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설 연휴 기간동안에 서울과 지역의 대표 미술관들에서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만한 전시들을 선별하여 소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무료로 즐기는 현대미술

국립현대미술관은 설 연휴 동안 서울관과 덕수궁관에서 다양한 전시를 무료로 제공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이강소 작가의 초기 실험미술 작품부터 설치, 영상, 회화 등이 포함된 《풍래수면시》 전시를 통해 실험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다.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전시 전경 / ⓒ 국립현대미술관

이강소는 1970년대 신체제,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서울비엔날레, 에꼴드서울 등 현대미술운동에 참여하며 실험미술을 시작하고, 대구현대미술제를 기획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철학적 태도를 모색했다. 그는 비디오, 판화, 이벤트 등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며 파리비엔날레, 시드니비엔날레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사유의 과정을 중시하며 회화 작업에 집중, 창작자의 의도를 배제한 그리기 실험을 지속했다. 추상에서 시작해 구상을 거쳐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2000년대 이후 글자와 추상의 경계를 활용한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관객 체험형 전시인 《순간이동》에서는 VR 기기를 통해 1930년대 경성, 교도소 독방, 미래의 캐나다 토론토를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를 비교하는 《수묵별미》 전시를 진행한다.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유산급 회화 32점을 포함하며, 우창숴, 쉬베이훙, 우쭤런, 린펑몐 등 중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쉬베이훙(徐悲鴻), 〈전마(戰馬)〉, 1942, 종이에 먹, 색, 110.5×61.3cm, 중국미술관 소장(왼쪽), 치바이스(齊白石) 〈연꽃과 원앙(荷花鴛鴦)〉, 1955, 종이에 먹, 색, 137.7×67.8cm, 중국미술관 소장 / ⓒ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고려시대 국보의 아름다움

리움미술관은 설 연휴를 맞아 고려시대 국보급 유물을 중심으로 한 《전·함: 깨달음을 담다》 전시를 진행한다.


리움미술관 고미술관 외부 모습 (마리오 보타 설계) / ⓒ 리움미술관

금니로 정교하게 필사된 사경(寫經)과 나전으로 장식된 경함(經函)을 소개하며, 고려 불교미술의 정수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국보급 유물인 <감지금니 묘법연화경>과 <나전국당초문경함>을 통해 전통 예술의 정교함과 깊이를 감상할 수 있다.

리움미술관 고미술관 내부 모습 (마리오 보타 설계) / ⓒ 리움미술관
고려시대 고위층인 진한국대부인 김씨가 1345년 조성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 1-7’.
검은 감지 위에 법화경의 내용을 압축해 그림과 경전 내용을 금니(금 물감)로 쓰고 그린 호화로운 사경이다. / ⓒ 호암미술관
리움미술관에 전시 중인 <나전국당초문경함> / ⓒ 호암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 조선 회화사의 걸작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상설전을 새롭게 선보인다.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등 조선 시대 회화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관아재 조영석 등 삼재(三齋)의 작품을 전시한다. 또한, 조선 왕실 글씨와 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귀한 유물들도 포함되어 있어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전경 / ⓒ 간송미술문화재단

대구 간송미술관은 교육가이자 수집가였던 간송 전형필이 설립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이다. 2022년에 대구에 재개관한 이 미술관은 한국 전통 미술의 가치를 알리고 전승하는 데 중점을 두며, 다양한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신윤복 <쌍검대무> / ⓒ 간송미술문화재단

이 작품은 조선 후기 풍속화로, 두 여성이 쌍검 춤을 추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린 작품이다. 경쾌한 움직임과 화려한 의상이 조화를 이루며 당시의 문화와 여흥을 잘 보여준다.

신윤복(申潤福, 1758~미상)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풍속화가로, 한국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주로 서민들의 일상과 풍속, 특히 당시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풍경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신윤복의 작품은 사실적인 표현과 뛰어난 색감, 감각적인 구도로 평가받으며, 조선 후기의 문화와 정서를 잘 담아낸다.

대표작으로는 <미인도>, <단오풍정>, <쌍검대무> 등이 있으며, 인간의 감정과 풍속을 유머와 세련된 필치로 묘사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조선 후기의 삶과 예술적 감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전남도립미술관: 오지호의 빛과 색채
 
전남도립미술관은 올해 탄생 120주년을 맞은 오지호 화백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오지호와 인상주의: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 전시를 진행한다. 오지호 화백의 생애를 아우르는 회화작품 10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 데드 마스크, 생전 사용하던 이젤과 팔레트 등 유품을 함께 전시하며, 그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와 예술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전남도립미술관 전경 / ⓒ 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은 전라남도 광양시에 위치한 공립미술관으로, 2021년에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과 현대미술의 발전을 목표로 하며, 다양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전남 지역이 지닌 자연과 전통적 정서를 현대미술과 연결하는 전시 기획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술관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전시 외에도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과 관람객들에게 폭넓은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오지호, <남향집>, 1939, 캔버스에 유채, 80×6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 전남도립미술관

이 작품은 한국 근대 풍경화의 대표작으로, 자연광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색감을 통해 전통적인 한국의 농촌 풍경을 따뜻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빛과 색채의 섬세한 사용으로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담아내며, 한국 인상주의의 정수를 보여준다.

오지호 (O Jiho)(吳之湖, 1905~1982)는 한국 근대미술의 선구적 화가로, 한국적 인상주의를 개척한 작가다. 그는 한국의 자연과 풍토를 주제로 빛과 색채의 조화를 탐구하며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일본 유학 시절 서양화 기법을 배우며 인상주의적 표현에 관심을 가졌고, 귀국 후에는 이를 한국의 자연과 일상적인 풍경에 적용했다. 대표작으로는 *<남향집>*과 <가을의 길> 등이 있으며, 작품을 통해 빛의 약동과 따뜻한 색감을 담아냈다.

오지호는 한국 서양화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부산현대미술관: 백남준 회고전

부산현대미술관은 백남준의 대규모 회고전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을 진행한다. 국내에서 백남준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초기 작업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160여 점을 선보인다. 미디어 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백남준의 혁신적이고 시대를 앞서간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 ⓒ 부산현대미술관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108개의 모니터를 통해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과 근대사의 중요한 인물들, 동시대의 문화적 장면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백남준과 함께 플럭서스로 활동한 동료들의 모습과 8·15 광복과 한국전쟁의 잔상, 전통 부채춤과 승무, 당시 대중문화를 대표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백남준, <108번뇌>, 1998, 20인치와 29인치 CRT 모니터 108대, 컬러, 유성, 50분, 가변크기.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소장. / ⓒ 부산시

부산현대미술관은 2018년에 개관했으며, 혁신적인 예술 실천과 글로벌 창의적 교류를 탐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 아트, 설치미술, 융합 프로젝트 등 첨단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을숙도 자연 환경 속에 자리 잡은 이 미술관은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현대미술의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한 다양한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폭넓은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북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전국 순회 마지막 전시

전북도립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통해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 85점을 선보인다. 이중섭의 은지화 <오줌싸는 아이>,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박래현의 정물화, 이응노의 <구성>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컬렉션의 전국 순회전 중 마지막 전시로 더욱 의미가 깊다.

전북도립미술관 전경 / ⓒ 한국관광공사

전북도립미술관은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공립미술관으로, 2004년에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전북 지역의 예술적 자산을 보존하고 현대미술의 창의적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 김형호

전라북도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 기획 전시와 함께, 이건희컬렉션 같은 특별 전시를 개최하며 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국의 관람객들에게 예술적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