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b.1982) 작가의 개인전 “Mentality of Disconnection” 이 2022년 8월 17일(수)부터 10월 5일(수)까지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1층 일우스페이스에서 전시되고 있다. 지난 1월 일우재단에서 시상하는 제12회 일우사진상 전시 부문 수상작가로 선정된 기념으로 사진 작품 약 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김신욱 작가는 특정 이야기를 민족지학적 또는 문화 현상적 관점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작가는 관심 대상을 둘러싼 주변부 이야기를 하나하나 조사해 가며 작업을 구성한다. 사람, 풍경, 역사, 전설 등 그 주변을 더듬어 가며 다가서는 작업 과정 때문에 작가의 작업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집 자료도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마치 하나의 큰 그림을 구성하는 조각조각 흩어진 퍼즐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그의 초기 연작 중 하나인 ‘공항도시’(2015-2020)는 작가가 오랜 유학 생활 중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픽업 서비스 일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연작은 공항이 생기며 변화하는 주변 사람들의 삶, 풍경, 제도 등을 사진으로 포착한 연작이다.
2020년 아마도사진상을 수상하면서 전시로 선보였던 ‘네시를 찾아서’(2018-2020)는 1934년 스코틀랜드의 네스호에 촬영된 괴물에 대한 작가의 관심사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네스호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괴물, 네시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와 풍경을 과거의 기사, 현지에서 판매되는 굿즈 상품, 편지 등을 찍은 사진을 통해 보여 준다.
일우스페이스에서 개최되는 전시에서 작가는 ‘Mentality of Disconnection(단절의 망탈리테)’(2021-)와 ‘Edgeland(경계지)’(2021-), 두 그룹의 작품들을 통해 단절의 이야기를 펼친다.
‘Mentality of Disconnection(단절의 망탈리테)’는 분단이 가져온 기억의 흔적들을 포착한다. 분단의 역사는 후대에 내려갈수록 점점 먼 이야기가 되는 듯하지만 그 이야기는 여전히 집단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흉터처럼 남아 있다. 이는 단순히 여행이 불가한 물리적 단절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인들의 집단적 심상에도 새겨져 있다.
작가는 이를 실향민과 탈북자, 동해북부선의 기차 노선, 한국 호랑이 등 세 가지 소재로 사진 작업을 했다.
실향민과 탈북자와 관련된 주제로는 ‘The Marginal Man(경계인)’ 연작이 포함되어 있다. 이북 출신 조부모와 아버지를 가진 작가는 연작을 통해 해외 거주 탈북자의 이야기를 펼쳤다. 영국에서 만난 탈북자 최 씨의 삶을 인터뷰하고, 편지 글과 생활환경을 사진으로 남겨 추적 기록했다. 작가는 이 연작을 통해 개인의 삶에 주목하기보다는 실향민이자 외국의 이방인이며 여느 공동체에서 속하지 못하는 소외된 자의 정서를 따라가며 상실과 소외 그리고 경계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했다.
동해북부선의 기차 노선에 대한 소재는 일제 시대 때 자원 수탈의 목적으로 강원도 양양과 원산을 이은 노선을 조명한다. 이 철길은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뻗어 나갈 예정이었다. 슬픈 역사를 지닌 이 노선은 다양한 지역을 연결할 목적으로 철길과 터널이 건설되었지만 이는 한국 전쟁 이후 여러 총알 자국과 함께 차단되며 현재는 단절을 상징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를 둘러싼 다양한 기억과 풍경 그리고 파편들을 포착했다.
한국 호랑이에 대한 소재는 시베리아에서 전남 진도까지 왕래하던 한국의 상징 동물 호랑이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호랑이는 우리 전래 동화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그 수도 많았던 동물이다. 하지만 조선 정복 과시용으로 자행되었던 일본 제국주의의 조직적인 사냥과 전쟁으로 인한 분단 이후로 그 경로가 단절되었다. 작가는 한국인의 정서에 남은 호랑이에 대한 집단적 기억들이 어떠한 양상들로 남겨졌는지 사진으로 추적해 나간다.
Kim Shinwook, 'Gonghyeonjin Tunnel,' 2022, Inkjet print, 120 x 160 cm. ©Kim Shinwook.
전시의 두 번째 파트로 구성된 ‘Edgeland(경계지)’는 또한 새로운 이야기로 그 단절과 집단적 기억을 포착한다. 작가는 마리온 쇼어드와 로버트 맥팔레인이 언급한 ‘경계지’에서 제목을 빌려 왔다. 도시와 지방 사이는 인간의 흔적이 있으면서도 오히려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다채롭고도 공격적으로 자라나는 야생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도시와 지방 사이에 존재하는 전환의 공간을 경기도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명했다. 서울을 둘러쌓고 있는 경기도는 도심과 벽지라는 극단의 공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지만 무엇보다도 한때 북한과 연결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분단이 된 현재, 서해안 지역에는 초소와 철망이 설치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있어서 경기도 지역은 연결과 단절, 개발과 보존, 물리적 정서적 분단이 뒤섞여 마구잡이로 자라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파주의 임진강과 초평도, 북한의 신의주까지 이어지던 경의선이 있는 지역 등 역사로 인해 단절이 발생하고 그 여파가 남은 장소들을 사진으로 담아 낸다.
Kim Shinwook, 'Gonghyeonjin Tunnel,' 2022, Inkjet print, 120 x 160 cm. ©Kim Shinwook.
김신욱 작가는 영국 왕립미술원 브리티시 인스티튜션 어워즈 수상을 비롯해 프랑스 툴루즈 매니페스토 사진 페스티벌 선정 작가, 제7회 아마도사진상과 KT&G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작가상 등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핀란드 국립미술관, 이탈리아 팔라초 타글리아페로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 러시아 크라스코야르스크 미술관 비엔날레 등의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일본 기요사토 사진미술관, 한국 고은사진미술관,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등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