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6일부터 2024년 5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가 서울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많은 변화가 일었던 1990년대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적 면모를 드러내는 신소장품을 소개한다.
2023년 6월 16일부터 2024년 5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가 서울관에서 개최된다.
이번에 개최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전의 제목은 1985년작 헐리우드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에서 빌려 왔다. 주인공이 1985년을 기점으로 30년 전후로 시간 여행을 하는 영화의 이야기처럼, 전시는 1990년대를 중심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된 소장작품들을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87년 한국에서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성 맥락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는 이 시기, 특히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작가들이 확립한 예술적 정체성을 탐구하고, 소장품 전시를 통해 최근까지 이어져 온 그들의 예술 세계를 살핀다.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전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90년대 시대 전환기를 예술적 토양으로 삼아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적 양상을 드러낸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수집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는 국제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공산권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고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가 확립되었다. 경제 영역에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부상하면서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졌다.
인터넷의 등장은 이러한 발전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 시기에 정보 통신 기기의 등장과 대중화는 전 세계 사람들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한국은 이 시기에 1988년 올림픽을 거치며 세계화에 발을 디뎠다. 또한 독재 시대의 종식을 맞이하며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으며, 1996년 OECD에 가입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이 10,000 달러에 도달하면서 한국은 본격적인 소비 사회에 돌입했으며, 식생활, 의생활 그리고 주생활 영역에서 소비 경향이 양적 소비에서 질적 소비로 전환되었다. 이 시기부터 한국의 대중은 개성화, 차별화와 다양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술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급변하는 정치·사회·경제적 상황만큼이나 영화, 음악, 만화 등 대중문화 예술은 당시 새로운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당시에 활동하던 작가들은 기존 관습에서 벗어난, 이전 논리로는 해석되지 않는 현상과 상황이 거리낌 없이 펼쳐졌다.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전에서는 서울관이 전개해 온 프로그램의 성격을 드러내면서 미술사적 맥락에서 의미 있는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또한 해당 전시는 서울관의 전시 정책과 방향을 드러내는 작품을 선보이는 소장품전으로 기능한다.
Bahc Yiso, ‘Entrance of History,’ 1987, Acrylic on canvas, 181.4×187cm. MMCA collection.
전시는 ‘시대 변환과 미술 지형 변동’, ‘불일치의 활성화’, ‘이질성과 그 비평적 시공간’ 그리고 ‘미래 간섭 혹은 미래 개입’ 등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시대 변환과 미술 지형 변동’에서는 공성훈, 김범, 박이소, 이동기, 이용백, 최정화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일어났던 전 세계적 상황과 당 한국의 사회 환경을 반영한다.
‘불일치의 활성화’ 섹션은 김세진, 박화영, 유비호, 함양아 등의 초기 미디어 작업을 주로 소개한다. 여기서는 ‘동시대성’을 기존의 헤게모니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보고 비선형적 이야기 구조, 분절적 화면 전개, 시간적 굴절, 시청각적 감각의 뒤틀림과 같은 미디어 작품의 어법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를 살펴본다.
‘이질성과 그 비평적 시공간’에서는 구동희, 김두진, 김상돈, 노재운, 금혜원, 노충현, 정재호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1990년대 이전은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고도성장의 수혜와 폐해가 교차 충돌하던 시기였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간들이 혼재되어 혼란하고 새로운 역동이 일어나는 기운데 성장하며 창작 역량을 구축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Rho Jaeoon, ‘God4Saken,’ 2009, Web based art, color, sound. MMCA collection
‘미래 간섭 혹은 미래 개입’은 김아영, 남화연, 안정주 등의 2010년대 전후 미디어 작업을 살피며 한국 동시대 미술의 전반적인 흐름을 들여다본다. 1990년대 형성된 국내 현대 미술의 동시대성이 미디어 작업을 통해 어떻게 전개되고 확장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서울관의 제1전시실에서 약 1년간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는 대표 미술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수집한 주요 소장품을 통해 한국 현대 미술의 동시대성 형성과 의미를 추적하고, 이를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폭넓게 선보이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