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시각연구 밴드 이끼바위쿠르르(고결, 김종원, 조지은)의 개인전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을 내년 1월 26일까지
선보인다.
전시는 생태에 뒤덮인 채 시간을 버텨내며 스스로를 지키고 있는 돌과 장소에 주목한다. 특히
이러한 돌 중에는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인 미륵의 형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미륵은 동아시아 전통에서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로서 동학, 불교, 무교의 영향을 받아
우리의 풍경 속에 자리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륵 조각상들은 사찰 주변에서 잊혀지거나 마을 어귀와 들판 속에서 방치된 채 버려진 돌로 남아 있게
됐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이러한 미륵상의 현실에 주목하며, 설치, 평면,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신작을 선보인다.
망가진 축사 옆이나 태양광으로
가득 찬 폐교에서 발견되는 미륵은 돌봄을 벗어난 존재로서 오히려 생동감을 발현한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이러한 역설에 주목하며, 미륵이 있는 풍경과 우리가 포함된 풍경에 관한 신작 필름과 조각 작품인 〈거꾸로
사는 돌〉(2024)을
통해 “과거를 살아내는 돌”로서 미륵을 재조명한다.
실제 미륵 석상의 탁본 작업 〈더듬기〉(2024)는 차갑고 단단한 석상을 숯으로 더듬으며 작가들이 미륵을 만지고 느꼈던 경험을 전달한다.
이는 소외된 풍경과 조각에 대한 감각적 접속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에서 잊힌 미술의 존재감을
재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작가는 지점토와 먹을 이용한 작업 〈우리들의 산〉(2024)을 통해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괴상하게 생긴 돌들이 만들어 낸 풍경을 전시장으로
가져온다. 영상 〈쓰레기와의
춤〉(2024)은 먼지와 쓰레기들이 폐허 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담아내며,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지 속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존재하는 새로운 관계를 환기시킨다.
그리고 전시의 시작과 끝에서 만날 수 있는 〈부처님 하이파이브〉(2024)는 관람객이 ‘거꾸로 사는 돌’로 진입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이끼바위쿠르르는 미륵이 이야기하는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품으며 ‘거꾸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아트선재센터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우리가 속한 일상의 풍경을 돌아보며, 버려진 돌과 버려진 풍경 속에서 “과거를 살아내는” 미륵이 주는 위로와 희망을 찾기를 기대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