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현 작가, 전통 회화로 현대인의 삶을 그리는 것에서 한국 산수화가의 정신으로 한지를 연구하기까지 - K-ARTNOW
손동현 (b.1980) 대한민국, 서울

손동현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2005)하고 동대학원 동양화과 석사학위를 취득(2014)했다. 2007년부터 갤러리2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화의 동시대적 해석과 대중문화

개인전 (요약)

가는 2005년 갤러리 세줄(서울, 한국)에서 열린 그룹전 《Funny Funny Ⅳ》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 아트스페이스 휴(서울, 한국)에서 열린 개인전 《파압아익혼:波狎芽益混》 전에서 한국화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결합한 ‘한국형 팝아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마이클 잭슨의 초상 연작, 할리우드 영화의 악당이나 풍경, 유명 브랜드의 로고 등을 소재로 현대 사회의 초상과 대중문화의 상징을 다루는 작업을 지속했다.
2014년 개인전 《PINE TREE》(2014,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한국)에서 소나무를 중심으로 고전 동양화의 소재, 기법, 형식과 언어를 변주한 작품으로 작업의 변화를 꾀했다.

2021년 개인전 《이른 봄》(페리지 갤러리, 서울, 한국)에서는 10폭으로 이루어진 산수화를 전시하여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그룹전 (요약)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두산 갤러리(뉴욕, 미국), Aando Fine Art(베를린, 독일)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수상 (선정)

2015년 제 15회 송은미술대상(송은미술재단) 대상, 2017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체육관광부)을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대구미술관(대구, 한국), 송은문화재단(서울, 한국) 등이 있다.

주제와 개념

손동현은 동아시아 회화가 추구해온 가치들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현대 대중문화에서 찾은 소재를 동아시아의 전통화 양식으로 그린 작품을 선보여왔다. 특히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인 ‘영웅과 악당’ 신화를 중심으로 인물화를 전개해왔다.

학부 시절부터 이어진 그의 초기 작업은 할리우드 영화의 대표적인 영웅과 악당 캐릭터, 마이클 잭슨과 같은 대중문화 스타를 전통 초상화 형식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다양한 브랜드의 로고를 문자도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이는 서구 문화의 단면을 전통 동양화법으로 그림으로써 소재와 형식의 대비를 통해 현시대를 풍자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재하는 인물의 정신성을 포착하여 시각화하는 손동현의 초기 인물화는 2014년 개인전 《PINE TREE》를 기점으로 동아시아 문인화의 화제(畵題)를 새로운 캐릭터로 창작하는 작업으로 확장한다.

이는 다시 수묵, 글과 그림의 관계, 사군자 등 동아시아의 회화론 전반과 연결되는데, 개인전 《Ink on Paper》 (2015, 갤러리2, 서울, 한국)와 《Ink on Paper Ⅱ》 (2020, 갤러리2, 서울, 한국)의 전시에서 동양화의 주요 매체와 색채 그리고 표현방식에 관한 탐구로 나아간다.

손동현의 작품 전반이 인물화라는 틀 안에서 전개되기는 하나 ‘island’ 연작(2010)과 ‘battlescape’ 연작(2013)에서부터 ‘이른 봄’ 연작(2021)에서 볼 수 있듯 산수화의 재해석도 그의 주요한 작품의 축을 이룬다. 문자 혹은 언어를 향한 손동현의 관심이 초기 문자도와 음차를 이용한 표제에서부터 드러난다.

일례로 그는 2010년부터 연작의 로고나 개인전의 현판을 문자로도 제작했다. 《Ink on Paper Ⅱ》 전시에서는 문자도를 인물화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를 한다. 이와 더불어 ‘묵’의 영어 표기인 ‘잉크’에 주목하고 다양한 쓰기 매체를 사용하여 이미지와 문자, 그리기와 쓰기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렇듯 손동현의 시선은 실존했던 혹은 볼 수 있는 인물에서 점차 비가시적인 흐름과 의미로 이동한다.

형식과 내용

손동현은 작가로 데뷔한 2005년 이후 지금까지 동아시아 전통화의 방법론을 재해석해 창작을 이어왔다. 따라서 전통 채색화와 수묵화의 기법과 재료를 기본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캘리그라피 잉크와 아크릴 잉크, 형광 안료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고 있다. 분무, 탁본, 배채법, 그래피티, 만화의 말풍선 사용 등 기법 에서도 변화를 추구한다.

한편 작품을 담는 화면에서도 인물의 전신을 담고 정면성을 강조하는 화판 표구뿐만 아니라 병풍이나 대형 캔버스, 족자, 부채, 화첩, 두루마리에 그림을 그려 설치하는 등 전시 연출을 다변화한다.

작가는 작품의 표현 방식에서 꾸준히 새로움을 모색하지만, 작품 제작 과정에서 변치 않는 기조가 있다면 바로 레퍼런스의 사용이다.

과거부터 축적되어온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가져오는데, 조선시대 어진이나 산수화, 문인화, 서예와 같은 동아시아의 고전 작품부터 팝, 코믹스, 망가에 이르기까지 그 출처가 무궁무진하다.

지형도와 지속성

손동현은 동아시아 전통회화와 대중문화 어법의 접목으로 데뷔 초 한국화의 위기 속에서 파격적인 대안을 들고나온 참신한 동양화가라는 평을 받았다. 팝아트의 계보에서 소위 한국형 팝아트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기도 했다. 현대 미술에서 다소 소외되어온 초상화에 대중이 친숙한 이미지를 결합하여 얻은 대중적 인기도 여전하다.

손동현의 작품은 문화사나 미술사적으로 유의미한 동아시아 회화의 개념과 매체를 현재 시점으로 소환하여 조명하고 실험하며 국내외 미술사 안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가고 있다. 

요코하마, 베이징, 뉴욕, 베를린 등 다수 해외 그룹전에 참여하였으며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연계 특별전으로 아시아 작가들을 소개한 《Future Pass》 (Abbazia di San Gregorio, 베니스, 이탈리아)에 초대되었다. 2012년에 독일의 Aando Fine Art에서 개인전 《Where Evil Dwells》를 열기도 하였다.

제10회 아트부산(2021)에서는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현대미술가 10인의 그룹전 《아트악센트(Art Accent)》를 기획 하였다. 이 전시에서 손동현은 자신이 가진 ‘전통의 계승, 전통의 현대화’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아시아 미술의 역사에서 문제의식을 찾아 자기 작업으로 이루어 나가는 작가들을 소개하였다.

그의 작품세계가 드러내는 주요한 문제가 비단 개인의 것, 한 때의 이슈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손동현 작가, 전통 회화로 현대인의 삶을 그리는 것에서 한국 산수화가의 정신으로 한지를 연구하기까지
A Team

손동현 작가는 인물화, 문자도, 십장생도, 민화 등 전통 회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동양화의 지평을 넓힌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옛 우리 그림 양식으로 그려 미술계에서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Son Donghyun. Courtesy of the artist.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로 2008년에 시작해 총 40점을 남긴 연작 ‘왕의 초상’이 있다. 전통적 사조, 기법, 형식, 매체를 사용하여 그려진 인물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마이클 잭슨이다.

손동현 작가는 마이클 잭슨의 여러 모습을 초상화로 제작했다. 작가는 잭슨이 ‘팝의 황제’로 불리기 전까지는 공신초상(功臣肖像)으로, 황제로서의 타이틀을 얻고 난 후의 모습은 어진(御眞)으로 구분하여 그렸다.

조선 시대 초상화 기법은 외관의 재현에서 나아가 대상의 인생관이나 정신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손동현 작가는 잭슨의 관상학적 변화를 기록하고 잭슨의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사에 전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이를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Son Donghyun's solo exhibition "Ink on Paper III" at Gallery2, Seoul. March 3 to April 2,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손동현 작가는 동양화를 활용하여 다양한 실험을 끊임없이 펼치는 작가로, 얼마 전 막을 내린 개인전에서는 이전 작업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

“Ink on Paper”전은 평창동의 갤러리2에서 진행한 손동현 작가의 3부 프로젝트로, 2015년, 2020년, 그리고 지난 3월 3일부터 4월 2일까지 세 번에 걸쳐 개최되었다. 작가는 먹, 잉크, 종이라는 각각의 주요 재료에 초점을 두고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으며, 재료에 관한 심도 있는 탐구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종이’를 주제로 한지의 특성을 살린 수묵산수화를 전시했다. 한지는 닥나무의 섬유질만으로 제작되어 틈이 많고 번짐 효과가 있지만 오늘날의 종이와는 다르게 구겨졌더라도 물을 뿌리면 원래의 평평한 형태를 되찾고, 접었을 때 가장자리에 설 수 있는 충분한 물성을 가진다.

이러한 한지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는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한지에 가장 잘 안착하는 먹만을 사용했다. 또한, 붓은 많은 회화 작품을 그릴 때 사용하는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작품 정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붓을 제외한 다양한 도구와 기법을 사용했다.


Son Donghyun's solo exhibition "Ink on Paper III" at Gallery2, Seoul. March 3 to April 2,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작가는 한지를 마구 구긴 후 먹을 뿌려 산세를 표현해 잘 말린 다음 다시 물을 뿌려 그림을 판판하게 펴거나, 장난감 기차 레일을 올려 폭포를 그리거나, 화첩을 제작하여 그 안에 용이나 먹구름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했다.

작가는 전통적인 산수화의 형식을 재해석하기 보다는 옛 화가들의 자유 정신을 반영하고자 했다.

수묵산수화를 즐겨 그리던 문인들은 눈에 보이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담아내는 것보다는 사물의 진수와 화가의 이념을 표현하는 것에 치중했으며, 도가의 무위자연을 산수화에 빗대어 그림을 그렸다.

달리 생각하면 산수화를 그리는 것이 문인들이 즐겼던 놀이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작가는 이러한 생각의 연장 선상으로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전시 곳곳에 나타났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풍경에 용이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을 여러 개의 표구 작품들로 표현한 것이 한 예이다.


Son Donghyun's solo exhibition "Ink on Paper III" at Gallery2, Seoul. March 3 to April 2,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이러한 손동현 작가의 실험 정신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한지를 구겼다가 펴고, 평평한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접어서 화첩이나 부채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는 실험을 펼쳤다.

또한, 대형 평면 작업에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한 화면에 담아낸 반면, 소품으로 구성된 작품들에서는 작품 당 한 요소만을 담아 각각의 작품들이 서로 이어지듯이 구성하여 화폭의 경계를 허물었다.

손동현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림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 기관에서 소개된 바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송은미술재단 등 다수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독창성과 참신함을 인정받아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상하는 ‘오늘의 젊은 예술인상’을 받았으며, 2015년에는 ‘송은미술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또한 국내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아카이브와 아트 마켓을 준비 중인 에이프로젝트 컴퍼니에서 운영하는 K-ARTIST.COM에 참여하고 있다.

손동현 작가는 오는 5월 18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 예정인 그룹전 “생의 찬미”에 참여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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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profit_Exhibition 그야말로 이른 봄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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