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오늘날 한국의 페미니즘 미술의 현황을 살피는 책 『페미니즘 미술 읽기: 한국 여성 미술가들의 저항과 탈주』를 펴냈다.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된 “김홍희의 페미니즘 미술 읽기”(2021. 01.–2022. 04.)가
발단이 되었다. 이후 신문 지면에 맞게 짧게 작성되었던 원고를 이론적으로 대폭 보완, 재구성하고 주석 작업과 주요 작품 선별 과정을 거쳐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저자는 떠오르는 신진 작가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까지, 차학경, 함경아, 김수자, 이불, 이미래, 임민욱, 양혜규, 윤석남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의 한국 여성 작가 42인의 작품을 조명하며, 198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이들이 축적한 성과를 보여주는 여성적 시간의 지형도이자 ‘지상 전시회’를 책의 형태로 만들어 냈다.
이와 함께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문을 연 나혜석과 천경자의 작품세계 또한 소개하여 역사적 연속성을 가시화한다. 책
끝에는 1980년대 우리나라 페미니즘 미술이 태동하던 시기에 미술가들과 함께했던 김혜순 시인의 발문이
실려 있다.
여성성과 섹슈얼리티, 퀴어 정치학, 에코페미니즘, 디아스포라 등을 포함한 15가지의 화두를 설정하여 회화, 조각, 사진, 영화, 비디오, 설치, 수공예, 퍼포먼스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선구적인 여성 작가들이 부계적 가치관과 남성중심의 화단 권력에 맞서 축적해온 예술적 성과들을 조명하는 동시에 신분, 인종, 성별, 장애 등 차별 유형들의 교차성에 주목하는 미래의 청사진까지 제시함으로써 현대 페미니즘 미술의 최전선을 확장한다.
책에 소개된 작가들 중 자신을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밝힌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고,
작업의 내용은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으나 페미니스트로 불리길 거부하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무엇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큐레토리얼, 비평적 판단을 중시하여, 본질론이나 해체론의 시각에서 다양한 주제를 쟁점화하는 작가들을 일차적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페미니즘 미술 읽기』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으로 영국의 파이돈(Phaidon) 출판사를
통해 영문본도 함께 출간된다.
References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