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I Swim” Installation view at Alternative Space LOOP ©Alternative Space LOOP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6월 11일까지 작가 요이 (Yo-E Ryou b.1987)의 개인전 “내가 헤엄치는 이유”(Why I Swim)을 진행한다. 전시는 영상과 설치 작업, 여성적 글쓰기와 하이드로 페미니즘 등에 대한 담론과 간단한 도표와 스크랩, 사진, 글, 그림 등을 벽면에 펼쳐 놓은 아카이브 설치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이드로 페미니즘이란 ‘인간은 개별적 존재가 아니고 물과 함께 다른 생명체와 관계성을 맺는 존재로 본다’는 것으로 작가는 하이드로 페미니스트의 시선에서 물과 여성의 관점을 이야기한다. 2021년 뉴욕에서 팬데믹과 번아웃을 경험한 뒤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로 이주한 작가는 2022년 봄 고이화 해녀* 의 생가에서 ‘물, 여성, 제주’를 주제로 하는 예술교육이나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언러닝 스페이스’를 시작했다.

전시는 30년만에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고 언러닝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이웃 해녀 할머니에게 배우는 삶과 경험을 예술 작업으로 연결한다. 작품들은 번아웃을 겪은 여성과 작가가 느끼는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과 무기력함 같은 근원과 근본적 치유에 대해 질문한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소리가 점점 커져 파도 소리가 되고, 거세지는 빗물과 폭풍우, 거대한 파도 소리와 중첩되며 기계적인 번아웃 상태의 사운드로 변환된다. 이후 바다에 물에 풍덩 빠지는 소리와 함께 동네 해녀들이 말하는 고이화 해녀에 대한 이야기가 송출된다. 작가가 수영을 배우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내가 헤엄치는 이유는 작가가 겪은 번아웃을 극복하는 과정을 먼 곳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을 갖는다.

지구와 인간은 70%의 물로 구성되며 인간은 태아 때부터 양수 속에서 살았다. 작가는 양수에서 태어나 다시 바다로 뛰어들며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개인적인 서사와 하이브리드 페미니즘을 연결하고 탐구한다. 해녀 할머니들은 자신의 몸과 바다가 연결되는 토착적인 방식을 작가에게 알려주며 자신이 받았던 서구식 교육과 관습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고이화(1916-2013) 해녀: 고이화 해녀는 제주 1호 해녀상(Jeju Hanyeo Awards in 2000)을 받은 인물로, 아홉 살 때부터 물질을 시작해서 제주의 최고령 해녀로 활동하며 해녀 중의 해녀로 불리는 ‘상군’ 중에도 으뜸인 ‘대상군’이었다. 고이화 해녀는 ‘제주해녀항쟁’의 산증인이다. 1932년 일어난 제주해녀항일운동은 국내 최대의 여성항일운동이었고, 할머니는 당시 16세 소녀였다. 후에 해녀문화의 바탕이 되는 해녀노래를 전승하는데도 큰 몫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