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올해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평생공로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의 수상자를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3월 14일, 한국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1 ‘올해의 작가상’의 최종 수상자를 발표했다.
두 상 모두 동시대 미술을 둘러싼 담론을 형성하고 문화 간 대화를 촉진하며 폭넓은 맥락에서 문제의식을 환기한 여성 예술가들에게 돌아갔다.
Golden Lion. ©LA BIENNALE DI VENEZIA.
가장 오래된 격년제 미술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독일 작가 카타리나 프리치와 칠레 작가 세실리아 비쿠냐를 지목했다.
두 작가는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인 “꿈의 우유”전을 기획한 세실리아 알레마니 예술 감독이 추천했으며, 수상식은 전시 첫날에 이뤄질 예정이다. “꿈의 우유”전은 오는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열린다.
‘황금사자 평생공로상’은 본 전시에 참여하는 중견 작가의 업적을 기리는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Hahn/Cock' by Katharina Fritsch, Fourth Plinth, Trafalgar Square. Photo by Loz Pycock. CC-BY-SA-2.0.
카타리나 프리치(b. 1956) 작가의 조각 및 설치 작품은 익숙한 대상을 기묘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리치는 역사, 신화, 개인적 경험 등에 등장하는 인물, 동물, 사물을 제작하되 그 크기와 색은 실제와 매우 다르게 표현한다. 대상은 조각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재현되지만 전혀 다른 크기로 만들어지며, 단색이나 두 가지 색상으로만 표현된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된 ‘Rattenkönig’으로, 우리말로 풀자면 쥐의 왕이다. 검은 폴리에스테르로 거대하게 조각된 여러 마리의 쥐가 둥글게 모여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프리치 작가의 작품은 2010년 제8회 광주 비엔날레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다. 전시 되었던 ‘성 카타리나와 두 번째 사진(담쟁이덩굴)’(2006-2007)은 실물 크기의 검은 성인의 조각과 푸른 담쟁이덩굴이 담긴 실크 스크린을 배치한 작품으로 성스러움과 세속의 이미지를 뒤집은 작품이다.
Artist and poet Cecilia Vicuña at Museno Nacional de Bellas Artes, Chile. CC-BY-4.0.
세실리아 비쿠냐(b. 1948) 작가는 시, 영화,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예술가로 시인이자 인권 운동가이기도 하다. 비쿠냐의 다차원적인 작품은 생태 문제, 인권 문제, 문화적 동질성 문제 등 현대 사회를 둘러싼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남미 토착 문화를 주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안데스인들이 직물의 매듭을 활용해 기록 장치 ‘퀴푸스’를 것을 재해석한 작품을 여럿 제작하기도 했다.
비쿠냐는 2021년 제13회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서울 리만 머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통해 국내에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또한 오는 4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나/너의 기억”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Choi Chan Sook. Courtesy of the artist, MMCA, and Korea Artist Prize.
국내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1년 ‘올해의 작가상’ 최종 수상자로 소리와 비디오 설치를 통해 이주, 공동체,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베를린 기반의 한국 작가 최찬숙이 선정되었다.
최종 후보자였던 최찬숙, 방정아, 김상진, 오민 작가의 작품은 지난 3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되었으며, 유진 탄 싱가폴 국립미술관장, 2021년 광주 비엔날레의 전시 기획을 맡은 데프네 아야스&나타샤 진발라 공동 예술 감독,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심사를 맡았다.
최찬숙 작가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대적 문제를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한 것으로 선정됐다. 비디오 설치 작품인 ‘큐빗 투 아담’(2021)은 토양, 광석, 흙이라는 전통적인 땅의 개념에서부터 암호 화폐 채굴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지 개념과 그 역사를 작품으로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