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Kiaf SEOUL과 Frieze Seoul이 9월 2일 동시에 개막한다. 이를 전후한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서울 전역에서는 2026 서울아트위크가 열린다.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 아트페어, 대안·신생공간 등 135개 시각예술 기관과 공간이 참여하면서 서울은 일주일 동안 하나의 거대한 미술 현장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서울아트위크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아트페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Kiaf와 Frieze가 짧은 시간 안에 세계 미술시장의 현재를 압축해 보여준다면, 서울 곳곳의 미술관과 전시공간에서는 한국미술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떻게 변화했으며, 지금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다 깊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 추상미술의 형성과 단색화의 전개에서부터 한국화의 동시대적 확장, 이주와 정체성, 사회 시스템, 비물질적 감각과 디지털 환경을 탐구하는 작업까지 한국미술의 서로 다른 시간과 언어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들이 하나의 공통된 ‘한국성’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작가들이 자신의 조건과 경험에서 출발해 독자적인 미술 언어를 구축해온 과정이 오늘의 한국미술을 형성한다.
 
서울아트위크를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미술계 관계자와 컬렉터, 미술 애호가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일곱 전시를 선정했다.


사진: Jeon Taeg © Do Ho Suh + Tate

서도호 — 집, 이동 그리고 기억의 공간
 
올해 서울아트위크에서 우선 주목할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서도호는 ‘집’을 출발점으로 이주와 거주, 개인과 공동체,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자신이 실제로 살았던 건축공간을 반투명한 천으로 재현하거나 서로 다른 도시에서 경험한 장소를 연결하면서, 집을 물리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몸과 기억에 축적되는 장소로 확장했다.
 
그의 작업에서 문과 복도, 계단과 벽, 바닥은 단순한 건축 요소가 아니다. 한 개인이 특정한 장소를 통과하며 축적한 시간과 경험을 드러내는 기억 장치에 가깝다. 가볍고 이동 가능한 천으로 만들어진 집은 정교한 기록인 동시에 언제든 접어서 다른 장소로 옮길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초기작부터 주요 대표작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서도호의 작업 세계를 폭넓게 조명한다. 대규모 설치작품 〈둥지/들(Nest/s)〉(2024)을 비롯해 그가 수십 년 동안 발전시켜 온 공간과 이동에 대한 사유를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을 오가며 활동해 온 서도호에게 이동은 작업의 조건이자 주제가 되어왔다. 세계 미술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작가지만 그의 작품을 다시 서울이라는 장소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서 출발해 세계를 이동해 온 한 작가가 ‘어디가 집인가’라는 개인적인 질문을 어떻게 보편적인 동시대의 문제로 발전시켰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전시 정보
 
전시명: 《서도호》
영문명: 《Do Ho Suh》
기간: 2026년 8월 27일–2027년 2월 9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관람 및 예약: 방문 전 전시 예약 여부 확인
홈페이지: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우스의 나라 [그라비타]》 전시전경 2026,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 〈[EB] Evocative Burst〉, 2025 사진: 마커스 트레터 © 구정아,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

구정아 《우스모스》 —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각하다
 
서울아트위크 후반부인 9월 5일, 리움미술관에서는 구정아의 개인전 《우스모스(OUSSSMOS)》가 개막한다. 서울아트위크 기간에 이 전시를 관람하려면 9월 5일이나 6일 일정을 확보해야 한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였던 구정아는 지난 30여 년 동안 향과 빛, 자력, 야광물질, 소리, 건축적 개입과 스케이트파크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며 눈에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힘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구정아의 작업은 하나의 조각이나 설치를 독립적인 대상으로 감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난다. 작품이 놓인 공간의 냄새와 빛, 온도와 분위기, 관람자의 움직임처럼 쉽게 포착되지 않는 요소들이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감각적 환경을 형성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린 구정아의 미술관 개인전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야광과 스케이트파크, 자석과 향 등 작가의 작업세계를 관통해온 주요 요소가 함께 제시된다.
 
《우스모스》는 2025년 프랑스 LUMA Arles의 《우스의 나라 [강세](Land of OUSSS [KANGSE])》와 2026년 오스트리아 Kunsthaus Bregenz의 《우스의 나라 [그라비타](Land of OUSSS [GRAVITTA])》에 이어지는 전시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장이다. 앞선 전시에서 탐구해온 ‘우스(OUSSS)’의 여러 층위를 하나의 우주적 환경으로 확장한다.
 
전시는 M2 전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품은 로비와 벽 사이의 숨겨진 공간, M1 고미술 상설전시장 등 미술관 곳곳으로 스며들며 현대미술과 고미술, 전시장과 공용공간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관람자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작품을 보는 대신 미술관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구정아의 작업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보다 관람자가 공간 안에서 미세한 변화와 낯선 감각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만든다. 눈에 보이는 작품만큼이나 그것을 둘러싼 분위기와 에너지, 관람자의 몸과 공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서도호가 이동하는 인간에게 ‘공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구정아는 우리가 그 공간을 과연 얼마나 깊이 감각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전시 정보
 
전시명: 《구정아: 우스모스》
영문명: 《Koo Jeong A: OUSSSMOS》
기간: 2026년 9월 5일–12월 27일
장소: 리움미술관 M2를 중심으로 로비와 M1 고미술 상설전시 공간 등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관람: 온라인 사전예약 권장
홈페이지: 리움미술관 《구정아: 우스모스》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 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2026 리마스터링), 7분. 사진: 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
 
아트선재센터에서는 함양아의 개인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Undefined Panorama)》가 열리고 있다.
 
함양아는 1990년대 중반부터 사회구조와 개인의 관계를 영상과 설치, 리서치 기반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의 세 개 층에 걸쳐 2018년부터 이어온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프로젝트의 신작과 주요 작업, 아카이브를 함께 소개한다.
 
프로젝트의 문제의식은 2014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형성됐다. 사회 시스템이 무너질 때 개인과 공동체가 겪는 고통을 마주한 작가는 ‘예술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전개해왔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2026)이 놓인다. 8채널 비디오로 제작된 이 작품은 대형 원형 구조물 안에 관람자를 둘러싸듯 설치된다.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데이터 자본주의로 이어지는 사회의 변화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개인의 몸과 일상, 인간과 사회·자연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살펴본다.
 
관람자는 파노라마를 외부에서 내려다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원형 구조 안으로 들어가 사건과 인물이 연결되는 관계망의 일부가 된다. 세계 전체를 한눈에 장악하는 전통적인 파노라마의 시선은 여기에서 불가능해진다.
 
또 다른 신작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2026)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사적인 독백을 수집한다. 서로 다른 언어와 경험은 하나의 결론이나 거대한 서사로 통합되지 않는다. 작품은 타인의 목소리를 해석하거나 대변하기보다 먼저 듣는 행위를 통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와 함께 재난 상황에서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불안을 다룬 〈잠〉(2015–2016), 금융자본주의의 구조와 불평등을 추적한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2019), 사회구조적 기아의 문제를 다룬 〈주림 2.0〉(2023) 등 프로젝트와 연결되는 주요 작업이 소개된다.
 
여기에서 ‘파노라마’는 세계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완전한 전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하게 연결된 세계를 하나의 관점만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되묻는 개념이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정보와 이미지를 접하지만, 그 정보는 알고리즘과 미디어, 정치·경제 시스템에 의해 끊임없이 선택되고 편집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는 전체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구성된 하나의 화면인가.
 
이 전시는 한국 동시대미술이 특정한 한국적 이미지나 재료를 통해서만 국제미술계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개인,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장기간 탐구해온 흐름을 보여준다.
 
 
전시 정보

전시명: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영문명: 《Yang Ah Ham: Undefined Panorama》
기간: 2026년 7월 31일–10월 4일
장소: 아트선재센터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오후 12시–7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홈페이지: 아트선재센터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김희천, 〈말린〉, 2026, 4채널 비디오, 5.1채널 오디오, 흑백·컬러, 35분.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김희천 《두더지들》 — 디지털 환경 이후의 새로운 감각
 
한국 동시대미술에서 디지털 환경 이후의 감각을 가장 선명하게 다뤄온 작가를 보고 싶다면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김희천의 《두더지들》을 주목할 만하다.
 
김희천은 스마트폰과 GPS, 게임엔진, 디지털 이미지와 가상공간 등 기술환경이 인간의 감각과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에서 현실과 가상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게임, 온라인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된 환경에서 현실은 처음부터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이 중첩된 상태에 가깝다.
 
우리는 화면을 통해 길을 찾고 관계를 맺으며, 기억을 저장하고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이때 디지털 기술은 현실을 보조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이 시간을 경험하고 세계를 인식하며 자신을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김희천의 작업은 이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감각을 영상과 게임, 사진과 설치의 언어로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2023년 이후 제작된 근작과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게임엔진 유니티(Unity)로 제작된 자동 재생 게임 〈커터3〉(2023)와 〈더블포져〉(2023)를 비롯해 신작 〈레몬〉(2026), 4채널 영상 〈말린〉(2026)이 소개된다.
 
〈말린〉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다채널 영상으로, 근미래의 이미지 생태계가 세계와 인간의 인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다룬다. 기술이 비가시화되고 인간과 시스템 사이의 거리가 사라지는 환경에서,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세계가 어디까지 자신의 것인지 질문한다.
 
처음 공개되는 사진 작업 〈.dng〉(2026)는 작가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5,841장의 사진 가운데 100여 점을 선별해 구성했다. 일정한 주제나 완결된 서사보다 시간의 흐름과 우연하고 불연속적인 경험을 담으며, 디지털 이미지가 기억과 일상을 축적하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의 ‘두더지’는 서로 다른 게임 세계의 지하를 오가는 존재다. 기술에 의해 구성된 환경을 벗어나려는 욕망을 상징하는 동시에, 하나의 세계와 자아에 고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현실 사이를 통과하는 새로운 주체를 암시한다.
 
전시가 열리는 서서울미술관 자체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 서남권 최초의 공립미술관이자 서울시 최초의 공공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으로, 새로운 기술과 매체, 시각언어를 실험하는 동시대미술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삼고 있다.
 
삼청동이나 한남동 같은 서울의 전통적인 미술 중심지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지금 한국의 새로운 세대가 기술과 현실, 이미지와 정체성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일부러 찾아갈 가치가 있는 전시다.
 
 
전시 정보

전시명: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미디어 작가전 《김희천: 두더지들》
영문명: 《Kim Heecheon: Moles》
기간: 2026년 8월 20일–11월 8일
장소: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B1 제1·2전시실 및 다목적홀
주소: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대로79길 65
관람시간: 화요일–금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계절별 상이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서울시립미술관 《김희천: 두더지들》

 
 


유영국, 〈작품(Work)〉, 1999, 캔버스에 유채, 105 x 105 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 한국 추상미술의 출발점을 보다
 
한국 동시대미술을 이해하려면 지금 활동하는 작가들뿐 아니라 그 이전 세대가 어떠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자신만의 현대미술 언어를 구축했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 근대 거장전’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는 1935년 도쿄 문화학원에서 시작된 초기 추상 실험부터 생애 후반의 심상 추상까지 약 60년에 걸친 작업을 조망한다. 미공개작을 포함한 회화와 부조, 사진, 드로잉, 아카이브 등 170여 점을 통해 한 작가의 조형언어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유영국에게 산은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었다. 자연에서 출발한 산의 형태를 선과 면, 강렬한 색채로 단순화하고 다시 구성하면서 자신만의 추상 언어로 발전시켰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산은 실제 풍경의 재현인 동시에 기억의 총체이며, 색과 형태, 화면의 질서를 실험하기 위한 기본 구조였다.
 
그의 작업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전후 복구와 산업화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이루어졌다. 유영국은 현실의 사건을 직접 묘사하지 않았지만, 시대와 단절된 형식주의에 머문 것도 아니었다. 국전 중심의 아카데미즘에 반대하고 재야 아방가르드 미술가로 활동하면서 추상이라는 언어를 선택하고 끊임없이 갱신했다.
 
그는 한국의 자연과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경험을 국제적인 추상미술의 문법과 결합해 독자적인 회화세계로 발전시켰다. 따라서 그의 추상은 서구 모더니즘의 단순한 영향이나 파생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역사적 조건 속에서 구축된 하나의 독자적인 모더니즘으로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의 형성과 변화뿐 아니라 한 작가가 시대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언어를 평생 단련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전시 정보
 
전시명: 2026 한국 근대 거장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영문명: 《Yoo Youngkuk: A Mountain Within Me》
기간: 2026년 5월 19일–10월 25일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덕수궁길 61
출품작: 회화·부조·사진·드로잉·아카이브 170여 점
관람시간: 화요일–목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주말·공휴일은 계절별 상이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산은 안에 있다》

 
 


윤형근, 〈Untitled〉, 1973, Oil on cotton, 145 x 112 cm / 사진: PKM 갤러리

윤형근 — 작품과 삶을 함께 만나다
 
이번 서울아트위크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 가운데 하나는 윤형근의 작품을 본 뒤 그가 실제로 살고 작업했던 집까지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PKM갤러리의 《윤형근을 다시 상상하다(reimagine Yun Hyong-keun)》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제작된 대형 회화와 한지 작업 등 30여 점을 통해 윤형근(1928–2007)의 작업이 변화해온 과정을 살펴본다.
 
윤형근은 1970년대부터 번트 엄버(Burnt Umber)와 울트라마린 블루(Ultramarine Blue)를 화면에 반복적으로 스며들게 한 ‘천지문(天地門)’ 회화를 전개하며 한국 단색화의 주요 흐름을 형성했다.
 
그의 회화에서 물감은 화면 위에 얹히기보다 천에 스며든다. 서로 다른 색은 캔버스 안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겹치며, 수직으로 내려오는 어두운 색면과 그 사이의 빈 공간이 긴장과 균형을 만든다. 최소한의 색과 형태로 이루어진 화면이지만 그 안에는 물질과 시간, 반복되는 행위의 흔적이 깊게 축적돼 있다.
 
이번 전시는 ‘천지문’ 회화가 자리 잡은 1970년대의 대표작에서 출발해 서정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초기 작업과 더욱 절제된 형식으로 변화한 후기 작업을 함께 보여준다. 윤형근의 삶과 작업의 터전이었던 집과 작업실을 중심으로 한 아카이브 자료도 소개한다.
 
윤형근은 오늘날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한국 단색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런던 테이트 모던, 마파 치나티 파운데이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도쿄도 현대미술관 등 주요 국제 미술관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그러나 올해는 작품만 보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9월 1일 서울 서교동의 《윤형근의 집(Yun Hyong-keun House)》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윤형근의 집》이 자리한 터는 윤형근의 장인인 김환기가 1963년 국민주택으로 분양받은 곳이다. 윤형근은 1967년부터 이곳에서 거주했고, 1983년 기존 주택을 철거한 뒤 당시 홍익대학교 건축과 교수였던 동생 윤도근에게 설계를 맡겨 새로운 집을 지었다. 윤형근 자신도 공간의 기능과 형태, 재료에 관한 구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건축 과정에 참여했다.
 
보존·복원 작업은 건축 구조와 마감재뿐 아니라 작가가 사용하던 가구와 도자기, 서적과 생활 기물의 배치까지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 1층에는 작업실과 작품, 자료실과 영상실이 마련됐고 2층의 거실과 주방, 안방에는 가족이 생활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윤형근에게 예술은 삶과 분리된 영역이 아니었다. 작품을 만드는 행위와 물건을 고르고 배치하는 태도, 집과 작업실을 구성하는 방식은 모두 하나의 미학적 질서 안에 놓여 있었다.
 
갤러리에서 절제된 회화를 본 뒤 그 그림이 태어난 생활과 작업의 공간을 방문한다면, 윤형근의 작품을 단색화라는 미술사적 양식만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 정보 ①
 
전시명: 《윤형근을 다시 상상하다》
영문명: 《reimagine Yun Hyong-keun》
기간: 2026년 8월 26일–10월 3일
장소: PKM갤러리·PKM+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7길 40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홈페이지: PKM갤러리 《윤형근을 다시 상상하다》
 

전시 정보 ②
 
공간명: 《윤형근의 집》
영문명: 《Yun Hyong-keun House》
공개 기간: 2026년 9월 1일–10월 17일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21길 19-17
관람료: 2만 원
운영 회차: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2시 30분, 오후 4시
관람 방식: 회차당 최대 8명, 약 60분, 전 회차 도슨트 동반
예약: 사전예매 필수
홈페이지: PKM갤러리 《윤형근의 집》
 
 
 


제주 정원과 바다, 꽃과 열매, 반려견 레오를 담은 ‘Towards’ 연작

김보희 《TOWARDS: There Was Light》 — 빛과 시간으로 다시 그린 자연
 
서울아트위크 기간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는 김보희의 개인전 《TOWARDS: There Was Light》이 열린다.
 
김보희는 지난 40여 년 동안 자연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기억하며, 그 안에서 감지한 생명과 시간의 흐름을 회화로 옮겨왔다. 제주에서 생활하며 마주한 정원과 바다, 나무와 꽃, 열매와 동물은 그의 작업에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자연주의 회화와는 다르다. 작가가 오랫동안 관찰한 자연은 기억과 상상을 거치며 다시 구성된다. 서로 다른 시간과 시점에서 바라본 식물과 바다, 하늘이 하나의 화면 안에 겹쳐지고, 실제 풍경에서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빛과 색이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제주현대미술관 《the Days》 이후 4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개인전이다. 갤러리현대에서는 1988년 《김보희 작품전》 이후 38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개인전이기도 하다.
 
전시에는 제주 정원과 바다, 꽃과 열매, 반려견 레오를 담은 ‘Towards’ 연작의 신작을 비롯해 약 30점의 회화가 소개된다. 특히 2026년 아트바젤 바젤 언리미티드 섹터에서 공개된 대규모 회화 〈The Days〉(2022)를 서울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The Days〉는 아침 바다와 밤하늘, 대지와 식물을 하나의 연속된 화면에 펼쳐놓는다. 특정한 시각에 포착된 풍경이라기보다 하루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을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한 작품이다. 관람자는 그림 앞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동시에 서로 다른 시간대의 빛과 색이 연결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김보희는 한국화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거나 서구 회화의 형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캔버스와 한지 위에 안료와 물, 아교를 섞어 반복적으로 입히고 말리면서 동양화의 스며듦과 여백을 현대회화의 색면과 확장된 화면으로 발전시켰다. 여러 차례 중첩된 색은 화면 안쪽으로 서서히 스며들며 특유의 깊이와 밀도를 만든다.
 
그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다. 자연을 바라본 시간, 풍경이 기억 속에서 심상으로 변화한 시간, 그리고 그것을 다시 화면 위에 구축하는 시간이 어떻게 하나의 회화 안에서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전시 제목의 “There Was Light”는 어둠 속에서 빛이 나타나며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창조의 순간을 환기한다. 여기에서 빛은 자연을 보이게 하는 물리적 조건인 동시에 색과 시간, 서로 다른 존재와 풍경을 하나의 화면 안에서 연결하는 회화적 요소다.
 
여기에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연작명 ‘Towards’가 결합한다. “Towards”는 하나의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의미보다 계속해서 그 너머를 향해 나아가는 시선과 태도에 가깝다. 씨앗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바다로, 눈앞의 작은 생명에서 수평선 너머로 이어지는 작가의 시선처럼 그의 회화도 하나의 완결된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김보희의 작업은 흔히 “제주의 자연을 그린 그림”으로 소개되지만, 이번 전시는 그보다 넓은 맥락에서 그의 회화를 바라보게 한다. 그가 그리는 자연은 특정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라기보다 빛과 시간, 생명과 기억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연결되는 살아 있는 세계에 가깝다.
 
유영국이 산을 선과 면, 색채로 재구성해 한국 추상회화의 독자적인 언어를 만들었다면, 김보희는 한국화의 재료와 감각을 동시대 회화의 확장된 화면으로 발전시키며 한국 현대회화의 또 다른 지평을 구축해왔다.
 
 
전시 정보

전시명: 《김보희: TOWARDS: There Was Light》
기간: 2026년 8월 26일–10월 18일
장소: 갤러리현대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4
출품작: ‘Towards’ 연작 신작과 〈The Days〉(2022) 등 약 30점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홈페이지: 갤러리현대 《TOWARDS: There Was Light
 
 

이 일곱 전시는 한국미술의 서로 다른 세대와 매체, 미학을 보여준다. 유영국과 윤형근이 한국 현대미술이 추상이라는 국제적 언어를 어떻게 독자적인 조형세계로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면, 김보희는 한국화의 재료와 감각을 동시대 회화의 확장된 화면으로 이어간다.
 
서도호와 구정아는 공간을 물리적인 건축이나 장소에 한정하지 않고 기억과 이동, 감각과 에너지의 문제로 확장한다. 함양아는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를 장기적인 조사와 서사 구조를 통해 추적하며, 김희천은 디지털 기술이 이미 현실의 일부가 된 시대의 새로운 감각과 정체성을 다룬다.
 
Kiaf와 Frieze Seoul이 세계 동시대 미술의 현재를 짧고 밀도 있게 펼쳐 보인다면, 서울의 미술관과 전시공간은 한국미술이 축적해 온 시간과 변화의 궤적을 드러낸다.
 
서울아트위크의 진정한 매력은 세계의 미술과 한국 미술의 깊이가 한 도시 안에서 교차한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