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된 ‘올해의 작가상’은 올해 후원작가로 권병준,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 작가를 선정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SBS 재단의 후원으로 시상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작년 한 해 쉬어 가면서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올해의 작가상’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제도를 개편하기 위해 “올해의 작가상 10년의 기록”전을 개최했다.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개최한 “올해의 작가” 전시에서 출발했다. 2012년, SBS재단과 장기 후원 협약을 맺으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의 작가상’을 재편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의 작가상’은 4명의 후보 작가 중 한 명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문경원·전준호를 시작으로 공성훈, 노순택, 오인환, 믹스라이스(양철모, 최지은), 송상희, 정은영, 이주요, 이슬기, 최찬숙 작가 등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의 작가상’은 다양한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후보 작가 경쟁 체제, 설치 및 영상 등 특정 장르에 편향된 선정, 심사위원 선정 및 심사 과정의 기준의 불투명성과 더불어 현대 미술 담론의 부재로 인해 ‘올해의 작가상’은 그저 의무적으로 하는 행사로 전락했다는 점, 수상 제도의 권위 하락으로 미술계의 관심이 떨어진 점 등을 지적 받아 왔다.
‘올해의 작가상’은 지난해 이러한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올해 재개되었다. 올해부터 ‘올해의 작가상’ 수상 제도는 심사위원과 심사 방식, 작품 제작 지원비, 전시 구성이 개편되어 진행된다.
우선 모든 작가들에게 심사 조건을 똑같이 적용하기 위해 작가 작업실 방문을 하지 않고 온라인 심사로 일원화한다. 심사위원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과 담당 학예연구사 그리고 외부 심사위원 5명,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전시 개막 후 진행되는 2차 심사는 공개 워크숍을 포함해 작가 비평을 심화하여 진행하는 방으로 개편되었다.
작품 제작비는 작가들이 역량을 더욱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작가당 4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증액되었다. 또한 이전까지는 후보 작가들의 신작만을 선보였지만 앞으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각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신작과 구작을 함께 선보인다.
2023년 ‘올해의 작가상’의 후원 작가로는 권병준,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 작가가 선정되었다. 네 작가들의 작품은 올해 10월 20일부터 2024년 3월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되며, 최종 수상자는 2024년 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최종 수상자는 후에 상금 1천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권병준(b. 1971) 작가는 소리 관련 하드웨어 연구자이자 음악,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 연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입체음향이 적용된 소리 기록을 통해 우리 사회 내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음향 기술을 활용해 기술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전시 공간 안에 재현한다.
Gala Porras-Kim. Courtesy of MMCA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 b. 1984) 작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콜롬비아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오늘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통용되는 고고학 또는 민족지학적 유물에 대한 분류법, 보존 윤리, 문화유산적 가치 등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시간에 따라 이런 유물들을 둘러싼 지식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인간이 만든 구조의 유약함을 드러낸다.
이강승(b. 1978) 작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여러 자료를 수집·연구하고 발견한 이미지와 텍스트 그리고 사물들을 활용하여 주류 미술사에 비춰진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거나 그 속에 가려진 이야기를 발굴해 우리 눈 앞에 새로운 방식으로 펼친다.
전소정(b. 1982) 작가는 영상, 사운드, 조각, 출판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업한다. 특히 비디오와 문학적 요소를 활용하여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의 방법을 깬다. 그의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변형시켜 오늘날을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색다르게 보여 준다. 작가는 숲속에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무용수, 피아노 조율사, 잠수부 등 일상과 예술의 경계선를 오가며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개개인들의 삶을 참조하여 작품으로 재구성한다.
이번 ‘올해의 작가상’ 심사위원으로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카스코 아트센터(Casco Art Center)의 최빛나 디렉터, 델피나 파운데이션(Delfina Foundation)의 아론 시저(Aaron Cezar) 총괄 디렉터, 벨기에 엔트워프 현대미술관(MHKA)의 나브 하크(Nav Haq)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 뉴욕현대미술관(MoMA) 회화 및 조각 부문의 미셸 쿠오(Michelle Kuo) 큐레이터 그리고 오사카 국립 국제 미술관 (The National Museum of Art, Osaka) 유카 우에마츠(Yuka Uematsu) 큐레이터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