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Jong Man Ri” ©P21. Photo: Euirok Lee.

P21은 이현수 작가의 개인전 “종만리”를 내년 1월 2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주제로 한 기존의〈빠빠쓰뗄(Papastel)〉시리즈의 파스텔 드로잉과 함께 새로운 시리즈〈노안(Farsighted)〉과〈머릿돌(Headstone)〉을 선보인다.

2022년부터 아버지의 변화를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시리즈를 확장해 가며 각 시리즈 들은 아버지와의 관계의 변화와 쇠퇴에 대한 작가의 감정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작가가 아버지의 노화에 대한 관찰을 이어가며 취약성, 기억,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유머, 색감, 그리고 개인적인 반성을 통해 노화의 불가피함을 다룬다.

Installation view of “Jong Man Ri” ©P21. Photo: Euirok Lee.

그의 주된 작업 중 하나인〈빠빠쓰뗄(Papastel)〉시리즈는 소프트파스텔을 사용함으로써 부드럽고 불확실한 테두리를 통해 점점 사라지는 아버지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손끝으로 아버지라는 대상을 문지르며 실재하는 대상이지만 작가의 과거이자 미래를 같이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 새로 선보이는〈노안(Farsighted)〉시리즈는 아버지의 얼굴을 넘어 거동이 불편해진 그가 바라보는 공간들과 대상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그릴때는 안경을 벗고 작업하여 노안이 온 아버지의 흐리고 멍한 시선을 최대한으로 공감하며 보는 이에게도 시선의 끝을 같이 바라보는 느낌을 전달한다.

Installation view of “Jong Man Ri” ©P21. Photo: Euirok Lee.

또한〈머릿돌(Headstone)〉시리즈는 아버지의 두상을 파스텔을 사용하여 캐스팅 한 작품으로, 이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로 파스텔 덩어리로 뜨여진 아버지의 얼굴을 다듬고 문지르며 파스텔을 평면 종이에 문지르는 기법에서 벗어나 아버지의 얼굴을 3차원적으로 부드럽게 만지는 과정을 다룬다.

이현수의 작업은 아버지를 기존의 강하고 권위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버지가 불가피한 노화와 마주하며 겪는 취약함과 연약함을 그린다. 이런 작가만의 표현 방식은 아버지에 대한 기존의 시각과 대비하며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의 변화하는 역할에 대한 숙고를 불러일으킨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