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더불어 미국 최대 규모를 가진 미술관인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2023년 10월에 한국 현대 미술을 조망하는 초대형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9월 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시간의 형태”(가칭)는 미술관 내 350평 규모 전시실과 야외 공원을 모두 아우르는 초대형 전시가 될 예정이다.
서도호(b. 1962), 함경아(b. 1966), 신미경(b. 1967) 등 33명의 참여 작가들은 주로 1960년에서 1980년 사이에 대한민국에서 출생 또는 거주하거나 그러한 경험을 한 선조가 있는 한국 작가이며 1989년 이후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격변하는 한국 문화를 경험한 세대들로 대한민국의 독재 정권을 거치고, 경제적 글로벌화와 해외 여행 자유화가 본격화되는 시기를 겪었으며,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했다. 전시는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현재의 모습으로 통합되는 과정보다는 “시간의 부조화”라는 주제를 통해 제시될 예정이다.
전시는 30여 년간 격변기를 거치며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인식의 틀이 어떻게 재조성되었는지를 성 정체성 문제를 둘러싼 신체, 긴장과 갈등, 이주, 관습에 대한 순응 그리고 변화를 통해 보여 줄 예정이다.
전시를 위해 비누로 조각을 하는 신미경 작가와 특정 장소에서 채취한 흙덩어리를 매개로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작업을 하는 김주리 작가가 장소 특정적 작품을 새로 제작할 예정이다.
해당 전시는 2021년 필라델피아 미술관 부관장으로 부임하게 된 우현수 한국 미술부 큐레이터가 주도하고, 미국 근현대 공예 및 장식 예술 큐레이터인 엘리자베스 아그로의 협력으로 꾸리게 되었다.
조선일보와의 유선 인터뷰를 통해 우현수 부관장은 전시에 대해서 “서구 중심의 현대 미술의 카테고리에서 여전히 아시아 미술은 소속이 미정에 가까웠다”며 “이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 미술이 현재 글로벌 현대 미술 담론에 정당한 위치로 편입하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최근 케이팝, 영화, TV 시리즈 등 한국의 대중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나아가 세계적인 아트 페어인 프리즈가 서울에 처음 개최되면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소프트 파워의 주요 동인으로 역할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그동안 국제 예술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의 근현대 미술이 LACMA, 구겐하임, ZKM 등 전 세계 다양한 미술관에서 소개되고 있다.
대형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한국 현대 미술 전시는 여전히 이성애자 백인 남성 중심인 예술계가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그동안 예술사에서 간과되어 왔던 여성, 성소수자, 유색인종 그리고 비서구권 문화를 조명하고자 하는 새로운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2021년에 부관장으로 부임한 우현수 큐레이터는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미술관의 임원으로 발탁된 사례이다.
우현수 부관장은 한국에서 미술사학과 대학원을 마친 후 뉴욕의 브루클린 미술관 연구원(1997-2001)과 재팬 소사이어티 미술관 부관장(2001-2005)을 거쳐, 2006년부터 필라델피아 미술관 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로 일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은 1876년에 설립된 미술관으로 현재 약 240,0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근현대 미술품 컬렉션 중 마르셀 뒤샹 컬렉션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1903년 분청사기를 최초로 소장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한국 현대 미술 작품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미국 내 한국 미술 전담 큐레이터를 갖춘 5개 미술관 중 1 곳이 되었으며 현재 450여 점에 이르는 문화재와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