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재단이 4월 20일 이탈리아 베니스를 찾아갔다. 이날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가 발표되었으며,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개최되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 개막했다.

베니스에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해외 홍보 설명회를 개최한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국내외 주요 미술계 인사 60여 명을 초대해 내년에 개최될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고 발표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에서 2023년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Gwangju Biennale Foundation.

제목은 도덕경 78장에 나오는 ‘유약어수’(柔弱於水)라는 표현에서 차용한 것으로, “세상에서는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라는 의미이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을 맡은 이숙경 큐레이터는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에 깊이 침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에 나름의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예술의 가치를 탐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숙경 큐레이터는 지난 2월 방한하여 광주비엔날레 현장을 둘러보면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민주주의, 저항, 정의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광주 정신을 담아낼 것이며, 행성적 관점, 즉, 인종적, 문화적, 역사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탈국가적 관점에서 세계를 평등하게 연결한 수평적 공동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전한 바 있다.


14th Gwangju Biennale Artistic Director Sook-Kyung Lee. Photo by Choi Ok Soo.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전은 작품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인종 및 계층 차별 문제,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팬데믹, 전쟁과 난민 이슈 등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적 현안을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광주는 서예, 수묵화, 판소리, 칠기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 예술을 계승해온 ‘예향(藝鄕)’의 지역이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이러한 광주의 예술 정신과 실천을 끌어 온다. 예향이라는 광주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다른 문화권의 전통과 가르침을 서로 연결해 다양한 문화권을 수용할 수 있는 이해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전은 근대와 서양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온 기존의 지식 구조를 광주 정신을 통해 다원적으로 재해석하여 대안적 체계와 사고방식을 제시하고, 다름을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유사성뿐만 아니라 개성에 내재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Poster image of "to where the flowers are blooming." Courtesy of the Gwangju Biennale Foundation.

4월 20일은 5․18민주화운동 특별전 “꽃 핀 쪽으로”가 베니스에서 개막한 날이기도 했다.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은 2020년에 처음 개최되어 타이베이, 서울, 쾰른, 광주로 순회했으며, 이번에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11월 27일까지 스파지오 베를렌디스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전시 제목 “꽃 핀 쪽으로”는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그린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표현을 가져왔다. 재단은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치유하고 앞으로 내딛고자 하는 미래 지향적인 담론”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5․18민주화운동과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소개하는 아카이브 섹션과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섹션, 5․18과 민중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까지 총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국내외 작가 11명이 참여해 사진,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매체가 전시되어 있다.

참여 작가로는 홍성담(b. 1955), 김창훈(b. 1975), 노순택(b. 1971), 박화연(b. 1990), 배영환(b. 1969), 서다솜(b. 1984), 안창홍(b. 1953), 진 마이어슨(b. 1972), 최선(b. 1973), 프랑스의 카데르 아티아(b. 1970), 싱가포르 출신의 호 추 니엔(b. 1976)이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