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독창적인 시각과 감각으로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중 한선우는 동시대의 주요 의제를 반영하면서도 디지털 시대에 있어서 회화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선우 작가 ©Artist

이번 글은 한선우 작가가 상하이의 Gallery Vacancy 를 통해 프리즈 런던에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그가 지금까지 다뤄왔던 작품세계와 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전율〉, 2024, 캔버스에 아크릴, 340 x 200 cm (Frieze London 2024 전시작품)

Gallery Vacancy는 상하이에 위치한 동시대 미술 갤러리로, 디지털과 전통 매체를 결합한 혁신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주로 소개한다. 한선우는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되는 Frieze London Focus Section 2024에서 “Portals”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왼쪽) 〈The Chorus〉, 2024, 캔버스에 아크릴, 230 x 177 cm
(중간) 〈Rest〉, 2024, 캔버스에 아크릴, 250 x 135 cm
(오른쪽) 〈Mother and Child〉, 캔버스에 아크릴, 182 x 134 cm

디지털과 회화의 융합

한선우의 작품은 디지털 이미지와 전통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이 두 매체를 융합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디지털 세계에서 무한히 제공되는 이미지 자원을 수집하고,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변형하여 재구성하는 과정은 단순한 복제 이상의 창조적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디지털 감성과 회화적 물질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이를 바탕으로 강렬한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마테리델리아” 전시 전경, 울산시립미술관, 2023 ©울산시립미술관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변형된 신체 이미지이다. 최근 그의 작품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 변형된 신체들은 음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며,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불에 타는 전선이나 파괴된 세계의 잔해 속에서 드러나는 신체 일부는 관객에게 섬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한선우의 작업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기술과 인간의 관계, 특히 인간의 신체와 정체성이 기술적 발전에 따라 어떻게 변형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기술과 신체의 경계 탐구

한선우는 디지털 도구와 전통 회화 기법을 혼합하여, 현대 기술이 인간의 신체와 감각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탐구한다. 그는 인터넷과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포토샵으로 디지털 콜라주 또는 스케치 형태로 편집한 뒤, 캔버스 위에 옮겨와 다층적인 초현실적 회화로 재탄생시킨다.

그의 작품은 기계적 요소와 유기적 요소를 융합해 인간 신체의 한계를 초월하는 변형된 존재를 제시하고, 기술에 의해 물리적 존재의 의미가 재정의되는 동시대적 현상을 탐구한다.

“지금 우리의 신화”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서울, 2023 ©타데우스 로팍

이러한 탐구는 그가 신체를 다루는 방식에서 두드러진다. 그의 작품에서 신체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구성되는 대상이다. 이는 디지털 세계에서 이미지가 빠르게 생성되고 소비되는 방식과도 연결되며, 신체가 고정된 존재가 아닌 가변적인 요소로 다뤄진다.

이를 통해 한선우는 동시대 사회에서 기술이 인간 존재에 미치는 영향을 예술적으로 시각화하고, 관객에게 신체와 정체성의 변화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

한선우의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며, 이는 기술 발전과 그로 인한 인간 존재의 변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포함한다. 그의 작품 속 기괴한 형상과 변형된 신체는 이러한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주제는 그의 작품을 통해 과도한 기술 의존과 그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을 탐구하게 만든다.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적 요소가 결합된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동시대 사회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배경

한선우가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매체를 융합해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주제인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기 때문이다.

“늪과 재” 전시 전경, Make Room, 로스앤젤레스, 2023 ©Make Room

그는 대중문화의 기호와 상징을 사용하여 현대 소비문화와 그 이면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며,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적 표현을 결합해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신체와 정체성의 변형은 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 존재의 변화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독창적인 작업 방식은 한선우를 글로벌 미술계에서 차세대 유망 작가로 주목받게 만든 핵심적인 요소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시각적 충격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동시대 미술에서 디지털과 회화의 융합을 통해 새롭게 탐구할 수 있는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도 한선우와 같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국제 무대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갈 것이라 기대되며, 이들의 활약을 통하여 한국 동시대 미술의 글로벌 확장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한선우(Sun Woo)는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나 10세에 캐나다로 이주하였으며, 이후 토론토에서 4년간 거주한 후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2017년에 졸업 후 서울로 돌아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서울의 Foundwill Arts Society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의 P21 갤러리, 파리의 Gallery Hussenot, 모스크바의 Fragment Gallery 등 다양한 국제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