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12월에 스트리밍 예정인 오징어 게임2의 국제적 기대감, 블랙핑크의 로제와 브루노 마르스가 부른 ‘APT’의 세계적 열풍은 이제 한국 문화가 단순한 유행이나 일시적 현상을 넘어, K-컬처가 강력한 세계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10월 18일 발매된 로제의 싱글 "APT"의 앨범 커버 / 출처: 더 블랙 레이블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지닌 서사와 감수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결정적 사건이다. 한강의 작품은 한국인의 삶과 아픔,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전 세계 독자들과 공명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2 트레일러 / 출처 : 넷플릭스

하지만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한국 문학이 국제화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번역과 마케팅,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의 프로모션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문학의 현실도 한국의 동시대 미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국작가 한강 /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본 (게티 이미지 / 제프 스파이서)

민지의 ‘텍스트 힙’, RM의 ‘있어빌리티’

K-컬처의 전진에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MZ세대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성을 표현하고, 타인과 연결되기를 원하는 욕구를 반영하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MZ들은 ‘텍스트 힙’과 ‘있어빌리티’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냈다.

‘텍스트 힙’은 단순히 트렌디한 스타일을 넘어서,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뉴진스의 민지가 보여주는 ‘텍스트 힙’은 무대에서의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통해 문학적 내러티브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단순히 멋을 넘어 문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민지의 무대는 시각적 매체이면서 하나의 문학적 텍스트로, MZ세대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안한다.


뉴진스 '버블검' 뮤직비디오 속 민지가 읽고 있는 '순수의 시대' /사진출처. MBC

또한 BTS의 RM에게 ‘있어빌리티’는 단순한 존재감을 넘어 깊이 있는 관심과 이해를 통해 진정성 있는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RM은 미술에 대한 지식과 열정을 팬들과 공유하며, 대중들이 미술을 친숙하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이끌어준다. RM은 K-Art가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미술이 대중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RM의 미술관 전시관람 모습

K-Art,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시작

K-컬처의 물결 속에서 K-Art에 대한 관심 또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영국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에서 열리는 이미래의 전시는 한국 동시대 미술의 미래가 머지않아 세계를 열광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비젼을 보여주는 전시라 할 수 있다.

이미래 테이트 모던 전시 '열린 상처'
영국 대표적 현대 미술관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 홀에서 7m 길이의 터빈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천장에 달린 54개의 쇠사슬에 빛바랜 분홍빛 천 조각들이 늘어져 있다. 끈적해 보이는 액체가 쉬지 않고 뚝뚝 떨어지는 소리도 공간을 가득 채운다.

한국의 동시대 미술은 이미 독창성과 미학적 깊이를 인정받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전문가들이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K-Art가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려면 한국 미술을 전략적으로 알릴 수 있는 큐레이터, 평론가 등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들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아래 한국 미술계를 이끌수 있도록 국공립 기관들이 전면에 나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주요 미술 기관, 갤러리, 아트페어와의 네트워크 확장을 해나가야만 한다.

K-컬처의 확산과 함께 K-Art에도 세계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지금의 거대한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선진화, 체계화, 전문화를 위한 준비를 빨리 서둘러야만 한다. “K-Art의 시대는 언제 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지금, 그 시대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