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아트선재센터. 사진: 김종오

아트선재센터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5년 전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2025년 전시 프로그램은 현대 음악 라이브 공연부터 미술관 건물과 연사 자체를 작업의 매체로 삼는 대규모 설치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포함한다.

하종현, 〈접합〉, 1974, 리움미술관 소장. ©하종현

내년 전시 프로그램은 하종현의 1959년부터 1974년까지의 초기 회화 실험을 조망하는 개인전 “하종현 5975”(2025.2.14. – 4.20.)로 시작된다.

출품작으로는 단색화 작업을 시작하기 전, 당대성을 담보한 실험적 작업들을 비롯해 1960년대 후반에 등장한 높은 채도의 기하학적 추상 작업, AG(아방가르드협회) 활동을 통해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반영한 설치 작업과 일상 재료를 활용한 작업,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접합〉 시리즈를 망라한다.

이와 함께, 공기를 매개로 음악의 매체성을 탐구하는 그레이코드, 지인의 라이브 공연이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홍영인: 파이브 액츠” 설치 전경. 사진: Dan Weill. ©스파이크 아일랜드 및 홍영인

두 번째 전시로는 홍영인 작가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이 개최된다. 내년 5월 9일부터 7월 20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본 전시는 홍영인의 2024년작 〈파이브 액츠(Five Acts)〉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1919년 만세운동을 주도한 기생들과 1931년에 제주 해녀들이 주축이 된 독립운동, 그리고 해방 이후 1970-1980 년대 여성 직조 노동자들의 노동 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여성 노동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바느질 된 설치 작업이다.

더불어, 작가가 동물원에서 본 동물 장난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버드나무와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조각들도 함께 공개된다. 전시 기간 동안 즉흥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으며, 퍼포머들은 동물 장난감을 악기로 사용하여 바느질로 새겨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테레사 솔라 아부드, 〈투넬라도라〉, 2021, “When Forms Come Alive” 설치 전경(헤이워드 갤러리, 2024). 사진: Jo Underhill. ©아트선재센터

또한 한국-스페인 수교 75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스페인 현대미술 작가 10인의 그룹전이 동시 개최된다. 초청 큐레이터 추스 마르티네스가 기획한 본 전시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TBA21(Thyssen-Bornemisza Art Contemporary, 티센보르네미사 아트 컨템포러리)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구전된 전통, 민속, 허구를 활용하여 공식적인 역사와는 다른 서사를 펼치는 작가들을 소개하며, 예술을 통한 인간과 비인간의 연대와 회복 가능성을 탐색한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사라짐의 극장〉, 2017, 뉴욕 매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 정원 커미션 설치 전경. 사진: Michael Kirby Smith. ©아트선재센터

마지막으로, 아트선재센터의 물리적 공간 자체를 설치 작업의 재료로 활용한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작가의 장소 특정적 전시가 8월 19일부터 12월 14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는 장기간의 리서치와 현장 조사를 기반으로 한 장소 특정적 작업을 진행하며, 공간의 사회적, 문화적, 지리적, 제도적 특성을 깊이 탐구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2023년 9월과 2024년 11월 두 차례 아트선재센터를 사전 답사한 작가는 미술관의 역사와 건축적 특성을 조사하고, 건물을 정교한 3D 모델로 재현한 뒤, 이를 매개로 미술관 공간에 반응하는 건축적 스케일의 장소 특정적 작품을 선보인다.

아트선재센터는 다채로운 2025년 전시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유산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References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