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image of Frieze Seoul 2022. Courtesy of Frieze.
국내 최대 아트 페어인 키아프 서울과 세계 3대 아트 페어라 불리는 프리즈가 티켓을 단일화해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하면서 국내 아트 페어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로 개최되고 있다.
9월 5일까지 개최되는 프리즈 서울에는 21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고 있으며, 9월 6일까지 이어지는 키아프 서울에는 17개국 164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여기에 더해 세텍에서는 젊은 작가와 미디어 아트를 소개하는 키아프 플러스가 개최되어 11개 국가에 소재한 73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총 350여 개 갤러리들 중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하우저앤워스, 화이트큐브 등 국제적 명성을 가진 갤러리가 다수 참여했으며, 이번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컬렉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술계 관계자들도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국내 미술계는 페어 개최 전부터 들썩였다.
규모가 커지고 내용적으로 다양해진 만큼 키아프는 올해는 지난해 매출 규모인 650억 원 대비 3배, 즉 2,000억 원대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2021년은 키아프가 지금까지 가장 높은 매출액을 올린 해이기도 했다.
프리즈 측에서 공식적으로 매출 규모를 발표한 적은 없지만 국내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매회 규모를 약 1조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키아프의 판매액인 650억 원과 비교해 보자면 프리즈의 추정 매출 규모의 6.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Frieze Seoul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아시아에는 이미 1조 원의 거래 규모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트 페어가 존재한다. 2013년부터 홍콩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트 바젤 홍콩이다.
최근 정세가 불안한 상태긴 하지만 홍콩은 여전히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아트 바젤과 UBS의 아트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약 651억 달러(약 85조 원)를 기록한 2021년 미술 시장에서 홍콩을 비롯한 중국 본토, 마카오, 대만, 싱가포르 등을 모두 아우르는 중화권 미술 시장이 20%를 차지해 전 세계 미술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아트택틱에 따르면, 홍콩은 2020년 동시대 미술 경매 시장에서 런던을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Frieze Seoul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그렇다면 프리즈는 왜 다른 중화권 도시 대신 서울을 택했을까? 우선 프리즈의 입장에서 아트 바젤이 이미 선점한 지역인 홍콩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다른 지역인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선택하기에는 중국의 검열 문제가 있으며, 중국은 무관세 지역인 홍콩과는 달리 관세가 높다.
또 다른 중화권 미술 시장으로 서울과 함께 가장 유력한 차기 아시아 미술 시장 허브로 언급되는 곳이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중화권 그리고 동남아시아권과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깝다.
싱가포르는 유통 중심 도시로 높은 소득 수준과 경제적 자유도도 강점이다. 또한 미술품을 포함한 사치품을 관세와 소비세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미술품 보세 지역’을 두고 있다.
중국이 홍콩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로레알, LVMH, 팀버랜드와 노스페이스를 소유한 VF 코퍼레이션 등 홍콩에 있던 많은 기업이 싱가포르로 이동해 많은 자본이 유입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세계적인 경매사인 소더비는 15년 만에 옥션을 열었으며, 내년에는 수차례 연기되었던 아트 SG라는 대규모 아트 페어도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가 부족한 상황이며, 미술 기반이나 미술 시장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싱가포르 국립 예술 위원회(National Arts Council)의 Our SG Arts Plan(2018 – 2022)은 현지 미술 시장이 전 세계 미술 시장 규모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차기 아시아 미술 시장 중심지로 또 언급되는 곳은 도쿄이다. 도쿄는 싱가포르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미술 기반이 잘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도시로 심리적 접근성이 높은 국가이다. 일본 문화재청에 따르면 2020년 일본 미술 시장은 글로벌 미술 시장의 3.7%를 차지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진이라는 리스크가 있으며, 한국에 비해 미술 시장의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일본 문화재청은 2021년 일본 미술 시장은 회복세를 보였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그 규모가 15% 하락했다고 전했다.
서울은 다른 도시와 비교하자면 미술 시장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아트 바젤·UBS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은 ‘전후 및 동시대 미술’ 부문에서 처음으로 거래액 순위 5위(점유율 2%)에 진입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국내 미술 시장 규모를 2019년 4,000억 원대에서 작년 2021년에는 9,000억 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2년 사이에 약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컬렉터 수와 국내 미술 시장 매출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미술 시장이 팽창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른 무엇보다 젊은 컬렉터의 시장 참여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뤄진 성과다. 최근 몇 년간 미술 시장에는 투자에 조금 더 진취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90년대생 컬렉터, 젊은 작가, 공간운영자가 대거 유입되었으며, 젊은 세대의 유입은 미술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프리즈가 서울을 택한 많은 요인들이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은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 아시아 여러 도시에 있는 컬렉터들이 3시간 이내에 집결 가능한 위치에 있으며,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이다. 또한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무엇보다도 다른 지역에 비해 미술 시장 시스템이 비교적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한국은 문화예술을 대상으로 정부 및 민간의 다양한 지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공립 미술관이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스페이스K 서울 등 다수의 수준 높은 사립 미술관도 존재한다.
이러한 미술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에는 단색화 작가들을 비롯해 서도호, 이불, 양혜규, 그리고 이강승, 이미래, 정금형 작가 등 다양한 세대의 수준 높은 동시대 및 현대 미술 작가를 양성하고 있어 미술 시장에서 생산과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진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6천만원 이하의 생존 작가의 미술품에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조세 제도를 갖고 있어 해외 미술계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프리즈 서울은 앞으로 4년 더 서울에서 페어를 개최한다. 해외 미술 시장의 유입으로 한국 컬렉터 자본이 모두 해외 갤러리와 페어로 몰리고 이미 유명한 갤러리와 작가에게만 관심이 쏠려 중소 크기의 갤러리와 신진 작가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기회를 통해 한국 미술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다양한 교류를 이루어 국내 미술에 대한 수준을 높이고 뛰어난 한국 작가들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References
- FRIEZE
- Kiaf SEOUL
- 허스트중앙 엘르, 예술의 바다에 첨벙!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이 개막했다, 2022.09.02
- 매일경제,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가 런던·LA 이어 서울 택한 이유, 2022.08.19
- ARTnews, Singapore’s Art Market Is Capitalizing on the Hong Kong Exodus, 2022.07.28
- UBS, The Art Basel and UBS Global Art Market Report 2022
- Art Market Report, Japanese Art Industry Market Research Survey 2021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한국 미술시장 결산 컨퍼런스 자료집, 2022.01.