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White Space》 ©Soorim Cultural Foundation

수림문화재단은 기획전 《화이트스페이스(White Space)》를 2월 28일까지 수림큐브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늘날 모든 것이 급속하게 달라지는 변화의 파고에서 예술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전시는 여전히 ‘감각’ 방식이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는 매체인지 살펴본다.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는 일반적으로 공백을 뜻하는 단어로, 특히 그래픽 디자인에서 과잉의 반작용을 피해 시각적인 조화를 꾀하는 비어 있는 여백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화이트 스페이스’는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유예시키는 장소이자, 동시에 매끄러운 표면에서 금세 사라질 감각을 붙잡고 있는 까끌까끌한 표면이다.

Installation view of 《White Space》 ©Soorim Cultural Foundation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4인의 작가 김도연, 노혜리, 문이삭, 한진은 새로움과 속도에 천착하지 않되, 변주의 방법론에 기대어 자신들의 ‘기술’을 고수하면서 감각을 확장한다. 마치 번역이 다양한 문맥에서 고정적인 것을 유동적인 것으로 환원하려는 행위인 것처럼.

이번 전시에서 이들의 작업은 구작과 신작이 섞이는 (재)배치의 행위로 존재한다. 일시적인 물질적 배열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제시하며, 전시는 작업의 개별적 의미를 유지하되, 다른 작업과 연쇄적으로 연결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배치의 행위성은 ‘아날로그적’이라 할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of 《White Space》 ©Soorim Cultural Foundation

《화이트스페이스》는 정제되지 않아 까끌까끌하거나, 고전영화의 지글거리는 화면처럼 미끈하지 않은 자리를 제안한다. 이 경험은 관람객이 몸을 움직여 무려 74개의 계단을 오르고 내려, 1층-지하-2층-2층 테라스-옥상까지 다 둘러본 후에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참여 작가: 김도연, 노혜리, 문이삭, 한진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