의 기본 재료는 사진 이미지다. 그러나 이 사진으로 입체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완성품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조각 작업과 다름없다.

실존하는 자동차를 이미지 정보만으로 실제 형상에 가까운 청동 조각으로 만들고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는 ‘더 스컬프처’, 채집한 이미지를 평평한 원목나무 판 위에 배치하고 이 2차원 평면을 쌓아 3차원으로 구축하는 ‘릴리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물들을 한데 붙여 새로운 양감으로 재편함으로써 양감의 구성을 실험하는 ‘매스패턴즈’ 등의 연작은 권오상의 작업이 조각가의 조각품이라는 점을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권오상의 모든 작품들이 조형성 탐구라는 핵심 목표 아래에 지속해서 변형되고 확장되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권오상이 작품을 전시할 때의 좌대 활용 방식과 공간 연출 또한 주목할 만한 요소이다. <집착으로 구성된 440장의 가족사진>(1998-1999)이나 근작 ‘비스듬히 기댄 형태’처럼 좌대 없이 공간에 놓인 작품도 다수 있지만,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를 그대로 좌대로 가져온 < Hockney >(2013)과 같은 작품도 있다. 2008년 맨체스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Deodorant Type: Sculpture by Osang Gwon》처럼 작품마다 다른 높낮이의 좌대로 공간을 입체적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한편 《아워세트: 아워레이보X권오상》(2022,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 수원) 전시에서는 크리에비티브 그룹 아워레이보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 작가의 다양한 연작을 매치함으로써 일반 미술관에서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조각 작품에서의 좌대, 그리고 전시장에서의 작품 디스플레이는 작품의 완결성과 가치를 상징하고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설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를 변주하며 예술의 공간을 탐색하는 권오상의 작품이 더욱 더 자유롭게 읽힐 수 있는 지점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권오상 작가가 갖는 입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는 국내 현대미술계의 발전과정과 함께 성장해온 작가이기도 하다. 전 세계 현대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이룬 2000년대는 한국 미술 시장의 활황기이기도 했다. 주류 미술계라 불리는 서구에 비하면 아직 발판이 부족했지만 그만큼 국내 미술계는 시도해볼 일도 많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재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1세대 대안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을 무렵, 권오상은 대안공간 루프의 그룹전 《진공포장》(1999, 서울)로 데뷔했다. 어떤 비평가는 이를 “어떤 누구보다도 빠르고, 세련되고, 완벽한 데뷔였다.”(류한승)이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권오상이 데뷔 때부터 받아온 평단과 미술시장의 관심을 짐작게 한다.

그 후 국제갤러리 전속작가,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를 거치며 국내외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 미술계의 급변기와 미술시장의 활황기, 그리고 한국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근까지 20여 년간 작가와 미술계가 상호 성장을 이루며 지금의 한국 현대미술의 형세를 그려왔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며 큰 의의가 있다.

권오상의 작품들이 갖는 독창성과 중요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현대사회의 현실반영과 함께 조각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고 이러한 점에서 2002년부터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영국의 아시아 트리엔날레와 맨체스터 시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이다.

영국의 한 단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영국 아시아 트리엔날레 맨체스터의 관계자와 연이 닿았고, 거기에서 다시 맨체스터 시립미술관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시립미술관에서는 실물 크기의 ‘데오도란트 타입’ 작품 14점이 전시되었고 하루 최대 87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2008~2009년 해당 미술관의 방문객이 약 420,000명이라 하니 관람객 수 로만 보아도 영국에서도 그의 작품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영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젊은 신진 작가로서 오직 작품만을 가지고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인 영국의 예술기관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그의 작품에 그만큼 미술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사진으로 조각을 재해석하는 작가 권오상
A Team

이른바 ‘사진조각’으로 이름을 알린 권오상(b. 1974)은 조각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새로운 조형 구조를 탐구해 왔다.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통적인 조각의 존재 방식으로부터 반하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조형적 시도들을 수행해 오고 있다.

권오상, 〈집착으로 구성된 440장의 가족사진〉, 1998-1999 ©권오상

권오상은 대리석과 같은 무거운 재료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조각이 아닌 종이에 인화된 2차원의 사진 이미지들을 이용해 가벼운 조각을 구상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한 권오상의 조형적 탐구는 1998년도 초부터 시작된 〈데오드란트 타입〉 시리즈로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데오드란트 타입(Deodorant type)’이라는 제목은 권오상이 직접 만든 합성어로, 본래 가지고 있던 냄새를 간편하게 다른 냄새로 바꿔주는 탈취제 ‘데오드란트’와 암브로타입(ambrotype),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 등과 같은 사진기술의 용어적 표현에 쓰이는 ‘타입’을 합친 단어다.

권오상, 〈쌍둥이에 관한 540의 진술서〉, 1999 ©권오상

작가는 마치 사진기술사에 이미 존재하는 기법인 것처럼 ‘타입’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그간 탐구해온 조각의 존재론을 사진이라는 매체와의 융합을 통해 제시했다. 극동 아시안에게 거의 쓸모없는 용품인 데오드란트가 대대적으로 광고되는, 어딘가 어긋나고 핀트가 나간 현상으로부터 착안하여 시작된 이 작업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입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대상으로부터 오히려 벗어나고 엇갈리는 현상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를 위해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수백 장의 사진 이미지를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3차원의 사진조각을 제작했다. 더불어 확대, 축소, 복사 등 사진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기도 하였는데, 가령 〈쌍둥이에 관한 540의 진술서〉(1999)는 하나의 소스로 만들어진 두명의 인물 조각으로 실재와 가상이 혼재된 모호한 존재성을 드러낸다.  


권오상, 〈Hockney〉, 2013 ©권오상

그의 초기 작업들은 주로 작가가 직접 대상을 촬영한 사진 이미지로 만들어졌다면, 이후에는 잡지 지면, 광고 이미지,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이미지 등을 통해 제작되었다. 또한 초반의 〈데오드란트 타입〉은 내부가 비어 있는 형식이었으나 이후에는 아이소핑크(강화 스티로폼)로 형태를 만들고 그 외면에 사진을 뒤덮는 방식으로 변주되었다.


권오상, 〈Westwood〉, 2015 ©권오상

〈데오드란트 타입〉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조형 탐구는 이 시대의 이미지를 통한 현대적 의미의 조각에 대한 고찰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시리즈의 후반 작업인 〈Westwood〉(2015)의 경우, 전통 조각의 특징인 좌대를 등장시키는 동시에 작가가 해석한 동시대 조각의 어법이 적용되어 있다.

이처럼 그의 사진조각은 사진 매체의 매커니즘적인 부분들이 중요한 요소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통 조각의 방법론과 존재론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하는 ‘조각’ 자체에 대한 작업이다.


권오상, 〈더 플랫 2〉, 2004 ©권오상

이어, 2003년에 발표한 〈더 플랫〉 시리즈는 일상 속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잡지라는 매체 안에 등장하는 동시대의 이미지들을 수집하여 평평한 조각으로 제시한 작업이다. 이 시리즈는 1999년부터 작가가 집요하게 채집한 잡지 이미지들로 구성되는데, 주로 시계나 보석 등 사치스러운 물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우선 평면의 잡지 이미지를 그 모양에 따라 오린 다음, 사진 뒤에 철사를 붙여 바닥에 세웠다. 이처럼 평면을 입체로 구축하고 난 뒤, 다시 최종적으로는 사진 작업이라는 평면으로 귀결시킨다.


권오상, 〈더 플랫 15〉, 2005 ©권오상

권오상은 이러한 반전의 과정을 거듭한 〈더 플랫〉을 통해 조각의 주요한 화두 중 하나인 평면과 입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입체와 평면이 교묘하게 뒤얽혀 나타나는 〈더 플랫〉은 이전 시리즈인 〈데오드란트 타입〉과 뚜렷한 연관성을 가진다.

권오상, 〈더 스컬프처 2 - Car〉, 2005 ©권오상

한편 2005년 발표한 〈더 스컬프처〉 시리즈는 사진을 조각의 재료로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작가는 대상을 실물로 보지 않은 상태로 인터넷, 서적, 잡지, 미니카 등에서 정보를 수집하여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 조각을 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가는 청동을 이용해 형체를 만든 다음 그 표면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여 마치 플라스틱 소재의 가벼운 조각으로 보이게끔 했다.


권오상, 〈더 스컬프처 2 - Car〉(세부 이미지), 2005 ©권오상

〈더 스컬프처〉 시리즈는 기존의 사진조각 시리즈들과 물리적 특성을 달리 하지만, 전통 조각의 현대적 변용과 재해석이라는 지점에서 연관성을 가진다. 이 시리즈는 당대의 이상향을 실재에 가깝게 구현하고자 했던 전통 조각의 의미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권오상은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의 이상향으로서 값 비싼 슈퍼카를 대상으로 삼아 전통적 재료인 청동을 이용해 실제 형상에 근접하게 만들되, 주황색 아크릴 물감을 도포하는 등의 변주를 두며 전통 조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권오상, 〈뉴 스트럭쳐〉, 2016, “권오상: New Structure and Relief” 전시 전경(아라리오 갤러리, 2016) ©아라리오 갤러리

그리고 2016년 아라리오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권오상: New Structure and Relief”에서 새로이 선보인〈뉴 스트럭쳐〉와 〈릴리프〉 시리즈 또한 이전 작업들과 이어져 있다.〈뉴 스트럭쳐〉의 경우, 〈더 플랫〉 시리즈에서 엿볼 수 있었던 평평한 조각의 형태를 더욱 견고하고 큰 규모의 설치물로 변형함으로써 조각에 대한 논의를 공간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권오상은 채집한 사물의 이미지들을 크게 확대한 후 평평하게 제작하고 서 있는 구조물로 구조화했다. 이때 작가는 내러티브나 목적을 갖고 제작하기 보다는 자율적이며 무의식적으로, 특히 심미적인 판단으로 형태를 다듬었다. 이러한 〈뉴 스트럭쳐〉가 빚어내는 공간은 특정 내러티브가 없어도 조각 특유의 공간성과 연극성을 통해 사건을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힘을 가진다.

권오상, 〈릴리프 16〉, 2016 ©권오상

〈뉴 스트럭쳐〉에서 조각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탐구를 엿볼 수 있었다면, 〈릴리프〉 시리즈에서는 소조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동시대성을 담지한 이미지들을 조각적으로 배치한 작가의 시도가 드러난다.

〈릴리프〉는 동시대 글로벌 문화 트랜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Wall Paper)’에서 채집한 수많은 이미지들 중 일부를 선별한 후 이들을 평평한 원목 판 위에 배치하고 조합하는, 즉 2차원 평면을 쌓아 3차원으로 구축해 나가는 소조 작업이다.

이 또한 채집된 이미지들 사이에 특정한 내러티브나 구체적인 의미가 존재하지 않으며, 즉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미지 덩어리를 빼고 더하는 반복적인 행위를 거쳐 탄생한다.

권오상, 〈기대어 누운 형상 4〉, 2022 ©권오상

최근 권오상은 20세기 영국의 조각가 헨리 무어(Henry Moore)의 조각에 영감을 받아 조각의 추상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헨리 무어 조각에 나타나는 인체가 완전히 분해되어 있는 형태나 구멍이 있는 형태들을 연구하며, 이를 기존의 사진조각 작업과 연결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발전시켰다.

헨리 무어의 조각을 오마주한 와상 조각 〈기대어 누운 형상〉(2020-) 시리즈는 추상적 형체와 유기적 구성에 기반한 독특한 인체 사진조각 작업이다. 추상적인 조각의 형태 위에 배치된 사진 이미지들은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거나 시점이 중복되어 나타남으로써 정지된 형상에 시각적 역동성을 부여한다. 

권오상, 〈기대어 누운 형상 5〉, 2022 ©권오상

인화지를 붙여 제작하던 기존의 사진조각과 달리, 〈기대어 누운 형상〉 시리즈에서는 무광 패브릭에 이미지를 프린팅하여 사용함으로써 조각의 질감과 형태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나아가 조각 안에 공기를 주입해 형체를 부풀리고 고정시킴으로써, 그의 초상 조각은 전시 공간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는 거대한 조각 설치의 형태로 변주되기도 한다.

이처럼 권오상의 작업은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라는 핵심 목표 아래 지속해서 서로 다른 연작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유기적으로 발전하고 확장되어 왔다. 조각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초점을 맞추며 동시대성을 반영한 조형 실험으로 이어져 왔다. 권오상의 다양한 조형 실험들과 매체 간의 절묘한 융합은 예술의 경계를 지속해서 확장하며 조각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해오고 있다.

“나는 정말 인류가 어떻게 조각을 하면서 살아왔는가와 같은 보다 근원적인 조각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권오상, 작가 노트)


권오상 작가 ©리움미술관

권오상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부 졸업 후 동대학원 조소과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롯데 에비뉴엘 아트홀(서울, 2023), 일민미술관(서울, 2022), 수원시립미술관(수원, 한국, 2022), 아라리오갤러리(서울, 한국, 상하이, 중국, 2016) 등에서 개인전 및 협업전을 개최하였으며 에르메스(시드니, 호주, 2016), 워터풀갤러리(뉴욕, 미국, 2016), 오키나와 현대미술센터(오키나와, 일본, 2015), 조이스파리(파리, 프랑스, 2014), 하다컨템포러리(런던, 영국, 2013), 맨체스터 아트갤러리(맨체스터, 영국, 2008) 등 세계 등지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4; 2023; 2018; 2014; 2011; 2010), 경남도립미술관(창원, 한국, 2023), V&A 미술관(런던, 영국, 2023), 더샵하우스(홍콩, 중국, 2022), 대림미술관(서울, 한국, 2020),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2015), 싱가포르 현대미술관(싱가포르, 2014), 사치갤러리(런던, 영국, 2010) 등의 기관이 연 단체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References

Articles

Editor’s Pi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