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미술 시장의 판도가 아시아를 향해 방향을 틀자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의 ‘쾨닉(König)’이 일본 분관을 폐관하고 청담동 MCM 하우스에 서울 갤러리를 개관했다.
10월에는 유럽의 저명한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이 한남동에 공간을 열었고 미국 뉴욕의 ‘글래드스톤(Gladstone)’ 갤러리는 강남구에 사무소를 열어 서울을 기반으로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아트 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독일 베를린 기반의 ‘페레즈 프로젝트(Peres Projects)’는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트부산’에 2019년부터 참가 해왔으며, 서울 코엑스의 ‘키아프 서울’에는 올해 처음 참가했다. 양측 페어에서 좋은 성적을 낸 페레즈 프로젝트는 내년에 서울 분관을 개관하기로 했다.
미국 뉴욕의 ‘투 팜스(Two Palms)’ 또한 올해 키아프에서 한국 미술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서울 분관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Exhibition view of "Georg Baselitz,: Hotel garni" at Thaddaeus Ropac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한국 매체들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잠재성을 가늠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해온 스위스의 다국적 갤러리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가 서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그 외에도 영국 ‘화이트 큐브(White Cube)’, 독일의 ’에스터 쉬퍼(Esther Schipper)’와 ‘스프루스 마거스(Sprüth Magers)’는 이미 3~4년 전부터 서울에 인력을 두고 운영하며 작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찍이 한국에 진출해 꾸준한 매출 증가를 경험한 해외 갤러리들은 시설을 넓히는 방향으로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7년 초부터 한국에 공간을 운영하던 ‘페이스(Pace)’는 지난 5월 한남동에 4배 더 큰 시설로 옮겨갔고, 2017년 말 종로구에 처음 자리 잡은 ‘리만머핀(Lehmann Maupin)’도 내년 봄에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미술 시장으로 모여드는 이유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문화, 사회적 인프라가 두루 갖춰져 있어 물리적 접근성이 좋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인지도가 급상승해 심리적 접근성도 높아졌다.
갤러리 입장에서 공간을 운영하기에도 여러 장점이 있다.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주요 도시에 비해 임대료와 물가가 비교적 낮은 편이기 때문에 공간 운영이 용이하다. 세금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미술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6000만 원 미만 작품 그리고 생존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지 않아 작품을 거래하는 데 걸림돌이 적은 편이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올해 국내 아트 페어와 미술품 경매에서 잇따른 매출 기록을 보이면서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아트 페어인 키아프 서울은 지난 10월에 650억 원이라는 국내 아트 페어 역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으며,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K-ARTMARKET)에서 집계한 국내 미술품 경매 총 거래액은 11월 기준으로 2968억 원이었고 연말이면 작년의 3배인 총 3280억 원에서 3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Art Busan 2021. Photo by Art Busan.
국내 미술 시장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소수의 거물급 컬렉터나 대형 미술관의 영향력이 막강하며, 대부분의 컬렉터는 회화 작품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MZ세대와 같은 젊은 컬렉터들의 유입이 급상승했으며, 세계적인 비대면 정책으로 미술계가 전면 디지털화하는 변화를 겪으면서 디지털 아트,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수요도 조금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딜러들은 비교적 일관된 취향을 가진 중국 컬렉터들에 비해 국내 컬렉터들은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을 선호하고 있어 이를 또 다른 시장성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국내 미술 시장이 여기에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대 및 동시대 미술품에 대한 수요층을 꾸준하게 늘릴 방법을 모색하고, 국제 시장과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References
- The Art Newspaper, Korean wave: could Seoul become the art capital of Asia?, 2021.10.15
- ARTnews, The New Art Hotspot in Asia: Seoul’s Fast-Rising Scene Is Attracting International Attention, 2021.06.08
- 뉴시스, [미술시장 역대급 호황②] 2040 구매력에 깜짝…해외 갤러리들 서울로 확장세, 2021.12.04
- K-ARTMARKET, 2021년 11월 기준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 2021.12.03
- 서울경제, 닷새간 650억 팔아치운 키아프서울···’亞 미술시장 허브’ 큰그림 그린다, 2021.10.17
- 매일경제, 6시간만에 350억 팔려…서울 아트페어도 오픈런,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