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문화에 나타나는 '캐릭터'적 요소로 작업하는 한국 작가 3인 - K-ARTNOW
이동기 (b.1967) 대한민국, 서울

이동기는 홍익대학교 회화과(1990) 졸업하고 동대학원 회화과 석사학위를 취득(1995)했다. 현재(2022) 피비 갤러리(PIBI Gallery)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이동기는 1993년 온갤러리(서울,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였다. 같은 해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아톰’과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합성하여 대중문화와 현실을 담아내는 캐릭터 ‘아토마우스(Atomaus)’를 탄생시켰다.

1994년 갤러리 보다(서울, 한국)에서 연 그룹전 《리모트 컨트롤》에서 처음 발표된 아토마우스는 예술장르와 만화의 혼합을 통한 한국적 팝아트의 캐릭터로서 작품의 주요 이미지로 지속하여 등장한다.

《이동기 개인전》(2002, 고바야시갤러리, 동경), 《스모킹》(2006, 원앤제이갤러리), 《버블》(2008, 윌렘커스붐갤러리, 암스테르담), 《이동기: 펜타곤》(2021, 피비 갤러리, 서울) 등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가지며 아토마우스 외 에이맨(A-Man), 박스로봇(Box Robot) 등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과 한국 드라마 장면을 연출한 ‘소프 오페라(Soap Opera)’ 연작(2012~)을 선보였다. 2008년 갤러리2에서 가진 《더블 비전》 전시 이후 추상 회화 시리즈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그룹전 (요약)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일상, 기억, 그리고 역사’》(1997, 광주 시립 미술관, 광주, 한국), 《미디어시티서울 2000》(2000, 서울 시립 미술관, 서울, 한국) 《애니메이트》(2005,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후쿠오카, 일본), 《Lead in Korea II》(2009, With Space Gallery, 베이징, 중국), 《퍼맨티드 소울》(2015, 워터폴맨션, 뉴욕, 미국), 《DMZ 아트 & 피스 플랫폼》(2021,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 유니마루, 파주, 한국)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수상 (선정)

2008년 소버린 아시아 미술상 (소버린 예술재단, 중국)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과천,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금호미술관(서울, 한국), 윌록 프로퍼티(홍콩) 등이 있다.

주제와 개념

이동기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중문화와 예술의 관계를 탐구한다. 만화, 드라마, 광고, 인터넷, 서브컬처 같은 대중문화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이미지와 고전미술작품, 모더니즘 회화, 추상미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출처에서 시각적, 철학적 요소들을 차용한다. 그리고 가져온 이미지를 해체, 변형, 혼합, 중첩, 재구성하여 회화를 완성한다.

이동기는 흔히 한국 팝아트의 1세대, 아토마우스의 작가로 불린다. 틀린 평은 아니지만, 이 호칭이 그가 작품에 담아내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1960년대의 앤디 워홀이 그러했듯, 그는 작업 초기인 1990년대부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에 도전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만화 캐릭터를 순수 예술 작품 전면에 도입한 최초의 한국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그래픽적 요소와 만화 캐릭터로 인해 그를 단순히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로 분류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에 맞서 그는 한국 현대미술에 결핍되었던 ‘팝’을 고민하고, 앤디 워홀, 프랑크 스텔라,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같은 순수 예술 작가들의 작업 언어를 참조해 창작함으로써 자기만의 종합을 완성해나간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내 자신의 작업’”이라고 말하는 이동기의 작업은 이제 한국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주요한 이미지과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최근 십여 년간 지속하고 있는 절충주의 작업, 그리고 2016년 전시 《심연》(Abyss, 갤러리2, 서울, 한국)에 보여준 고착화에 대한 경계, 2018년 전시 《Words》(갤러리2, 서울, 한국)에서 선보인 새로운 작품들을 보건대 그는 어떤 명칭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그렇게 자기만의 ‘보기’와 ‘그리기’로 나아가고 있다.

형식과 내용

“‘창조’하지 않으려고요. 저는 제 작품들이 전적으로 새로운 게 아니고,
과거의 이미지들을 전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이미지들에는 물론 미술작품들도 포함되겠죠.”


이동기가 창조한 캐릭터 ‘아토마우스’와 관련 연작 ‘버블’, ‘스모킹’은 그의 방법론을 잘 보여준다. 작가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서 아토마우스는 자기가 존재하는 공간, 표정, 포즈, 복장 등의 무한한 변형과 자기복제를 지속한다.

이로써 작가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아가 이미지·정보·언어 과잉의 시대적 현실과 ‘긴장’과 ‘균형’, ‘실제’와 ‘허구’의 충돌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담아낸다.

이동기는 만화적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작품 외에 만화의 한 페이지를 잘라내고 확대에 캔버스에 그리는 ‘코믹스(Comics)(1988~ ), 해외에 소개된 한국 드라마의 장면을 캡처해 그린 ‘소프 오페라’, 표현주의적인 요소가 담긴 올오버 ‘추상화(Abstract painting)’(2018~ ), 다양한 이중성을 암시하는 단어와 이미지, 그리고 추상적 패턴을 뒤섞은 ‘절충주의(Eclecticism).’ 등 다양한 갈래의 연작을 전개하고 있다. 2010년부터 그가 집중해온 절충주의 회화는 그의 회화의 핵심이 되는 혼종과 혼용, 그리고 충돌과 레이어링을 전면에 다룬다.

다수가 쉽게 소비하는 대중문화와 그 안에서 독자적 특질을 나타내는 서브컬처가 결합되어 더욱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이 연작은 합리적이지 않은 의미 체계를 암시하며, 오늘의 문화현상과 현대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최근에는 문학, 미술, 음악, 작가의 메모 그리고 인터넷과 인쇄물에 추출한 단어들을 재배하는 작품 ‘words’를 선보이며 작품 세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동기가 작업을 시작한 1990년대 한국은 문화변동의 시기였다. 민중미술이 퇴조하고,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에 불이 붙었다. 뉴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심도 일기 시작했다.

이런 시류 속에서 데뷔하여 ‘팝’을 고민하는 이동기의 작업이 주목을 받기는 하였으나, 아직은 한국 예술계에서 낯선 것으로 받아들였다. 국내의 이런 거부감에 반해, 무라카미 다카시를 위시한 일본의 팝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팝아트, 그리고 한국의 팝아티스트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되면서 팝아트를 삶과 일상 속에 존재하는 시각 문화의 자기(비평적) 고백으로서 이해하는 시각이 자리 잡았고, 현대미술문화와 미술 시장이 확대되면서 팝아티스트들의 활동이 창작뿐만 아니라 기업과의 협업, 출판,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으로 뻗어 나갔다. 이동기는 이러한 한국 미술계 흐름의 중심에서 있었던 작가다. 이동기와 홍경택, 김동유의 작품이 해외 옥션에 활발히 거래되었고, 한국에서 팝아트 붐이 본격적으로 일었다.

팝이 당초 이전 미술사조가 가지지 못한 대중과의 친화력으로 외연을 확장하듯, 이동기는 대중문화 또는 순수미술 어느 한 영역이 다 가지지 못하는 특유의 친화력과 매력을 가진 작업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1991년 오스트리아 비인에서 열린 전시 《Sonnenschein》(칼-스트로블 갤러리)에 참여한 이래 동아시아, 미주, 유럽에서 전시와 아트 페어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더해가고 있다. 한편 BTS 멤버 제이홉의 싱글앨범 커버아트를 제작(2021)하고, 대기업과 협업하여 아트상품을 내놓는 등 대중과의 거리도 더욱 좁혀가고 있다.

이런 그의 작품 세계와 행보는 더는 ‘팝’ 안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한국회화에 작품 내외적으로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한다.

오타쿠 문화에 나타나는 '캐릭터'적 요소로 작업하는 한국 작가 3인
A Team

이동기, 손동현, 이윤성 작가는 한국에 유입된 오타쿠 문화의 캐릭터적 요소를 활용하여 각자만의 작업 세계를 펼친다.


Lee Donggi x BTS J-Hope ‘Chicken Noodle Soup’ Cover Art Work.

부산시립미술관이 2023년 1월 26일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규모 회고전인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를 열었다. 전시는 개막 35일 만에 관람객 수 9만 4천여 명을 기록했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미술관은 더 많은 시민이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당초 예정보다 한 달 뒤인 4월 16일까지 전시를 연장했다. 미술관에 따르면 이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평일 평균 2,500명, 주말 평균 4,00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해당 전시가 이만큼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유명 작가의 개인전이라는 점을 넘어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세계가 요즘 젊은 세대의 취향에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아니메 캐릭터 피규어나 로리콘 등 일본의 오타쿠적 표현 양식을 현대 미술의 문맥으로 끌어들인 작가이다. 무엇보다도 ‘슈퍼플랫'(Superflat) 개념을 창안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서브 컬처)’의 경계를 무너트려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 세계에는 만화에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 작가는 1994년 일본의 SCAI 바스 하우스 개인전에서 미국의 소닉과 일본의 도라에몽을 합친 캐릭터 ‘DOB’를 발표했고, 그 외에도 탄탄보와 무라카미 플라워를 만들었다. 작가는 서사가 결여된 형태로만 존재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캐릭터를 통해 현대 미술의 특성을 반영하고자 했다.

작가의 작업 세계에 나타나는 오타쿠 문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대중문화의 한 형태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오타쿠 문화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집착하는 사회 부적응자 집단 문화로 간주되었다. 여전히 오타쿠라는 용어에는 부정적 뉘앙스가 남아 있지만 현대 대중문화에서 이는 하위문화(서브 컬처)에 취미를 둔 ‘마니아’와 비슷한 뜻을 갖게 되었으며, 훨씬 유동적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자랑했던 일본의 문화는 200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도 적극 수용돼 많은 젊은 한국 청년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Exhibition view of "TAKASHI MURAKAMI: MurakamiZombie" at the Busan Museum of Art. Photo: Studio Jeongbiso, Dongseok Park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특히 오타쿠 문화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서사 자체보다는 콘텐츠 내 개별 캐릭터를 중심으로 문화가 소비된다. “일본 현대 미술에 나타난 서브 컬처의 영향”이라는 논문에서는 귀엽고 에로틱한 외형을 갖춘 캐릭터에 대한 가상적 연애 감정이 오타쿠 문화 소비의 주요 동기라고 설명한다.

오타쿠적 캐릭터 소비 형태는 한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게다가 오타쿠 문화와는 별개로 캐릭터 소비는 한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자기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소비 또한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따라서 다양한 캐릭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비춘다. 한때 유행했던 ‘부캐(副 캐릭터)’나 지금까지 유행하고 있는 MBTI 검사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현대 미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젊은 작가들은 만화에 등장할 법한 캐릭터를 만들어 작업을 한다. 그리고 젊은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이 인기도 많다. 한국에서는 젊은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아트 페어와 갤러리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같은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많이 전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옥승철, 콰야와 같은 작가들이 있다. 이외에도 한국 경매 시장에서는 우국원, 문형태를 비롯한 국내 작가들과 일본의 아야코 록카쿠 작가가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성장하고 작업을 시작한 일부 한국 작가들은 일본 오타쿠 문화, 특히 캐릭터의 다양한 요소를 차용하여 한국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DOB보다 1년 앞서 이동기 작가는 ‘아토마우스’를 발표해 현대인들의 페르소나를 표현해 왔다. 반면, 손동현 작가는 동양 미술과 대중문화에 나타나는 대중문화적 요소를 합쳤으며, 이윤성 작가는 아니메에 나오는 표현 양식을 빌려 고전을 재해석했다.

이동기(b. 1967)
Lee Donggi, 'Atomaus,' 2017, Acrylic on canvas, 140 x 170 cm. Courtesy of the artist.

이동기(b. 1967) 작가 하면 1993년에 탄생한 ‘아토마우스(atomaus)’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캐릭터는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제이홉의 앨범 커버 중 하나에도 등장한다. 아토마우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아톰’과 미국 만화 주인공 ‘미키마우스’를 새롭게 조합하여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아토마우스는 추상 회화라는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적 관습에 저항하기 위해 태어났다. 동시에 이 캐릭터는 한국이 갖는 특성을 반영한다. 아토마우스는 문화 강국인 미국과 일본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풍자하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융합하는 모습도 함께 비춘다.

아토마우스는 이동기 작가의 그림 속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연기한다. 캐릭터는 고전 회화의 등장인물이 되기도 하고, 불상이 되기도 하며, 유명 록스타로 변신하기도 한다. 친숙하면서도 대중적인 캐릭터의 이미지는 불안정하고 공허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는 오늘날 현대인의 불안한 정서를 반영한다. 또한 작가는 아토마우스를 다양한 맥락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여러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멀티 페르소나적 특성도 담는다.

손동현 (b. 1980)

Son Donghun, 'Dot Dot,' 2016-2017, Ink on paper, 76 x 51 in. Courtesy of the artist.

동양화를 전공한 손동현(b. 1980) 작가는 전통 동양화 미술 기법으로 동시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그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 초상화 기법으로 그린 슈렉, 배트맨, 마이클 잭슨의 이미지는 한동안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손동현 작가의 회화 작품들은 한눈에도 쉽게 이해되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층위는 마냥 얕지만은 않다. 작가는 작품 안에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넘어 동양 미학의 이론을 담는다. 작가는 동양화의 ‘전신사조(傳神寫照)’론을 차용하여 인물의 외형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내면세계를 반영하고 그 사람의 정신을 전달하는 대중문화 초상화를 제작한다. 특히 작가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기억 속에 남은 청춘을 상징하는 어떤 특성을 대중문화 이미지에 빗대어 장지에 옮긴다.

손동현 작가가 그려 내는 캐릭터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마치 많은 대중문화 팬들이 원본 콘텐츠를 재료 삼아 2차 창작을 하듯, 작가는 동양화의 대표 작품, 사물, 기법을 마치 대중문화의 주인공처럼 그려 낸다. 일본 오타쿠 문화에서 말하는 ‘모에 의인화’처럼 사물을 마치 인간처럼 대하며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손동현 작가의 ‘소나무’ 연작을 예로 들 수 있다. 동양 회화에서 소나무는 지조와 기개라는 굳건한 정신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동양에서 말하는 이러한 특성을 의인화해 강인한 모습의 영웅으로 그린다.

이윤성 (b. 1985)

Lee Yunsung, 'The Annunciation,' 2014, Oil on canvas, 117x91 cm, 194x261 cm , 117x91 cm. Courtesy of the artist.

이윤성(b. 1985) 작가는 일본 망가나 아니메 문화에 나타나는 기법으로 그리스·로마 신화 또는 고전 회화의 주제를 재해석해 묘사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수많은 고전들이 귀여우면서도 에로틱한 ‘모에 미소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작가의 ‘크로노스’(2011)라는 작품으로 그 예를 살펴볼 수 있다. 서양 고전에서 크로노스(로마 시대의 이름은 사투르누스)라는 신은 아들 중 하나가 반란을 일으킬 거라는 예언 때문에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이들을 집어삼켜 버린다. 이윤성 작가는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그려진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의 회화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Saturn Devouring His Son, Saturno devorando a su hijo)’(1821-1823)에 빗대어 아니메풍 회화 작품을 만들었다.

이윤성 작가의 작품에서 그로테스크하고 공포스러운 고야의 사투르누스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문법으로 재해석된다. 작품에는 잔인한 남성의 모습 대신 아름다운 소녀가 등장한다. 사지가 잘린 아기를 붙잡고 있는 미소녀 캐릭터는 무섭기보다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배경에 퍼져 있는 살점과 피는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표현돼 오히려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이윤성 작가의 작품은 고전적인 이미지를 현대 젊은이들이 공유하는 서브 컬처의 이미지로 재탄생시킨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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