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Viola, 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 1979. Courtesy of Bill Viola Studio. Photo: Phoebe d'Heurle.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는 빌 비올라(Bill Viola)의 개인전 “Moving Stillness”를 서울점 K1과 K3에서 내년 1월 26일까지 개최한다. “Moving Stillness”는 지난 7월 작가가 작고한 이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개인전으로, 빌 비올라의 삶과 작업세계를 핵심적으로 아우르는 영상 설치 및 영상 작품 7점을 선보인다.

1951년 뉴욕에서 태어난 빌 비올라는 지난 50여 년간 비디오아트를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확립하는 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강렬한 영상 설치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비올라는 영상 기술을 통해 인식, 인지, 자아 성찰의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왔다.

그의 작업은 불교의 선종, 이슬람의 수피교, 기독교의 신비주의와 같은 영적 전통에 기반을 둔 영상 언어를 특징으로 삼아 특유의 심도 깊은 휴머니즘과 내면의 초월적인 비전을 감각적으로 구현한다.

Bill Viola, Information, 1973. Courtesy of Bill Viola Studio. Photo: Kira Perov. ©Kukje Gallery

이번 전시는 K3에 설치된 영상 작품 〈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1979)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공중에 ‘떠 있는’ 스크린에 투사되는 산의 이미지가 스크린 바로 아래의 물 웅덩이에 반사되는 구조인데, 이때 물 표면의 일렁임에 따라 산의 모습도 함께 흔들린다.

작가는 보통은 정적이고 단단한, 시간의 기념비로서 존재하는 산을 취약하고 불안정한 이미지로 제시함으로써 이미지로서의 산이 갖는 성격을 고찰하도록 한다. 관람객들은 ‘흔들리는 산’의 모습을 통해서 안정감의 함정에 대해, 또 한편으로는 시간의 축적이 건네는 안식에 대해 되짚어볼 수 있다.

Bill Viola, Poem B (The Guest House), 2006. Courtesy of Bill Viola Studio. Photo: Peter Mallet. ©Kukje Gallery

빌 비올라는 〈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대해 “산이라는 이미지는 일견 견고하고 변함없는 상수(constant)의 성격을 띠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상수로서의 성격은 일련의 요소들이 그 순간 우연적으로 맞아떨어진 결과일 뿐이며, 각 변수는 제각기 독립적이고 끝없이 가변적”이라 설명한 바 있다.

우리의 삶이 무한한 변수로 구축된 환경 안에서 각자의 균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의 여정이라면, 이번 전시는 각자의 인생 속 고유한 상수에 대해 고찰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