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갤러리로서 엇갈린 평가를 받아온 가나아트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공격적인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에 따라 갤러리의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hibition view: “1983-2023, 40 Years of Gana Art” at Gana Art Center, Seoul. (February 17, 2023 – March 19, 2023). Courtesy of the gallery.

1983년에 개관해 국내 최대 규모 갤러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가나아트는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에서는 지난 40년간의 역사를 되돌아봄으로써 앞으로의 비전을 다시 세우기 위해 40주년 개관 기념전 “1983–2023 가나화랑–가나아트”전을 3월 19일까지 개최한다.

또한 가나아트는 전시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 성수동 분점을 개관할 예정이라고 전했으며, 2014년 출범한 가나문화재단을 통한 미술관 설립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Exhibition catalog cover image: “1983-2023, 40 Years of Gana Art,” Gana Art Center, Seoul.

가나아트의 공격적인 영역 확장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 15일부터 가나아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갤러리 거리인 시워드 스트리트(Seward St)에 뷰잉 룸(viewing room)을 열어 한국 원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가나아트는 언론을 통해 일본과 싱가포르에 레지던시(입주 작가 프로그램)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가나아트의 이호재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계열사인 서울옥션의 매각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 힘으로는 부족하고 대자본이 들어와야 한다”며 서울옥션의 매각을 추진한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옥션의 인수 대상으로는 글로벌 경매 회사인 소더비와 국내 백화점 기업 신세계가 언급되었다.

이처럼 가나아트가 적극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앞으로 가나아트와 한국 미술계가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갤러리이자 가장 큰 갤러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가나아트는 한국 미술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가나아트의 입지가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가나아트는 분명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갤러리이지만 작년 처음 개최되었던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에는 선정되지 못해 그 위상에 금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Exterior view of Gana Art Center, Pyeongchang-dong. Photo by Aproject Company.

창립자 이호재 회장은 고려화랑에서 4년 동안 경험을 쌓고 스물아홉의 나이에 가나화랑(現 가나아트)를 세웠다. 그는 한국 갤러리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갤러리를 키워 나갔으며 한국 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국내에서의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을 때 이호재 창업주는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가나아트는 1985년 국내 갤러리로서는 최초로 국제 아트 페어인 파리 FIAC(피악)에 진출했으며, 이를 계기로 해외와 교류하며 여러 해외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전시를 펼쳤다.

1997년 말 IMF 외환 위기가 찾아오면서 가나아트는 그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구매했던 작품을 다시 사 가라고 요청하는 고객이 많아졌고, 한국에 소장되어 있는 해외 작품들을 원래 가격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사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가나아트는 이 어려움을 이듬해인 1998년, 가나아트센터 개관과 함께 국내 최고 경매 회사인 서울경매(現 서울옥션)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극복했다.  당시 가나아트는 경제적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요구에 걸맞은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 Seoul Auction.

가나아트가 시장에만 기여한 것은 아니다. 이호재 회장은 1980년대부터 해외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장르인 민중 미술과 1980년대 리얼리즘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수집했다. 그는 이러한 작품을 소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출간되었던 가나아트 미술 잡지를 통해 민중 미술 작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수집한 민중 미술 작품 200점을 2001년 ‘가나아트 컬렉션’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사조를 연구·조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에도 가나아트는 근·현대 작가 작품 50여 점을 제주도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하였으며, 2002년 작가 후원을 위해 가나아뜰리에를 열고 뉴욕에 갤러리를 오픈하는 등 해외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고 국내 작가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애써 왔다.


Exhibition view of "Gana Art Collection: Regrettable Times" at the Seoul Museum of Art (SeMA). (April 24, 2018 - March 8, 2020). Courtesy of the museum.

이처럼 가나아트가 한국 미술계에 다양한 각도에서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미술 환경에 제대로 적응해 왔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가나아트는 2022년 9월에 연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국내 12개 갤러리 안에 들지 못했다. 프리즈는 경매 회사를 운영하는 갤러리를 선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나아트가 계열사로 서울옥션을 운영하기 때문이었다.

작가가 창작한 작품을 거래하는 1차 시장과 이미 한 번 거래된 작품을 재판매하는 2차 시장의 역할은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두 시장의 역할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으면 젊은 작가가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직 제대로 경력을 쌓지 못한 작가들은 시장 논리에 휩쓸려 경매에서 작품 가격만 상승시키다가 유행이 지나면 결국 제대로 활동해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국내 미술계에서는 경매 회사의 미술품 독점 문제가 꾸준히 대두되어 왔다.

갤러리현대에서도 가나아트와 비슷하게 경매 회사인 케이옥션을 설립했지만 계열사가 분리되어 있어 갤러리현대가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양한 거래 방식이 발전하면서 갤러리(1차 시장)와 경매 회사(2차 시장)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긴 하지만 프리즈의 이러한 방침은 오늘날 미술 시장의 유통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가나아트가 서울옥션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Frieze Seoul 2022, COEX,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유통 구조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미술계 전문가들은 가나아트가 갤러리로서 올바른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모 전문가는 가나아트가 눈앞의 시장성에 편중해 소위 잘 팔리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음을 비판했다. 또한 몇몇 전문가들은 가나아트가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맥 지향적 태도를 덜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와 다르게 한국의 미술 시장은 특수한 환경에서 성장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나아트는 국내에 미술 시장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성장한 갤러리로서 이들의 활동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다만, 지난 40년을 뒤돌아보는 현 시점에서 가나아트가 지난 활동을 어떻게 바라보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세워 나가는지에 따라 가나아트가 한국 미술계에서 가질 입지는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