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이 아트스펙트럼의 수상자를 내놨다. 6년 만에 재개한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의 세 번째 수상자는 차재민 작가다.

그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순들이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기 위해 한 소재를 철저하게 연구·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Cha Jeamin. Courtesy of the artist

그동안 차재민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노동, 임금, 개발과 그 안에서 소외된 약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이번 “아트스펙트럼 2022”전에서는 ‘네임리스 신드롬’과 ‘제자리 비행’을 선보였다.

Cha Jeamin, 'Nameless Syndrome,' 2022, Single channel video, 4K, 24 minutes, color/sound. Courtesy of the artist.

영상 에세이인 ‘네임리스 신드롬’은 앤 보이어의 책 “언다잉”과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징후들: 실마리 찾기의 뿌리”에 나오는 문장들을 인용하여 영상의 내레이션을 만들었다.

이름 모를 질병을 앓는 젊은 여성과 이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어머니를 병간호하다가 무명의 질병을 앓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료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이름 모를 통증을 앓는 여성 환자들이 묘사하는 고통을 외면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의사의 일방적인 진찰을 통해서만 자신의 몸 상태를 알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영상으로 드러냈다.

Cha Jeamin, 'Maneuver in Place,' 2022, Single channel video, 4K, 10 minutes, color/ sound. Courtesy of the artist.

또 다른 신작 ‘제자리 비행’은 팬데믹을 겪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안부 메시지이다. 작품은 미국 흑인 소설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 SF 소설 “말과 소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말과 소리”는 전염병으로 지능과 언어를 잃어버린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소리 연극인 ‘제자리 비행’에는 세 명의 청년이 등장한다. 이들은 헌책방에서 책 더미를 쓰러뜨리고, 큰 소리로 책을 낭독하고, 디제잉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고 그 모습을 기록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행위와 소리는 조금씩 어긋나 있지만 나름의 조합을 이룬다. 이 영상 작품에서 작가는 어떤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혼란을 거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Title Image of "ARTSPECTRUM2022," Courtesy of the Leeum Museum of Art.

수상자인 차재민 작가는 기술적 완성도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영상 작업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삼성문화재단에 따르면 차재민 작가는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과 상상력 넘치는 촬영 방법을 통해 한국 사회의 쟁점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 영상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차재민(b. 1986) 작가는 서울과 뉴욕의 두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2021),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20), 서울시립미술관(2019), 부산현대미술관(2019), 베를린예술원(2017), 제11회 광주비엔날레(2016), 국제갤러리(201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카디스트, 한국영상자료원,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아트스펙트럼”은 2년에 한 번 열리는 미술상 겸 전시 프로그램으로, 유망한 신진 작가를 선정하여 이들의 작품을 국내외에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트스펙트럼 2022”전은 7월 3일까지 진행되며, 6월 18일에 수상자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