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이미 10개 이상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혹자는 국내 미술 향유자 수에 비해 너무 많은 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 지역 미술계에서는 한반도 본토와 떨어진 섬 지역인 제주에도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국제 행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 지역만이 갖는 특수한 환경과 문화 덕분에 매년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아온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 9월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 수는 122만 9800여명이었다. 하지만 제주 내 있는 미술 전문 인력 기관은 제주도립미술관이 유일하다. 그만큼 제주에는 미술을 접하고 국제 미술계와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
제주비엔날레를 주관하고 있는 제주도립미술관의 이나연 관장에 따르면, 제주비엔날레는 제주 지역 동시대 미술계의 발전과 함께 국제 미술계와의 교류를 도모하는, 제주 미술계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라고 설명한다.
2017년 제1회 제주비엔날레가 개최된 이후, 2020년에 예정되었던 제2회 제주비엔날레는 내부 갈등 문제에 코로나까지 겹쳐 실물 전시를 개최하지 못하고 아카이브 자료로만 그 흔적을 남겼다.
제주비엔날레는 지난 어려움을 뒤로 하고 지난 11월 16일, 5년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제주비엔날레는 올해 예산 약 18억 원이 편성되어 2023년 2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3월에 선임된 박남희(b. 1970) 예술감독이 16개국 작가 55명(팀)을 모아 총 165점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큐레이터와 전시 감독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본부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박남희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가 기후 위기 시대에 전 지구적 공생을 향한 예술적 실천을 찾는 데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제주비엔날레는 지난 2020년을 딛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질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다. 자연 공동체로서 인류 생존에 대한 예술적 실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선정된 제목이다. ‘움직이는 달’은 자연의 시간과 변화의 속성을 포착해 순환의 메커니즘을 상징한다. ‘다가서는 땅’은 자연에서 호흡하는 객체들의 생기 있는 관계적 겸손함을 함의 한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 하에 비엔날레는 자연, 인간, 신화, 우주 등을 동등한 객체로 보고 그 사이의 만남과 떨림, 소통과 공존의 경험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부 주제로는 신화적, 역사적, 물질적, 그리고 우주적 자연 공명의 세계를 탐구한다.
총 6개 전시관 중 주제관으로는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을 활용하고 있으며, 위성 전시관으로는 제주국제평화센터, 삼성혈, 가파도 AiR 그리고 미술관옆집 제주를 사용하고 있다.
주제관 중 하나인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국내외 작가 33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다양한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수자와 문경원&전준호 작가, 한국계 해외 작가인 아니카 이와 갈라포라스 킴 등 원로에서부터 떠오르는 신진작가까지, 한국 작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12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 작가로는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작가와 여성, 생태, 역사를 주제로 작업 활동을 펼쳐 온 윤석남 작가, 그리고 해외 작가로는 기계의 눈으로 본 자연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과욜라 작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제주의 유명 원로작가인 강요배를 비롯해 김기라, 윤향로, 이소요 등 국내 작가와 제인 진 카이젠과 플로리안 봉길 그로세 등의 한국계 작가, 그리고 태국 출신의 리크릿 티라바닛, 케냐 출신의 왕게치 무투, 1980년대 영국 흑인 문화운동을 이끌었던 영국의 존 아캄프라 등 다양한 국적의 해외 작가들도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