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남재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기적과 잠꾸러기”전은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50세 전후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오상(b.1974), 김기라(b. 1974), 유승호(b. 1974), 이동욱(b. 1976), 이정배(b. 1974), 이진주(b. 1980), 정재호(b. 1971), 최수앙(b. 1975), 홍경택(b. 1968) 등 9 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지난 대한민국 역사,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의 흐름을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전시 제목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그룹 드림 시어터의 앨범 “이미지스 앤드 워즈”(1992)에 수록된 대표곡 ‘Metropolis Pt. 1: The Miracle and the Sleeper’에서 따왔다. 20세기 말 발매된 이 명곡은 꿈에서 자신의 전생을 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참여 작가들은 가파르게 성장하며 생산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그에 반하는 비생산적인 작업을 택함으로써 기성 세대와 다른 삶의 방식을 영위한다. 꿈을 꾸고 있는 잠꾸러기로 비치기도 하는 이 세대의 작가들은 자유를 즐기는 유목민인 보헤미안이자 도시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저항적 존재이기도 했다.
이들은 모더니즘 세대를 경험하면서도 다른 차원의 세상을 꿈꾸었으며, 실재와 환영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적을 추구했다. 회화와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이 전시는 한국의 문화, 전통, 사회, 역사에 대해 저항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직설적인 작가들의 태도를 아우른다.
조각과 부조 작품을 선보이는 권오상 작가는 오늘날 과잉 생산되는 이미지와 그로 인해 발전된 소비 사회의 모습을 사진을 활용한 조각 작품을 창작한다.
영상과 스케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는 김기라 작가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여러 분야의 커뮤니티와 협업하는 작업을 선보임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사유하는 장을 펼친다.
유승호 작가는 글씨로 전통 산수화와 같은 이미지를 그려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전복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문자와 이미지, 전통과 현대, 의미와 형상, 추상과 구상의 역할과 관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동욱 작가는 매우 작은 크기로 사람을 조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사회 비판적 작업을 하는 작가는 수집과 관찰이라는 취미를 활용해 유약한 존재로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염려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정배 작가는 욕망과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동시대의 풍경을 표현한다. 동양화에 영향을 받았으나 작가는 현대 사회로 인해 분절된 자연의 모습을 인공 재료를 활용해 기하학적으로 표현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진주 작가는 기억, 꿈, 의식과 현실의 경계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회화 작품으로 기록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이질적인 심상을 일으키지만 동시에 사회와 개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정재호 작가는 동시대 환경을 동양화의 형태로 기록한다. 그는 현대적 이미지를 파편화하여 재배치해 새로운 서사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무분별한 산업화화 도시화를 비판하는 회화 작업을 해 왔다.
최수항 작가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의 모습을 조각한다. 하지만 그의 조각에 나오는 사람은 일부 일그러졌거나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과대망상과 같은 병리적인 심리를 지닌 오늘날 우리 삶의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홍경택 작가는 책, 연필, 골프채 등과 같은 물건의 색과 형태를 통해 현대 사회에 내재된 욕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회화 작품을 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채색의 여백 속에 있는 손을 그려 절대자와 인간의 욕망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