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페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대규모 행사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유명 갤러리들이 들어선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트 페어의 수와 종류가 늘어난 만큼, 현재는 다양한 형태의 아트 페어가 존재한다.


Eulji Art Fair 2020. Photo by Goh Jaewook & Goh Jeong-gyoon. © Eulji Art Fair

대형 페어와는 달리 이러한 대안적 형태의 아트 페어들은 대형 갤러리 대신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신생 갤러리, 비영리 단체 또는 큐레이터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 또한 특정 장르, 매체나 가격대를 중점으로 하기도 하며, 비교적 소규모로 운영되면서 대안 공간, 카페, 소규모 갤러리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기획자들이 중심이 되는 스프링브레이크 아트쇼, 아프리카계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모아 선보이는 I-54 컨템포러리 아프리칸 아트 페어, 종이로 된 작품만을 모아 전시하는 아트온페이퍼, 기존 예술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던 작가들을 소개하는 디아더아트페어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국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아트 페어들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아트 페어들은 미술 시장에 아직 진입하지 못한 젊은 작가와 색다른 방향성을 가진 신생 갤러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컬렉터의 미술품 수집에 대한 문턱을 낮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The Preview Hannam with Shinhan Card 2021, Seoul. © Shinhan Card

더프리뷰 with 신한카드

지난 4월 말 두 번째 아트 페어를 개최한 더프리뷰with신한카드는 신한카드 사내 벤처인 신한카드 아트플러스가 총괄 기획하는 아트 페어이다. 최근 떠오르는 컬렉터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를 타겟으로 한다.

‘미리 보기’를 뜻하는 단어를 페어 명에 차용한 것처럼, 참가 이력이 없는 신예 작가들의 최신 작업을 가장 빨리 만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갤러리, 작가, 컬렉터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고자 한다. 더프리뷰는 협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형 아트 페어들과는 차별점을 두고 신진 작가들 중심으로 미술 시장 내에서 입지를 다져 온 신생 전시 공간들과 함께한다. 해당 아트 페어는 2021년 팬데믹 당시 처음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60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Union Art Fair 2020, Seoul Art Space Mullae, Seoul. Photo by Lee Heung Su. © Lee Heung Su/ China Focus.

유니온 아트 페어

유니온 아트 페어는 스페이스 XX의 대표이자 작가인 최두수를 필두로 여러 명의 작가가 모여 2016년에 창설되었다. 현재까지도 작가 중심 페어로 운영되고 있는 유니온 아트 페어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미술계 간 협업 촉진을 목표로 한다. 즉, 미술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미술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한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그동안 작품 발표의 기회를 갖기 어려웠던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고, 갤러리 관계자나 미술계 인사에서부터 일반 대중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올해 유니온 아트 페어는 서울옥션에서 2022년 4월 30일에서 5월 6일까지 진행한 ‘블랙랏 아트 위크’와 함께 했다.


Eulji Art Fair 2020. Photo by Goh Jaewook & Goh Jeong-gyoon. © Eulji Art Fair

을지아트페어

을지아트페어는 중구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만리아트메이커스에서 기획해 2019년에 시작한 신생 아트 페어다. 특히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10만 원이라는 균일가에 판매하는 페어로 잘 알려져 있다.

을지아트페어는 아직 미술 시장 진출 경험이 없는 젊은 작가나 이름이 덜 알려진 중견 작가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고, 시민들의 작품 구매 진입 장벽을 확실하게 낮춰 미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 높은 접근성과 트렌디한 마케팅으로 젊은 컬렉터의 관심을 끌어 1, 2회차는 매진, 3회차에는 판매율 70% 이상을 달성했다. 을지아트페어는 주로 가을에 개최한다.


Grimdosi 2022, Seoul ©Grimdosi

그림도시

2016년부터 서울과 부산 등 국내 다양한 지역에서 개최해 온 ㈜예술고래상회의 그림도시는 7월 초 뉴욕에 페어를 개최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국내에서는 6월 19일에 마지막 페어를 개최했다.

동시대 예술을 조금 더 쉽게 소개하고자 시작된 그림도시는 예술가들이 모인 가상의 도시라는 컨셉으로 매년 다른 테마로 개최되었다. 이곳에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시각 예술가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독립출판, 애니메이션 작가들을 소개해 왔다. 마지막 페어는 뉴욕에서 2022년 7월 1일부터 7월 17일까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갤러리 ‘Subtitled NYC’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Yeonhui Art Fair 2022, Musosoklab, Seoul. © Bazaar Magazine.

연희아트페어

2020년에 열기 시작한 연희아트페어는 한 행사장이 아닌 한 지역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한 장소에 모여 갤러리들이 부스를 차리는 기존 아트 페어 형식이 아니라, 연희동 지역 내에 있는 갤러리들이 각자의 전시 공간에서 페어를 여는 형태로 일종의 축제 형식이다.

연희동에는 특히 국내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소개해 온 공간이 많은 곳으로 연희아트페어는 각 갤러리 공간에서 개최되는 만큼 전시 공간과 기획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곳 공간들은 아트 페어라는 행사를 통해 컬렉터들이 향유 작가의 전시 일정을 알리거나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올해는 5월 6일부터 열흘간 개최되었으며, 플레이스막, 아터테인, 갤러리민트, 갤러리인, 갤러리 호호, 무소속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