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전을 내년 4월 13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독자적인 예술세계로 한국현대미술
변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이강소(b.1943)의 60여
년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다. 이강소는 이미지의 인식과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전시명 ‘풍래수면시’는 바람이 물을
스칠 때라는 뜻으로, 새로운 세계와 마주침으로써 깨달음을 얻은 의식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송나라의
성리학자 소옹(邵雍, 1011‒1077)의 시 청야음(淸夜吟)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 제목은 회화와 조각, 설치, 판화,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세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지
방식을 질문하고,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함축한다.
전시는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두 가지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하였다. 첫 번째 질문은 창작자이자 세상을 만나는 주체로서 작가 자신의 인식에 대한 회의이다. 전시는 비디오, 이벤트와 같은 새로운 매체뿐만 아니라 회화, 판화, 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가의 작업 행위에 질문을 던지는
실험을 진행하였던 작가의 궤적을 따라간다.
두 번째 질문은 작가와
관람객이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의문이다. 명동화랑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의 ‹소멸›(1973)에서부터 시작한 객관적인 현실과, 객관적인 현실을 재현하는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의심은 텍스트(혹은
작품 제목)와 오브제, 이미지를 오가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방법론은 직설적이고
이론적인 개념의 관철이 아니라 참여자이자 관찰자인 감상자에게 다양한 인지의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단일한
세계가 아니라 멀티버스와 같이 무한히 뻗어 나가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의 작업은 우리의 세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경험과 기억 속에 단일한 진리는 없으며, 모든 것들이 자신이 인식한 세상 속에서 가상의 시공간을
창조한다고 제안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