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한국 동시대 미술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이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에이프로젝트 컴퍼니는 지난 9월 16일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황과 해외 진출 전략’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좌를 개최했다.

Session 3 led by Aproject Company CEO Jay Jongho Kim. Special lecture "Current Status of Korean Contemporary Art and Its Overseas Expansion Strategies" hosted by Aproject Company on September 16, 2023.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한국 동시대 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 동시대 미술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국제 미술 시장에서 한국 미술의 위치는 어떠하며, 향후 한국 미술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에이프로젝트 컴퍼니는 지난 9월 16일 미술평론가 임근준, 크리스티 홍콩의 20세기 및 21세기 미술 수석 스페셜리스트 정윤아 부사장, 에이프로젝트컴퍼니 김종호 대표 등 세 명의 강연자를 초청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황과 해외 진출 전략’을 주제로 특별 강좌를 개최했다.

Session 1.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저술과 강연으로 알려진 임근준 미술평론가는 이번 강좌에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 동시대 미술계를 형성한 다양한 의제와 이슈를 정리했다.

Session 1 led by art critic Geun-jun Lim. Special lecture "Current Status of Korean Contemporary Art and Its Overseas Expansion Strategies" hosted by Aproject Company on September 16, 2023.

2020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19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며 팬데믹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당시 전 세계 문화예술계가 거의 멈춰버렸지만 그 와중에 한국 미술계는 의미 있는 논의와 발전을 이뤄냈다.

첫째, 2020년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가 재해석되고 미술관 소장품이 재평가되는 시기였다. 당해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모두의 소장품”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전, 과천관은 “시대를 보는 눈_한국근현대미술”전을 개최했다. 또한 갤러리현대의 “현대 50”전 그리고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전을 통해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임근준 평론가는 둘째로  1980년대 출생자들이 주축이 된 한국 신생공간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생공간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의 소실을 막기 위한 관련 활동의 아카이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은 또한 조각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퀴어 예술에 대한 담론이 드러난 한 해였다. 또한 그동안 소홀히 다루어졌던 서예와 한국 현대미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도 여러 차례 열렸다. 그리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와 리움미술관의 재개관 논의, 삼성문화재단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 이슈 등도 이 시기의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 언급되었다.

2021

2021년 하반기에는 투자가 급증하면서 미술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이러한 글로벌 미술 시장의 활성화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다양한 행사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한국 동시대 미술계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2022년 프리즈 서울 개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서울에 지점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좋은 소식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2021년에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이 회장의 미술품 기증을 발표하면서 각 지자체가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놓고 지나친 경쟁을 벌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이건희 컬렉션을 두고 큰 논란을 일으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전을 개최했지만 기증 목록을 제대로 문서화하지 않은 채 전시를 진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내 대표 미술 시상 프로그램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술관은 “올해의 작가 2020: 김민애, 이슬기, 정윤석, 정희승”전에서 정윤석 작가의 ‘내일’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섹스돌 관련 영상 설치 작업이었다. 이는 대표성을 띤 국립미술관에서 여성차별적 시선을 가진 작업을 지원한 것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Session 1 led by art critic Geun-jun Lim. Special lecture "Current Status of Korean Contemporary Art and Its Overseas Expansion Strategies" hosted by Aproject Company on September 16, 2023.

2022

세실리아 알레마니가 기획한 베니스 비엔날레,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큐멘타 15, ICOM의 미술관에 대한 새로운 정의 발표 등 2022년 세계 미술계에서는 다양한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 동시대 미술계에 대해서 임근준평론가는 프리즈로 인해 수많은 전시와 행사로 가득한 한 해였지만 한국 미술계는 안타깝게도 실험과 혁신의 흐름이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그 와중에 김해주 큐레이터가 “물결 위의 우리”라는 주제로 기획한 2022 부산비엔날레는 이주, 여성, 여성노동자, 도시 생태계, 기술 변화 등의 키워드를 부산이라는 지역성과 매끄럽게 연결한 중요한 전시로 꼽혔다.

한국 동시대 미술계에서 2022년은 조각 장르가 재조명되었던 중요한 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조각충동”을 비롯해 다양한 조각 전시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2020년과 마찬가지로 이들 전시 역시 심도 있는 비평적 담론을 이끌지는 못했다.

2023~

올해가 아직 몇 달 남았지만, 한국 동시대 미술계에는 아직 큰 변화나 혁신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었다. 올해 주요 전시들은 대부분 기관 주도로 기획된 전시들이었다. 임근준 평론가는 이제 한국 동시대 미술에 활력과 혁신을 불어넣기 위해 현재 미술계의 중추적인 세대로 떠오르고 있는 1990년대생 작가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1980년대 출생 작가들이 주축이 된 신생공간/콜렉티브 시대가 막을 내리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동시대 미술이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Session 2.

크리스티 홍콩의 부사장 겸 20세기 및 21세기 미술 수석 스페셜리스트인 정윤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 미술품 경매 시장의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경매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진 작가들을 조명했다.

Session 2 led by Christie's Hong Kong Vice President and Senior Specialist Yunah Jung. Special lecture "Current Status of Korean Contemporary Art and Its Overseas Expansion Strategies" hosted by Aproject Company on September 16, 2023.

2021년 세계 미술 시장은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반등하며 이례적인 호황을 경험했다. 2021년 세계 미술 시장 규모는 651억 달러로 추산되었고, 총 경매 판매액은 263억 달러에 달했다. 현대 미술 경매 매출은 67억 달러에 달해 2020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후(戰後)에 태어난 작가들의 현대 미술이 가장 큰 폭의 가격 성장을 보였다. 미술품 가격 지수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약 400%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흑인 예술가와 젊은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2022년 세계 미술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그 가치가 678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총 경매 판매액은 268억 달러였으며, 현대 미술품의 판매액은 무려 10조 원에 달했다. 현대 미술 분야의 이러한 성장은 스타트업, 온라인 비즈니스, 암호화폐를 통해 새로운 부를 축적하는 신세대가 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3년 현대 미술 시장을 되돌아보면, 올해는 분명한 조정의 시기이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경기 둔화가 두드러진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러한 조정은 한국 미술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정기를 가져온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지나친 가격 상승이다.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 젊은 작가들의 일부 작품 가격이 초기 시장 가격의 최대 100배까지 상승하는 등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미술 시장이 과열되었다가 현재 빠르게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Session 3.

한국 미술 시장은 이제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맥락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미술 시장이 국제적 수준에서 제대로 읽히기 위해서는 한국 미술 시장의 기본 구조를 재조정하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에이프로젝트 컴퍼니의 김종호 대표는 이러한 전환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김종호 대표는 한국 동시대 미술 시장의 문제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글로벌 미술계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부족해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미술 시장 구조가 비합리적이고 불투명해 미술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Session 3 led by Aproject Company CEO Jay Jongho Kim. Special lecture "Current Status of Korean Contemporary Art and Its Overseas Expansion Strategies" hosted by Aproject Company on September 16, 2023.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술 전문가 간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고, 국제적 수준의 정보를 적절히 배포하며, 투명한 미술품 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술 시장은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가들의 창작물에 의해 움직인다. 이 복잡한 과정에는 큐레이터, 비평가, 기관이 참여하여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담론과 비평을 구성하는 동시에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작품을 홍보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작가의 창작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루어진다. 또한 이러한 가치 평가 과정은 작품의 적절한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개념과 주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예술 작품은 작품이 사용하는 주제, 형식, 재료, 내용뿐만 아니라 작품이 반영하는 가치와 아이디어, 철학, 미학, 과학 등의 이론과 개념을 통해 해석된다. 과거에는 예술을 단순한 구조와 명확한 사조로 분류할 수 있었지만, 1945년 이후 예술은 하나로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개념과 철학의 영향을 받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현대 미술을 어렵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에서 탄생한 예술 작품은 다양한 개념과 용어, 이론이 시각적으로 집적된 한 권의 책과도 같다. 작품에 이러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음을 보여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다. 또한 갤러리와 기관은 이러한 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시를 개최하고 비평글을 생산해 작품을 미학적, 미술사적 틀에 따라 객관적으로 분류해야 한다. 작품이 이러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할 때만 세계 미술사에서 인정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갤러리들은 작가들이 단순히 시장을 넘어 비엔날레, 비영리 공간, 박물관,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미술 산업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작품의 가격은 진품 여부, 품질, 희소성, 상태, 전시 기록, 가치 등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