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동시대 미술의 구조는 다양한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순환하는 전체적 틀을 의미한다. 이 구조를 이루는 주요 분야는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창작의 영역, 이들의 미적 가치를 논하는 이론분야(미학, 미술사, 평론),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미술관, 비영리 기관, 비엔날레), 작품의 유통과 판매를 위한 상업공간(갤러리, 옥션, 아트페어), 그리고 작품을 소장하거나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컬렉션 영역으로 구성된다.
과거 미술을 돌아보면, 그 시대의 사상, 권력, 사회적 특성이 미술에 고스란히 반영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술뿐만 아니라 타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였으나, 오늘날처럼 창작의 영역과 동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각 구조가 전면에 부각된 시대는 없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이 전통적 영역에서 벗어나면서 각 분야들이 전문화되고, 이는 미술작품의 탄생과 존재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동시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며 결과적으로 미술의 흐름과 창작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시대 미술의 운영구조
동시대 미술이 시작되려면 먼저 다양한 작품을 생산해내는 작가들이 있어야 한다. 작가들이 미술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공간이 필요하며, 이들의 작품 세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적절한 이론이 필요하다. 이후, 작품을 1차 시장에 공정하고 투명한 판매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판매된 작품들은 2차 시장(옥션, 딜러, 컨설턴트, 어드바이저)을 통해 거래되거나, 개인이나 미술관의 컬렉션을 통해 소장될 때 미술계가 원활히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많은 수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 과정이나 내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동시대 미술의 세계에서는 인간관계, 파워, 머니 게임이 존재한다. 많은 미술관과 큐레이터들이 작가들과 함께 활동하며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 내고, 수많은 컬렉터들이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작품을 수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가치의 전도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본질은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동시대 미술의 주요 특징
1. 전문화
동시대 미술의 전문화란 각 분야가 독립적으로 분화되고 체계화되며, 이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세기 이전의 미술은 왕이나 귀족들만이 즐길 수 있는 제한된 영역이었다. 하지만 순수미술이 독립적 영역으로 발전하면서 작가의 지위와 역할이 독립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대중문화의 확산으로 미술작품은 더 이상 전통적 창작 개념에만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기성품을 사용하거나 공장에서 나온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의 변화로 인해, 작가는 창작자라기보다는 생산자 혹은 기획자에 가까워졌다. 이제 작가는 큐레이터, 평론가, 딜러 등의 도움 없이는 미술사에 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2. 자본화
동시대 미술은 자본화가 크게 진행되었다. 매년 소더비, 크리스티 같은 경매에서 작품이 수백억 원에 거래되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서구에서는 미술작품이 컬렉션을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 활성화된 지 오래이며, 중국 역시 현대미술 시장의 규모가 세계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정치와 경제가 부흥한 강대국에서 최고의 문화예술이 만들어지는 것은 역사적으로 자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뉴욕의 가고시안이나 데이빗 즈워너 갤러리 같은 곳들은 연 매출이 1조 원을 넘으며, 유명 옥션을 통해 수십 조 원 규모의 미술품이 거래된다. 따라서 오늘날 작가들은 자본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으며, 미술시장을 생존과 성장의 인프라로 삼고 있다.
2. 국제화
21세기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인터넷의 세계화로 인해 전 세계가 동일한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변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동시대 미술의 흐름은 여전히 뉴욕, 베를린, 런던과 같은 선진국의 도시들이 주도하고 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 및 정보화 사회에서 중요한 점은 자본을 쥐고 정보를 생산하는 자들이 담론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해 미술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선진국에서 생산된 미술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또한, 흑인이나 사회적 약소국가들이 자신들의 이슈와 담론을 전개하면서 제3세계의 이슈가 활발히 소개되고 있다. 중국, 한국 같은 아시아 강대국들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동시대 미술의 국제적 교류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결론
동시대 미술의 운영구조는 창작, 이론, 전시, 상업, 컬렉션의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미술계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앞으로도 동시대 미술은 전문화, 자본화, 국제화를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술을 통해 정신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